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풍년과 평온을 가져다 준 문학동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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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풍년과 평온을 가져다 준 문학동 은행나무
  • 김정아
  • 승인 2022.11.2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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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문학동 은행나무 비밀 이야기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매소홀로 553(문학동 343-2), 문학초등학교에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는 수령이 6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보호수(4-3-1)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나무의 높이가 25m, 가슴높이 둘레가 6.8m, 수관 폭이 20m에 이른다. 이 나무는 도호부를 지을 때 풍치목(자연의 멋스러운 정취를 더하기 위해 심는 나무)으로 심어졌는데, 아기장수 설화가 얽혀 있다.

‘나이 사십이 돼도 아기가 없던 정씨 부부는 산천에 백일기도를 드린 끝에 아들을 낳았다. 아이는 점점 자라면서 이목구비가 번듯하고 피부가 백옥처럼 흰 귀공자로 바뀌어갔으며 몸집이 하도 커서 마을 사람들은 장래 대장감이 태어났다고 수군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탁발승이 부인 등에 업힌 아이의 눈을 보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춘 채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부인이 까닭을 묻자, 스님은 대답하기를 거절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이의 관상을 보니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은 틀림없지만 눈에 살기가 뻗쳐 많은 사람을 해치거나 역적이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마을에 나돌아 사람들은 재앙이 두려워 아이를 해칠 음모를 꾸미기도 하고 아이를 죽이라고 강요도 한다. 정 씨 부부는 궁리 끝에 산신령이 아이를 거두어줄는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아이를 산에다 버렸다. 아이를 버리고 돌아서자 갑자기 서쪽 하늘에 번개가 치고 천지를 흔들만한 굉음이 들렸다.

예감1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예감1_ 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해가 바뀌어 봄이 됐고 어느 날 석양이 물들 무렵 갑자기 아이를 버린 그 자리에서 용마가 솟아나 세 번 크게 울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은행나무 싹이 나와 무럭무럭 자랐다. 마을 사람들은 정 씨의 아들이 은행나무로 살아난 것이라 믿고 봄가을에 날을 가려 제사를 지내면서 마을에 평온과 풍년이 들기를 정성껏 기원했다. 마을 사람들의 정성에 감복했는지 은행나무는 잎이 하룻밤 새에 떨어지면 이듬해 풍년이 들고 잎이 떨어지는 기간이 길면 가뭄이나 홍수 등으로 흉년이 드는 것을 미리 알려줬다. 또, 잎이 맨 윗가지부터 떨어지는 해에는 높은 지대 논에서부터 모를 심고, 맨 아래 가지부터 떨어지는 해는 낮은 논에서부터 모를 심으면 풍년이 드는 것을 알려줬다.’

예감2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예감2_ 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이 나무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얽혀 있다. 경술국치에 관한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집어삼키기 3년 전부터 이 은행나무 주위에 구렁이가 몰려들었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1910년 한일강제병합이 되자 그 많던 구렁이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이 나라를 빼앗길 전조였던 것으로 깨닫고 이 나무를 더욱 신성하게 여겼으며, 개인의 소원성취를 위해 치성을 드리기 시작했다.

예감3_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예감3_ 25.5x36.0cm_종이 위 수채_2022

노오란 은행잎이 눈 내리듯 나부낀다.

거리를 수놓고 있는 낙엽을 밟기가 미안하여, 맨 얼굴 드러낸 바닥을 찾아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겨 걷는다. 그러다 우연히 떨어지고 있는 낙엽 하나 손에 쥐고 소원을 빌어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예쁜 가을 낙엽들을 몇 장 집어 들고 집에 돌아와 두툼한 책 속에 살포시 끼워 넣었다. 오늘의 가을을 소중히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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