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고전프린팅 3인전 '100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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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고전프린팅 3인전 '100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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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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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2월12일까지 배다리 골목갤러리 '한점으로부터'에서 열려

2020년부터 2년간 진행된 흑백사진 고전프린팅 전시가 배다리 골목갤러리 <한.점.으로부터>에서 오는 19일부터 2월 12일까지 열린다.

물리학자(장우제), 금속공예가(신대기), 사진기록자(강영희)이 참여하는 3인전으로 진행된다.

 

고전프린팅은 디지털 프린팅 이전의 200년 역사를 함께하는 아날로그 프린팅이다. 이번 전시는 그 과정에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백금프린팅의 주요 약품인 염화백금산나트륨은 10g에 80만원 정도다.)으로 가능했던 시아노타입, 칼리타입, 반다이크브라운, 염화은지 프린팅이다. 

사진은 사진기나 촬영이라는 행위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화지에 그 이미지가 정착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고전 프린팅은 그런 이미지 정착의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보는 과정이다. 

칼리타입 프린팅@맨드라미사진연구회
백금 프린팅에 가깝다는 칼리타입 프린팅@맨드라미사진연구회
휴대용 핀홀카메라@
칼리타입,& 반다이크브라운@ printed by 장우제
시아노타입 프린팅@ printed by 강영희

지난 2020년부터 동인천 북광장 '사루비아 공방'에서 흑백사진 고전프린팅 실험이 진행되어 왔다. 가까이는 흔히 이야기하는 젤라틴 실버프린팅, 멀게는 사진의 역사에서 이뤄진 여러가지 아날로그 프린팅을 가능한 방식을 돌출하여 진행했다.

핀홀카메라를 만들고 촬영하는 것, 태양의 족적을 찍는 솔라그래피, 커피의 탄닌을 이용한 인화-카페놀 프린팅 등 사진의 역사에서 오래된 시간과 의미를 담아낸 프린팅을 가능한 수준에서 진행했다. 

솔라그래피@맨드라미사진연구회
태양의 궤적을 촬영한 -솔라그래피@맨드라미사진연구회
핀홀카메라를 만들어 촬영한 사진@
핀홀카메라를 만들어 촬영한 사진_동인천 북광장 자전거들@맨드라미사진연구회

 

이번 전시는 2년의 과정을 녹여낸 전시다.

오래된 시간이 녹아든 프린팅 과정을 통해 '순간'의 이미지가 아니라 100년, 200년 사진의 역사를 녹여낸 전시인 만큼 이미지 과잉의 시대, 100년-200년 후에도 의미있을 이미지가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다. 

 

printed by 신대기

 

작업과정
커피를 이용한 현상과 인화
암실셋팅@
젤라틴실버프린팅@
연구실에서@

 

<고전프린트>

사진술은 젤라틴 실버 프린팅에서 디지털 프린팅까지 대부분 더 빠르고 더 간편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렇게 대중화된 방식은 필연적으로 대량 생산과 균일한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

고전 프린팅은 느리다는 이유로 현대 주류 사진 기술로 발전하지 못한 철염, 철-은염 프린팅뿐만 아니라 현대에 발견됐지만, 주류 사진 산업에 포함되지 못한 소위 대체 사진 과정(alternative photographic processes)에 대해 다룬다.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카메라 옵스쿠라는 카메라의 기본 원리이다. 어두운 방의 한쪽 벽에 바깥으로 난 작은 구멍이 있으면 반대쪽 벽에 바깥 풍경이 투영된다. 핀홀렌즈 제작은 유리 렌즈 존재 이전의 카메라 옵스쿠라를 구현함으로써 빛과 카메라에 대해 몸소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감광물질(디지털 카메라에서는 CCD)을 통해 빛을 기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감광물질이나 매체에 따라 적정의 노광시간이 요구된다. 과거의 감광물질에 현대의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접목하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일도 있다. 현대의 고전 프린팅 대부분이 디지털 네가티브에 기반하는 것도 한 예이다.

