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많은 분들이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 검사에 관심이 있는 듯 하다.

인간의 성향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각각의 특성에 대해 기술하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가뜩이나 인간관계에 목말라하는 현대인에게 매우 매력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16가지 인간의 성격유형에 우열이 존재할까?

오늘 말하고자 하는 느린 성향에 속하는 사람들은 빠른 스피드를 요하는 현대사회에서 나쁘고 잘못된 것일까?

 

필자가 J아동을 만난건 2021년 1월이었다.

마르고 소박해 보이는 J아동과, 다소 여유있는 풍체와 화려한 외모의 J아동모는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에서부터 서로 다는 성향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 아이가 현재 초등 3년 인데요."

"가끔 말을 더듬고, 언어가 느린 듯 하고, 학교나 학원 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바로 밑 동생은 참 빠르고 공부도 잘 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요?"

급한 성향의 J아동모는 기관에 온 이유를 빠르게 말씀하셨다.

 

"네 그러시군요"

"언어검사와 심리검사를 해보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언어검사결과 10%ile -1SD로 약간지체(유의요망), 심리검사결과 K-WISC-IV 전체

지능지수 59 (매우낮음) 으로 나타났고, 말더듬은 심리문제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조용하고 느린 성향이라 검사에서도 제대로 답하지 못해서

결과가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안색에 그늘이 진다.

"애 아빠를 닮아서 답답하고 많이 느린것 같아요."

"저와는 정 반대거든요."

 

그렇다 어머니와 성향이 달라 서로 많이 부딛혔을 것이다. 그 과정속에서 J아동은 많은 상처를 받고, 더 위축됐을 것이다.

"한번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10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우리 애는 30분이 되도 도착하지 않아 학원에서 전화가 온 일이 있었습니다."

"걱정이 되어 바로 뛰어나가 보니 길바닥에서 기어가는 개미를 쳐다보고 있지 뭐에요?"

"우리애가 이렇습니다."

"개미가 지나가면 개미 쳐다보고, 민들레 씨앗이 피면 민들레 씨앗 불기도 하고..."

"어휴 속터져..."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다.

 

 

"그럼 어머님 혹시 J아동에 관한 또 다른 일화는 없나요?"

"온 가족이 아빠 차를 타고 집 앞 공원에 가고 있었는데, 단지 앞 새 건물에 1층이 비어있었습니다."

"모두들 저 빈 자리에 어떤 상가가 들어올까? 하고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요."

"J아동이 세븐 일레븐! 하고 말하는 겁니다."

"모두들 에이, 거짓말 하며 무시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세븐일레븐이 그자리에 생긴 겁니다."

"어찌 알았는지 물어보니 건물 모퉁이에 작게 세분일레븐 로고가 조금 인쇄되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맞습니다 어머니."

"J아동은 다른 아이들 보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집중력이 높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작고 섬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소중한 아이입니다."

"또래 아이들 보다 느리고, 답답하고, 어머님과 성향이 다르다고 과연 나쁘고 잘못된 것일까요?"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사람들이 살고있다.

각각의 서로 다른 성향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때 우리 사회가 더울 풍요로와 지지 않을까?

초고속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느리고 답답한 사람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