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구산·덕정산 물줄기 모아 화도돈대·염하까지
상태바
혈구산·덕정산 물줄기 모아 화도돈대·염하까지
  • 장정구
  • 승인 2022.08.11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53) 강화 삼동암천

‘돈대의 남쪽 아래에는 강화외성을 가로지르는 물길을 건너 화도수문이 있다’

강화 해안동로 중간쯤에는 화도돈대가 있다. 5진, 7보, 54돈대의 강화 관방(關防)시설 중 하나다. '강도지'에 의하면 몽골 침입 때 강화는 내성, 중성, 외성 등 3개 성으로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내성은 왕궁을 중심으로 둘레 약 1.2㎞ 길이의 토성이었고 중성은 둘레 약 9㎞로 내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쌓았다. 외성은 해안방어를 위해 북쪽의 적북돈대에서부터 월곶진, 화도돈대, 오두돈대, 광성보, 초지진까지 약 23km에 걸쳐 쌓았다. 강화외성은 높이 20척, 폭 5척이었단다. 1척이 약30cm정도이니 폭 1.5m, 높이 6m의 성이 염하를 따라 23km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문루 6개소, 암문 6개소, 수문 17개소를 설치했다는데 암문은 말이나 사람 한 두 명이 간신히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이고 수문은 물이 지나는 문이다. 수문이 많았던 것은 외성을 관통해 염하로 흘러드는 물길이 많았던 것을 의미한다.

강화내성, 중성, 외성 모두 1259년 고려가 몽골과 강화할 때 모두 헐렸다. 그러나 강화는 조선시대에도 여전히 요충지였고 관방시설들은 여러 차례 정비되었다. 강화외성도 여러 차례 정비가 이루어지면서 구간마다 다른 특성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오두돈대 남측에는 영조 때 벽돌로 쌓은 전축성(塼築城) 일부가 남아 있다. 수백년 세월을 함께 한 나무 뿌리들와 벽돌의 얽힌 모습은 강화의, 외성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2002년 발굴조사를 거쳐 복원정비된 화도돈대의 주차장 입구에는 편의점이 있다. 바로 앞 수문이었을 화도교 건너에는 순조3년 세워진 화도수문개축기사비가 있다. 수문을 개축한 내역을 비석을 세워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서 화도수문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또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강화외성과 노거수
강화외성과 노거수

화도수문, 지금의 화도교는 삼동암천이 염하로 흘러드는 곳이다. '강화짬봉'에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한 후 삼동암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하천 제방을 걸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족제비싸리다. 아까시나무나 회화나무처럼 작은 잎 여러 장이 잎자루의 양쪽으로 나란히 줄지어 붙어서 새의 깃털처럼 보이는 겹잎이다. 외래종 식물으로 키는 사람보다 조금 큰 수준이다. 제방 안쪽으로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도 빼곡하다. 제방은 콘크리트로 반듯하게 포장되어 있고 대형트럭도 속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로드킬 당한 유혈목이 사체가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개구리가 자동차 바퀴에 납작해져서 어떤 종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왼쪽 하천 변으로 한참 키가 자란 풀숲 사이로 하천낚시금지 안내판이 보인다. 바로 옆으로 파라솔을 펴고 낚시대를 드리운 이들이 보인다. 뙤약볕을 피해 다리 밑에 자리잡은 낚시꾼들도 적지 않다. 오른쪽으로 저만치 산 밑에서부터 논이 반듯하게 펼쳐진다. 농수로들 역시 반듯하게 삼동암천으로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훤한 농수로 중간중간에는 부들, 말 등 수초들 떠 있고 논둑에서는 왜가리와 백로가 농수로를 노려보고 있다.

삼동암천 상류 혈구산 기슭에는 폭포가 있다
삼동암천 상류 혈구산 기슭에는 폭포가 있다

저만치 혈구산이 제법 가까워졌나 싶었는데 물길 건너 녹색의 간판이 보인다. 인천강화옹진축협 가축시장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유난히 길쭉한 파랗고 노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한편에 사료 저장고로 추정되는 고깔 모양 싸이로가 붙어있다. 축사들이다. 인근 민가 쪽으로 접어들자 입구 깊 옆으로 풍향과 풍속기가 달린 기계가 서 있다. 강화군청이 설치한 자동악취측정기다. 축사 악취가 민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화의 환경 민원 중 상당수가 축사 관련이다. 탈취제를 살포하고 악취측정기를 설치하여 모니터링하지만 축사들이 민가 가까이에 위치하다 보니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밭일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도 방문을 열 수가 없었어요”

삼성리에 이르자 주변이 낯익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때 매몰지 악취문제로 언론취재 동행을 했던 곳이다. 콩밭으로 복원되어 당시 참혹했던 현장임을 주변을 꼼꼼하게 둘러본 후에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돼지열병 때 돼지를 생매장하고 주변으로 울타리를 세웠다. 침출수 문제로 구제역 때와 달리 FRP(섬유강화플라스틱) 밀폐형 저장고에 담아 부패시키는 방법이었다. 대부분 매몰지는 개별 축사부지 내부 또는 인근이었고 민가로부터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도 있었다. 침출수 문제가 해결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사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한 가스가 문제였다. 평소 축사에서 발생하던 악취와는 다른 악취로 속이 매스껍고 어지럽고 구토까지 유발했다. 매몰지가 밭으로 복원되어 외지인들은 알아볼 수 없지만 지역주민들은 그때의 악취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삼동암천 옆 축사
삼동암천 옆 축사

지난 십수년간 강화에서 수많은 가축들이 생매장 당했다. 강화군 자료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구제역으로 297개 농가에서 소와 돼지 42,744마리가 219곳에 생매장되었다. 2015년에도 구제역으로 2개 농가의 돼지 3,318마리가 환란을 당했다. 2019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39개 농가의 돼지 43,602마리가 30개 매몰지에 묻혔다. 이후 한동안 강화에는 살아있는 돼지가 공식적으로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축산농가들이 돼지 사육을 희망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 제법 되었는데 삼동암천 옆 축사에는 대부분 소들이다.

삼동암천을 이루는 물줄기는 여럿이다. 우선 덕정산 북측 산기슭 아래 삼동암리의 삼동암제에서 시작되는 물줄기가 있다. 덕정산 좀 더 서쪽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도 있는데 시원한 계곡에서 만난 옴개구리가 반갑다. 혈구산 남쪽에서 강화농업기술센터, 안양대학교 강화캠퍼스 옆 계곡, 돌성제와 찬우물고개 등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들은 낙차보를 여러 번 거쳐야 본류를 만난다. 특히 저수지였던 안양대학교 강화캠퍼스 운동장 위쪽 계곡은 폭포라 해도 손색이 없다.

 

혈구산 남쪽 삼동암천 물줄기에 낙차보가 여럿 있다.
혈구산 남쪽 삼동암천 물줄기에 낙차보가 여럿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