가을 영혼의 은신처 신포동 버텀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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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영혼의 은신처 신포동 버텀라인
  • 박상희
  • 승인 2021.10.18 09: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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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읽는 도시, 인천]
(22) 와인과 재즈와 사람들 속에서
박상희_ 버텀라인_ 종이 위에 수채_ 31x23cm_ 2021
박상희_ 버텀라인_ 종이 위에 수채_ 31x23cm_ 2021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로 웅크려진 어깨와 빨라진 발걸음으로 신포동 재즈 클럽 버텀라인의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나무 계단의 낡고 닳은 모퉁이가 계단을 올라갈수록 1층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았습니다. 클럽 안은 무대만 밝혀놓고 불 꺼진 조명으로 전체가 어두웠지만, 천장 위 오래된 서까래와 빈티지한 나무 의자 덕분에 바로 마음까지 푸근해집니다.

뒤따라 등장한 세 명의 세션 맨들은 피아노,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되었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더니 젊은 여자 가수의 노래로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혀 줍니다. 곧 클럽 안 모든 관객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 연인과 친구들과 술잔을 앞에 두고 음악을 통해 피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피아노를 치며 공연을 리드하시는 분은 연신 인천 신포동에서 45년을 살고 계시다며 자기 소개말을 하시는데 오랫동안 서울과 인천에서 활발하게 재즈 공연을 하시는 피아니스트 송석철 씨였습니다. 인천 출신의 실력파 재즈 아티스트들이 모여 결성한 '인천 재즈 올스타밴드'의 한 멤버로 수많은 경력과 연륜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재즈 공연을 하고 계십니다.

 

박상희_ 연주자들_ 종이 위에 수채_ 31x23cm_ 2021
박상희_ 연주자들_ 종이 위에 수채_ 31x23cm_ 2021

 

재즈 뮤지컬 영화 시카고(Chicago, 2002)’를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All that Jazz’록시Roxie’등의 뮤지컬 넘버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재즈 전문 연주자들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곡들은 낯선 노래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관객들을 위해 Autumn Leaves’Just The Two Of Us’, 영국의 대표적인 팝 가수 스팅 Sting’‘Fragile’ 등의 대중적인 곡들도 들려주셔서 다행히 지루하거나 난해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관객들의 반응에 일일이 응답하고 관객들과 눈 맞추어 재즈의 문턱을 낮추려는 연주자들의 노력이 돋보였으며 그에 호응하는 관객들의 열띤 박수 소리로 클럽 안은 금세 감동의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이곳 버텀라인의 클럽 건물은 100여 년 전 패션 잡화를 팔던 후루다 양품점자리로 건물의 내부는 인천 개항장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개항의 시기, 이방인들이 넘실대는 분위기는 인천 출신의 재즈 뮤지션 최부미 작곡가에게도 좋은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다른 고향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도시 인천은 재즈와도 같다”, “재즈 연주와 노래, 연극이 어우러진 작품을 통해 나의 뿌리와 삶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히며 지난 8.9일 이틀간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라이보울에서 재즈 음악극 '제물포, 더 재즈 예그리나(임형택 예술감독)’에 작곡자로 참여하였습니다. 1920년대 제물포 거리풍경과 서민들의 모습을 음악극으로 담아 관객들과 인천의 역사를 재즈로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0월에는 인천의 여러 라이브클럽에서 재즈를 비롯하여 다양한 밴드의 공연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연주자와 감상자들 모두 움츠러든 때이지만 우리의 영혼을 다독여줄 멋진 연주자들이 있어 참 고맙고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날, 구월동과 동인천의 공감’, 부평의 락캠프’, 연수동 뮤즈지샵하우스’, 신포동 흐르는 물등의 따뜻한 공간에서 와인과 사람과 음악으로 아날로그적 위안을 받으시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2021.10.17. 글과 그림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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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1-10-27 12:51:33
장소를 찾아가서 그림으로 담는 상희작가님의 이 기록이 좋습니다.

강화, 율목동,원인재.....인천을 작가님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게 좋습니다.
많이 그리고 살자구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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