다른 예로 솔라그래피(solargraphy)는 빈 깡통에 바늘구멍을 뚫고 아날로그 인화지를 넣어 태양의 궤적을 기록한다. 최소 몇 시간 동안 태양의 궤적을 기록하므로 적정 노광 시간을 넘어선다. 과거에는 정상적으로 현상 및 정착할 방법이 없었지만, 현대 디지털 이미징 기술을 통해 적절히 현상 및 정착, 즉 스캐닝이 가능하다. 이 방식으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 년 동안 태양이 움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카페놀(caffenol)은 일상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해 현상액과 인화액을 만든다. 현상제로 커피를, pH 조절제로 탄산나트륨, 산화 방지제로 비타민C 쓰면 집에서 간단하게 현상액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현상액은 인체에도 무해하고 친환경적이다.

고전 프린팅 중 누구나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 시아노타입(cyanotype)은 과정이 단순하고 감광제가 다른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구연산철암모늄과 페리시안화 칼륨 용액을 섞어서 감광제를 만든다. 감광제를 종이에 바르고 말린 후 필름을 밀착하여 햇빛이나 자외선 노광기에 노출시켜 이미지를 얻는다. 결과물로는 소위 청사진(blueprint)라고 불리는 파란색 이미지를 얻어 낼 수 있다. 또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베이킹소다, 탄산나트륨, 락스, 식초, 커피, 홍차, 녹차 등을 활용해 발색, 표백 및 조색 등에 활용해 토닝을 하고, 여러 가지 톤을 얻을 수 있다.

반다이크브라운(VanDyke brown)과 칼리타입(kallitype)은 고전 프린팅 중 철염과 은염의 중간쯤에 있는 방식으로 철-은염 프린팅 두 물질을 섞어 감광제를 만든다. 반다이크브라운 특유의 밤색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단순한 방식이며, 조색(요소, 셀레늄, 금 등)에 따라 다양한 톤을 얻을 수도 있다. 칼리타입은 반다이크브라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결과물은 백금 프린팅에 견줄만한 깊은 톤을 보여주기도 한다.

 

<오리지널 프린트로서의 가치>

사진의 역사는 1839년 다게레오타입으로 시작된다. 1920년대의 니엡스의 헬리오그라피가 있긴 하지만, 공식적인 역사는 다게레오타입이니 사진의 역사는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다게레오타입의 발명은 고전 회화에 충격을 주어 현대미술로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된다.

사진 기술의 발전은 좀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사진을 볼 수 있고, 더 간명한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쪽으로 연구되고 발전되어 왔다. 현대는 속도가 중요한 가치가 되었고, 사진 또한 빠름이 미덕이 되었다. 빠른 렌즈(밝은 렌즈)가 개발되었고, 셔터 속도도 올리고, 이미지 전송은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 사진술의 두 가지(다게레오타입, 칼로타입)는 은염 화학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은염의 간편함과 빠름이 주류가 되어 콜로디온 습판법, 유리건판, 필름으로 이어지는 은염 사진이 되었다. 그 곁가지에서 파생된 비은염, 은염, 철염 혼합 인화법들은 대부분 사장 되었다. 느리기 때문이다.

사진이 시각예술로 인정받기까지 다게레오타입으로부터 백 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사진이 시각예술로 분류되는 현재에는 주류가 아닌 고전 프린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표현 방법을 더욱 깊게 하고, 보존성 또한 사진 역사 속에서 검증이 완료되어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오리지널 프린트로서의 가치.

참고로 현재의 주류인 디지털 프린트는 백 년의 시간을 견뎌 볼 시간이 되지 않아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사진을 취미로 하든, 예술로 하든 시대가 요구하는 속도에 딱히 부합할 필요가 없다. 그 속도는 뉴스를 전 세계로 타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속도다. 취미로 스포츠 기자를 하지 않는 이상, 혹은 전쟁의 참상을 전하려 하지 않는 한 사진가에게 속도는 무의미해진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데이터가 들어 있는 메모리카드를 사진이라고 하지 않는다. 사진은 인화물을 말하며, 그건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의 고전 프린팅도 가능하며, 핸드폰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을 시아노타입으로 인화하는 것도 아무 문제 없다. 그렇게 인화된 사진은 사진 예술에 훨씬 더 근접하며, 그 과정은 취미 활동으로 손색없다.

세상의 속도에 제동을 걸고, 빠름이 절대적 가치가 아님을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고전 프린트를 추천한다.

- 자료제공; 맨드라미사진연구회 - 전시 및 프린팅 문의 _ 010 738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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