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한옥의 정취, 옛 시골밥상의 정겨움 - 마니산 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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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의 정취, 옛 시골밥상의 정겨움 - 마니산 산채
  • 유영필
  • 승인 2023.1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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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유영필 약사의 인천 맛집탐방]
(8) 강화 마니산산채 - 산채비비밥과 감자전

요즘들어 주말이면 강화도에 식사하러 가는 곳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맞이한 토요일! 집사람과 나는 높아진 하늘과 맑은 햇살을 받으며 한시간 반 정도 운전 끝에 목적지인 마니산 산채에 도착했다.

 

마니산 산채
마니산 산채

 

이곳은 손님이 워낙 많아서 대략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있었다.

집사람과 근처를 산책하며 거닐다보니 어느덧 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반가운 인사를 기다렸는데, 아시는 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오늘은 쉬시는가 보다 생각하고 다른 분께 산채비비밥 두 그릇과 감자전을 주문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분이 음식을 가지고오셨다. 너무 반가웠다. 역시 아시는 분과 오랫만에 인사를 나누고 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무로 만든 그릇에 다래순, 취나물, 치커리와 무생채가 담겨있었다. 공기밥은 쑥밥이 나왔다. 그릇에 쑥밥을 넣고 이집 특유의 비빔장을 섞어 쓱쓱 비벼 한입 넣으니 나물들의 향이 어우러저 묘한 향긋함이 입안을 감싸며 나의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먹은 비빔밥과는 약간의 차이가 느껴졌다. 대부분의 비빔밥 안에 들어있는 계란 후라이나 육회, 고사리, 도라지는 보이지 않았는데 그맛에서 전혀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게 너무도 신기했다. 다래순과 취나물의 향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필자 생각에는 비빔장에 비밀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어 볼까 했는데 이집의 영업비밀로 물어보는게 실례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안물어보기로 했다.

 

나물을 담은 나무그릇,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표
쑥밥과 비빔장

 

비빔밥도 훌륭했지만 같이 나온 반찬 또한 대단했다. 부침개 모양으로 나온 것이있어 젓가락으로 떼어먹으려 했는데 잘 떼어지지 않아 이게 뭔지 알아봤더니 콩전이라고 알려주셨다. 분명 이름만보면 콩을 갈아서 기름에 부처낸 것일텐데 이런 쫀득함이 어디서 오는 건지 정말 신기했다.

어렵게 떼어낸(?) 콩전을 간장에 찍어 입에 넣으니 그 고소함이 콩전이 맞구나하는 생각을하게 되었다. 초석잠과 여주를 섞은 장아찌가 나왔는데 초석잠의 맛은 별맛은 없었지만 씹을때의 아삭거림은 먹는 재미를 느끼게했다. 더구나 기억력 감퇴에 좋다고 하니 먹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여주는 쓴맛을 싫어하는 좋아하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온 음식이라 맛을 보기위해 여주 한조각을 입에 넣었는데 어라? 아주 쓴맛은 느껴지지 않고 아작거림과 약간의 쌉쌀한 맛이 느껴졌다. 아니 싫지 않은 씁쓸함이 느껴젔다. 오히려 쌉쌀한 맛으로 인해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주머니께 여주의 쓴맛을 어떻게 제거했냐고 물어보니 주인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가 대단하시다는 말만 돌아오는 걸 보니 더욱 궁금해졌다. 그러나 이 또한 더 이상 물어보면 실례인 것 같아 나의 욕심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내가 아는 방법은 기름에 볶으면 쓴맛이 없어지는 것은 알겠는데 장아찌에서 어떻게 쓴맛을 없앤건지 너무도 신기했다.

 

콩전과 초석잠
콩전(좌)과 초석잠과 여주장아찌(우)

 

이 집의 된장찌게는 옛날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된장의 맛 그대로 였다. 된장찌게에는 그 흔한 멸치나 돼지고기조차 없었다. 두부와 양파, 고추, 팽이버섯에 된장만 풀어서 만들어낸 찌게가 이토록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이 먹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된장의 힘'이 느껴젔다.

이집의 유일한 동물성 반찬인 멸치볶음을 맛본 후 당귀삼채를 먹었는데 그맛은 지금의 약국에서 파는 쌍화탕 맛이 아닌 옛날 동서식품에서 나오던 쌍화차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당귀의 향은 외할아버지의 살아 생전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본인이 운영하시던 대서소에서 추운 겨울날 연탄난로에 올려진 주전자에서 펄펄 끓는 물을 부어 쌍화차를 즐겨드시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그 아련한 기억을 뒤로 하고 오가피 장아찌를 맛보았는데 오가피향에 색다른 맛이 느껴져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여쭤봤더니 오가피 잎에 산초를 넣어서 새콤한 맛이 나는 거라 알려주셨다.

그리고 따로 주문한 감자전을 먹었다. 감자전은 흔히 통닭을 표현할때 겉바속촉이란 표현을 쓰는데 감자전의 테두리는 바삭거리고 안쪽은 촉촉한 감자 맛을 느끼게 되니까 이것은 테바안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감자전을 찍어 먹으라고 준 간장이 다른 곳과는 차이가 있었다. 간장에 부추를 넣어내 왔는데 짠맛을 느낄수가 없었다. 일부러 감자전을 크게 떼어내서 간장에 푹찍어 먹어봤는데도 짜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싱겁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적당한 짠맛이라 하면 될 듯 싶었다. 그외에도 콩장, 연근 샐러드 등이 나왔는데 그맛은 다 특색이 있는 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집의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무언가 다른 맛 그러면서 전혀 인공조미료가 아닌 색다른 건강한 맛을 경험하게되는 신기한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한옥의 정취와 옛날 시골밥상의 정겨움을 느끼고 싶다면 이곳 마니산 산채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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