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꿔준다는 말 믿었다가... 좌충우돌 인생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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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꿔준다는 말 믿었다가... 좌충우돌 인생살이
  • 김병태
  • 승인 2023.11.08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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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김병태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반
시민의 신문 <인천in>이 인천노인종합문화화관과 함께 회원들의 글쓰기 작품(시, 수필, 칼럼)을 연재하는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을 신설합니다. 풍부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고, 글쓰기 훈련을 통해 갈고 닦은 시니어들의 작품들을 통해 세대간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눕니다.

 

사글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내 집 마련에 꿈을 꾸며 발버둥 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내고 전세금이 있어서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었다. 마지막 입주금을 내려니 준비된 500만원이 있어야 하는데 300밖에 구할 길이 없었다. 그때 내가 다니던 직장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동료들이 집들을 다 가지고 있는 형편들이라 평상시 나하고 같은 조의 조장을 맡은 염형에게 넌지시 돈 이야길 했다. 그랬더니 “그래 알았다”고 하였다.

평상시에 믿을 만한 사람이었고 기한이 약 한 달이 남았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별일 없이 알았다니 꾸어주겠지.’ 하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말일이 거의 다 되어서 돈 이야길 해보니 웬걸! 말을 알아들었다는 이야기지 돈을 꾸어 준다는 이야기를 안했다는 것이다. 자기는 돈 빌려준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빌려줄 돈도 없다고 하였다.

나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라.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이야길 해봐도 돈 나올 곳이 없어 낙담하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공장 내 펌프장에 근무하는 정형이 일부러 날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에 관한 이야길 듣고 왔단다. 돈이 많아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해서 돈을 빌려 주겠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형이 스스로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하니 너무 반갑고 속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절로 감사 기도를 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뜻밖에 문제가 풀리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말일 아침 입주금을 내고 나니 노랗던 하늘이 정상적으로 파래 보였다. 또 염형같이 “그냥 해본 소리야 내가 뭔 돈이 있어 빌려주냐.” 라고 하면 난 죽은 목숨이였기 때문이다. 입주금 내는 당일 아침에는 조바심이 매우 나서 정형에게 전화까지 했었다. 한번 당하고 나니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보였다.

무사히 돈을 입금하고 나니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떠올랐다. 말은 확실하게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이해를 하고, 확인을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 알았어” 이 말이 나는 해 준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는데. 염형은 형수와 상의해 본 후 하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다. 정작 형수와 이야기 하니 안 된다 하여 자기는 생각도 않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상대의 의견을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고 나 혼자 김칫국만 잔뜩 먹은 셈이었다. 거의 한 달을 허송세월하다 막바지 일주일 전에 확인하고서는 허둥지둥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에 지금도 얼굴이 뜨거워진다. 빌린 돈은 한 달 후에 갚았고, 그때 애가 탔던 일주일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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