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들어오는, 동화책 속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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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들어오는, 동화책 속 성평등
  • 김채언
  • 승인 2023.11.10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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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으로 가는 길]
(4) 북 리뷰 - ④김채언 시민작가
인천YWCA와 인천in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성인지 관점의 콘텐츠를 개발해 연재합니다. 인천YWCA 이를위해 지난 3월부터 시민작가단 육성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이번 콘텐츠 기획에는 최종 선정된 6명의 시민작가가 참여하여 성평등과 관련해 ◇벡텔초이스 영화 소개 ◇기관·단체 관계자 인터뷰 ◇컬럼 ◇북 리뷰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열일곱번째 순서는 김채언 시민작가의 북 리뷰입니다.

 

무수한 논란과 다짐 후에도 우리에게 ‘성평등’이란 개념과 실천은 아직도 편하게 와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겐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각자의 시선으로 즐겁게 읽으며 성평등의 가치를 알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동네책방, 시니어, 여성청년농업인, 성평등 전문강사, 대학생, 어린이집 원장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가운데 충북여성재단이 모두를 위한 성평등 동화책 10권을 선정했다. 그 ‘함께 읽어요, 모두들 위한 성평등 동화책’ 10권 중 4권을 소개한다.

 

 

첫 번째 동화책은 <말라깽이 챔피언>(씨드북, 레미 쿠르종 지음, 권지현 옮김)이다.

주인공 파블리나는 아빠와 세 명의 오빠들과 살고 있다. 가족들은 그를 이름 대신 말라깽이라 부른다.

집안 일은 오빠들이 힘쓰는 내기로 당번을 정해 버렸기 때문에 파블리나 독차지다.

어느 날, “왼쪽 주먹이 강하다면 여자애라도 괜찮다”는 코치의 말에 피아노 대신 권투를 시작하게 한다. 오빠들을 이길 정도로 강해졌다.

얼마 후 시합까지 출전하게 된다.

시합 전날,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피아노를 치며 두려움을 달랜다. 시합 당일, 글로브 속에 엄마 사진과 함께 가족들의 응원의 편지가 들어 있어 힘을 얻는다. 결국 시합에서 승리하지만 그는 권투를 그만둔다.

그 이유는 “주먹을 활짝 펴서 손가락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게 좋으니까요.”

남자들만 있는 집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파블리나의 용기 어린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두 번째는 산딸기 크림봉봉(씨드북, 에밀리 젠킨스 글, 소피 블래콜 그림, 길상효 옮김)이다. 이 책은 시대별로 전개되는 ‘산딸기 크림봉봉’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의 인권을 풀어 냈다.

300년 전, 엄마와 딸은 덤불을 헤치며 산딸기 딴다. 젖소의 젖을 짜고, 나뭇가지로 만든 거품기로 15분쯤 저어 크림을 만든다. 우물에 물을 길어 오고, 올이 굵은 천으로 산딸기즙을 낸다. 완성한 산딸기 크림봉봉은 낑낑거리며 언덕빼기 얼음 창고로 실어 날라 보관한다. 아빠와 오빠들, 막내동생의 식사 후 산딸기 크림봉봉을 나눠 준 후, 부엌에 앉아 양푼에 남은 봉봉을 싹싹 긁어 먹는다.

200년 전, 흑인 엄마와 딸이 농장에서 산딸기를 딴다. 배달된 우유 크림을 대장간에서 만든 쇠 거품기로 10분쯤 저어 크림을 만든다. 양철 거름망을 사용해 산딸기즙을 낸다. 완성 후 얼음덩어리로 채워 둔 나무상자에 보관한다. 두 사람은 주인집 가족들의 저녁식사와 산딸기 크림봉봉을 나눠 준다. 엄마와 딸은 늦은 밤 벽장에 숨어 양푼에 남은 봉봉을 싹싹 긁어 먹는다.

100년 전, 시장에서 구입한 산딸기와 유리병에 담긴 배달된 우유크림을 손잡이가 달리 거품기로 5분 정도 저어 크림을 만든다. 산딸기는 수돗물에 씻어 체에 담아 손으로 으깬다. 매일 배달되는 얼음덩어리가 가득한 나무로 만든 아이스박스에 넣는다. 딸은 부엌에 선 채로 양푼이를 싹싹 핥아 먹는다.

 

가까운 몇 년 전, 아빠와 아들이 슈퍼마켓에서 산딸기와 유기농 크림을 산다. 아빠는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찾고 아들은 전기 거품기로 2분 쯤 저어 크림을 만든다. 전기 믹서기로 갈고 플라스틱 주걱을 사용한다. 완성된 크림봉봉을 냉장고에 넣는다. 산딸기 크림 봉봉은 식재료를 구하는 법, 요리 도구와 냉장법은 다르지만 양푼까지 싹싹 핥을 정도로 맛있다.

산딸기 크림봉봉이라는 디저트를 통해 과거 여성이 집안 일을 도맡아서 했던 불편한 진실과 가족들의 역할의 변화, 노예 제도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바뀐 리커버판을 보면 책의 내용을 더 이해하기 쉽게 와 닿는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산딸기 크림 봉봉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 번째, 소개 할 책은 <오, 미자!>(노란상상, 박숲 글·그림)이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오른 수 많은 인파 속 여성들의 시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청소부인 미자씨는 서로 치워달라는 하는 사람들과 차별 때문에 일이 즐겁지 않을 때도 있다. 전선 작업자 미자씨는 여자다, 아줌마라는 이유로 하는 하는 일에 대해 신뢰받지 못한다. 스턴트맨인 미자씨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한다. 이삿짐센터 미자씨는 무거운 짐도 번쩍 들어 옮길 수 있다. 택배 일을 하는 미자씨는 택배를 기다리고 있을 이를 위해 열심히 뛴다.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일 하고 있다. 책 속 여성 노동자 미자씨들의 직업은 남성 들이 주로 해오는 직업들이다. 늦은 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길에 오른 미자씨들을 보며 그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미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동화책은 <종이 봉지 공주>(비룡소, 로버트 문치 글, 마이클 마첸코 그림, 김태희 옮김)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공주는 왕자와 결혼 준비를 한다. 어느 날 무서운 용이 나타나 공주에 성을 공격하고 옷을 몽땅 태워버리고는 왕자를 납치했다. 옷이 타버려 린 공주는 종이 봉지 한 장을 입은 채 왕자를 구하러 떠난다. 동굴에 있는 용은 성 한 채를 통째로 삼켜 배가 부르다며 내일 다시 오란다. 결국 용을 설득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고, 용감하다는 칭찬에 불을 뿜어 숲 쉰 군데를 태우고, 십 초 안에 세상을 한 바퀴 돌고, 한 번 더 해 보라는 말에 또 한 바퀴를 돌다가 지쳐 곯아떨어졌다.

이 틈을 타서 왕자를 구출한다. 하지만, 왕자는 종이 봉지 한 장를 입고 있는 공주의 몰골을 보고 화를 냈다. 이에 공주는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라 말하고 “왕자와의 결혼을 취소한다” 는 사이다 발언을 한다.

우리의 흔한 결론은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이다. 하지만, 공주가 왕자를 뻥 차고, 공주가 왕자를 구하는 반전 동화다. 공주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당당한 모습이 마음에 와닿는다.

 

 

불평등의 원인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해결하며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보다 평등한 노동과 평등한 돌봄을 미래의 우리들에게 돌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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