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로이자, 가래질로 물고기 잡던 삼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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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로이자, 가래질로 물고기 잡던 삼흥천
  • 장정구
  • 승인 2023.06.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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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62) 삼흥천


‘낚시꾼 절대 출입금지’ “개인 사유지입니다”


강화 외포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자그마한 산이 나온다. 건평리 노고산이다. 산 밑에 비석 3개가 가지런히 모여 있다. 장지포비석군이다. 장지포비석군 바로 앞이 삼흥천이 석모수로 즉 바다로 흘러드는 곳이다. 외포리에서 노고산까지 도로 옆으로 수로가 있는데 건평리 사람들은 이 일대를 장지포 방죽이라 부른다.

주민들은 이 장지포 방죽에서 가래질로 물고기를 잡았다고 한다. 가래치기라고도 하는 가래질은 가래로 물고기를 잡는 전통어업방식이다. 가래는 대나무 등을 엮어 만든 일종의 통발로 그 안의 물고기를 잡는다. 건평리에서는 주로 싸리나무, 칡넝쿨 등으로 가래를 만들었다. 남쪽 지방에서는 주로 농사가 마무리된 저수지 등에서 물을 빼고 이루어졌는데 건평리에서는 장지포 방죽 수로에서 가래질을 했다고 나이 든 주민들은 추억한다. 장지포 방죽이라 불리던 그 외포리 수로에서 지금은 낚시도 여의치 않다.

 

삼흥찬이 석모수로를 흘러드는 곳에 장지포비석군이 있다.
가래 (사진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1955년9월에 極甚(극심)한 海溢(해일)로 防湖堤(방호제)가 流失(유실)되어 癈農(폐농)에 이르자,,,,,,國會(국회)에서 力說(역설)하여 全江華地區防湖堤(전강화지구방호제)가 大規模(대규모)로 개축(改築)되었다. 이에 長池浦田夫稧員一同(장지포전부계원일동)은,,,,,,이 碑를 새겨 세운다.  - 서기1976년11월’


장지포비석군에 있는 비석 3개 중 하나가 강화출신으로 국회의원 시절 강화지역 방조제 개축에 앞장섰던 윤일상 선생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송덕비이다. 이 송덕비는 선두포축언시말(船頭浦築堰始末)비와 함께 강화에서 농경지를 보호하는 방조제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는 유물자료이다. 해안도로인 해안서로 아래에는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암거(暗渠)가 여섯이다. 도로 안쪽으로 농구장만큼 크기의 깊은 공간이 있다. 암거 반대편으로 수문이 똑같이 여섯이다. 수문은 삼흥천으로 바닷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다. 바닷물은 도로 밑 암거를 지나 수문 앞까지 드나든다. 

삼흥천은 덕정산과 진강산 기슭에서 시작된다. 갑비고차라고도 불렸던 강화는 동서로 삐죽삐죽했다. 사이사이 발달되었던 갯골과 갯벌이 매립 간척되면서 남북으로 길쭉한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 강화의 산줄기를 남북으로 연결하면 성덕산에서 갈라진다. 북쪽 끝 철산리 별악봉에서 시작된 강화의 산줄기는 봉천산을 지나고 남쪽으로 고려산과 혈구산으로 이어진다. 이후 덕정산을 지난 산줄기는 갈라져 하나는 남쪽으로 흘러내려 길정저수지를 지나 정족산과 길상산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남서쪽으로 진강산으로 이어지고 도장리로 흘러내린 후 마니산을 오른다.

덕정산의 서쪽이며 진강산 북쪽 기슭의 삼흥리 마을은 산문부락이다. 삼흥2리 산문마을회관 앞은 강화터미널에서 출발한 45번, 46번 버스의 산문종점이다. 그 위쪽으로도 집들이 제법 많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안내판이 선명하다. 산문종점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산마을고등학교 정류장이다.

학교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 보지만 학교가 보이지 않는다. 길 한쪽 옆은 논이고 다른 쪽에서는 집짓기가 한창이다. 진행방향으로 저만치 산 아래로 가지런한 나무들뿐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학교같은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 생각할 때쯤 전봇대에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근처 어딘가에 분명 학교가 있을텐데 여전히 학교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반송 뒤로 뭔가 보이는 것 같은데 여전히 학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산마을 HIGH SCHOOL’이라 쓰인 작은 목판화 간판에 뒤로 언뜻 보이는 작은 건물이 산마을고등학교 건물임을 비로소 알겠다. 학교 건물 대부분이 단층이고 나무와 흙으로 지었다. 운동장 입구의 생태순환형 화장실과 운동장 옆에 있는 태양광판넬은 어쩌면 당연하다. ‘산마을에서 전환학교를 꿈꾸는’ 산마을고등학교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평화의 씨를 뿌리는 사람, 지혜와 배움을 나누는 사람을 향한 교학상장(敎學相長) 중이다. 자연 평화 상생을 응원하며 조심스레 돌아선다.

 

산마을고등학교는 바로 앞에 다다를 때까지도 어딘지 잘 알 수가 없다


삼흥천은 강화남로 산문입구 아래부터 지방하천이다. 강화남로를 지나서도 제법 빠르게 흐르던 물이 곧 멈춘다. 보(洑)다. 정체 구간, 어김없이 페트병, 스티로폼, 캔, 병 등 각종 쓰레기투성이다. 삼흥천 주변에도 논이 많다. 삼흥천은 농수로이기도 하다. 진강산에서 시작된 또 다른 물줄기를 만난 지점부터 인산천 합류지점을 지나 외포리수로 합류지점까지 삼흥천은 반듯하고 긴 수로이다. 특히 농번기에는 농업용수 가득한 저수지와 다름없다. 인산천 합류지점, 트럭 한 대가 다리를 건너는데 차량 전체가 선명하다. 다리 위에 가드레일이 없어 마치 차가 공중에 떠서 건너는 것 같다. 바로 아래에서는 가마우지 두 마리가 연신 물속을 드나든다.

 

삼흥천의 다리. 가드레일이 없다.
물 흐름이 정체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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