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정말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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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정말 괜찮아요.”
  • 고동희
  • 승인 2023.08.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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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읽기]
고동희 / 극작가 ·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기록적인 폭우와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거기에 태풍까지. 겹겹의 고난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여름을 지나고 있다.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혹은 그들이 자랑해 마지않는 문명조차 허무하게 스러지는 모습은 차라리 숙연하다. 

지난달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삶을 마감한 안타까운 비보를 계기로 학부모들의 지나친 요구와 언행 등 갑질 논란이 크게 일었다. 비단 학부모 갑질이 특정 학교나 교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 대다수의 학교와 교사들이 겪어온 문제였다는 게 속속 드러났다.

공개된 음성 자료에는 교사를 상대로 학부모들의 도를 넘은 요구와 지시, 심지어 조롱과 멸시까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보도의 대부분은 해를 끼친 가해 학생의 부모가 벌인 갑질이어서 어처구니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스란히 갑질을 당할 수밖에 없는 현장 교사들의 고충이 애처롭다.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각별한 사랑이야 탓할 일이 아니거니와 오히려 칭송해야 마땅할 터. 다만 어긋나고 과도한 부모들의 욕망마저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되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공연장 등에서도 아이들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일 때가 종종 생기곤 한다. 입장이 제한된 어린 관객들을 부득불 입장시키겠다는 보호자들의 요구 때문이다. 공연장 운영자들의 설명에도 우격다짐을 벌이기도 하는데, 한결같이 “우리 아이는 “정말‘ 괜찮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무대를 활용하는 공연은 연극, 무용, 전통, 뮤지컬, 오페라, 성악, 오케스트라, 대중음악, 마술 등 실연하는 장르도 다양하고, 공연마다 주요 관객 대상도 제각각이다. 어르신을 위한 공연이 있는가 하면 산모와 태아를 위한 공연도 있다.

공연마다 대체로 입장 가능한 나이를 표시하는데, 공연의 내용이나 특성에 따라 관객 대상에 맞는 작품으로 무대와 객석을 운영하는 까닭이다. 영유아나 어린이 대상의 가족극이나 음악회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객석에도 조명을 켠 채로 공연하는 경우가 많고, 반면에 연극이나 무용 등의 공연에서 객석은 물론 무대까지 완전히 어두운 암전 장면이 흔하게 연출된다.

암전은 공연의 흐름에서 여운을 주거나 장면의 전환과 등장인물의 등·퇴장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암전에 익숙하지 않은 영유아를 비롯한 어린 관객들은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 공연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성인 대상의 공연을 어린 관객들이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려워 공연 도중에 소란이 일거나 자리를 이동하기도 하면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한다. 공연에 따라서 입장에 제한을 두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보호자가 반드시 동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전시장 등에는 ’눈으로만 보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있지만 어린 관객들은 때때로 작품을 직접 만지거나 심지어 두드리거나 밀치기도 한다. 모든 게 궁금한 아이들의 호기심 발동은 자연스럽지만, 유명한 미술품이 의도치 않게 훼손되는 일이 외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든 공연장에서든 전시장에서든 아이들을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는 ‘정말 괜찮은’ 주인공으로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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