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12 12 군사반란’과 ‘서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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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12 12 군사반란’과 ‘서울의 봄’
  • 윤세민
  • 승인 2023.1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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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민의 영화산책]
(13) 〈서울의 봄〉 - 윤세민 /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시인, 평론가, 예술감독
영화 <서울의 봄>은 ‘12 12 군사반란’의 진실을, 반역과 배신의 역사를 생생히 전하고 있다.

 

아픈 역사에 대한 진실 찾기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대통령 박정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다. 유신독재가 갑자기 막을 내리고, 민주주의의 희망이 싹트던 시기였다. 체코에서 민주화 시기가 온 프라하의 봄이 잠깐 왔듯이, 대한민국에서는 서울의 봄이 오는 듯하였다.

그러나 서울의 봄은 다시 얼어붙고, 전두환을 필두로 뭉친 하나회의 군사 반란으로 민주화의 꿈은 사라졌다. 하나회는 군대 내 사조직이다. 소수로 뭉친 그들이지만, 주요 핵심 보직에는 그들이 있었다. 보안사령관 전두환은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으며, 5.16 쿠데타로 대통령이 된 박정희를 대신에 이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겠다는 야심에 가득 차 있었다.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육군 참모총장)은 전두환의 과욕과 욕심을 알아채고, 주요 직책에서 밀어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전두환은 목숨을 건 승부를 던진다. 친구 노태우를 포함한 하나회와 함께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을 일으켜 대한민국 군대를 사유화하여 권력을 잡으려 했다.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체포를 무기로 전두환은 최규하 대통령의 결재를 받으려고 했다. 이런 하나회의 군사 반란을 막기 위해 서울을 지키는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이 있었다. 대한민국 군인의 결기와 자존감을 보여준 그였지만, 오합지졸인 육군본부와 이미 포섭된 군인들에 의한 분열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하나회로 시작된 신군부는 군대를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권력의 상단에 그들이 올라선다. 그리고 다시 전두환의 군부독재가 시작되며, 새로운 민주주의의 희망이었던 ‘서울의 봄’은 기약 없이 멀어지게 되었다.

 

영화 <서울의 봄>, ‘12 12 군사반란’의 생생한 재현

이것이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인 ‘12 12 군사반란’과 ‘서울의 봄’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이 ‘12 12 군사반란’을 재조명한다. TV 드라마로는 잠시 나왔지만, 12.12 군사반란을 직접 모티브로 한 영화는 처음이다. 한국 현대사의 운명을 바꾼 사건들 중 수차례 영화화되었던 10.26이나 5.18 광주민주항쟁과 달리, 한 번도 스크린에서 본 적 없었기에 영화 <서울의 봄>이 더욱 이채를 띤다.

그 동안 ‘12 12 군사반란’ 관련의 회고록과 평전, 기사 등 자료는 많이 남아 있으나, 정작 군사반란이 본격 전개된 9시간 동안, 반란군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와 모의가 오갔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역시 진압군의 구체적인 움직임 또한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그 시간의 빈틈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운명이 바뀌던 그날의 생생한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서울의 봄> 시놉시스는 이렇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10월 26일 이후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자신의 야욕을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군 내 사조직을 총동원하여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인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 목숨을 건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 일촉즉발의 9시간, 대한민국 수도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이 펼쳐진다.

<서울의 봄>은 이 사건의 굵직굵직한 순간을 생생히 재현하며 ‘진실 찾기’에 나선다. 물론 다큐멘터리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상상과 각색이 들어가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이름 또한 모두 실존 인물에서 따왔다. 정상호는 정승화 대장, 이태신은 장태완 소장, 김준엽은 김진기 헌병감, 최한규는 최규하 대통령에서 유추된 이름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치밀한 연출과 불꽃 튀는 연기의 조화

김성수 감독의 치밀한 연출 아래 영화가 주는 현장감과 속도감은 실로 대단하다. ‘12 12 군사반란’ 사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현실감으로 진행한다. 특히 당시 12월 12일 저녁부터 13일 새벽까지,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뀐 그 긴박했던 9시간을 치열하게 구성해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반란군과 진압군과의 숨 막히는 공방전이 쉴새없이 펼쳐진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거나 확보하면서 전세의 판도가 뒤바뀌는 장면이 상당한 몰입감을 준다. 조금 긴 편인 러닝타임 141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이를 위한 촬영, 편집, 음향 효과도 긴박한 장면들을 잘 살려내고 있다.

등장 배우들의 연기도 불꽃을 튄다. 전두광 역의 황정민은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이 인간이라는 동물은 말이야.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길 바란다니까?” 등을 외치는 광기 어린 전략의 승부사이자 야욕 가득한 권력자의 모습을 완벽히 보여준다.

이태신 역의 정우성은 전두광의 계략에 속수무책 당하면서도, “내 눈 앞에서! 내 조국이! 반란군한테 무너지고 있는데… 끝까지 항전하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그게 군대냐!” 외치며 진정한 군인으로서의 신념과 뚝심을 진심 가득 보여준다. 특히 “제군들에게 마지막 부탁이 있다! 절대 나를 따라오지 마라.”고 한 뒤 혈혈단신으로 전두광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처절한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반란군과 진압군으로 나뉘어진 조연과 단역 배우들까지 주어진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역력히 드러난다. 노태건 역의 박해준은 친구 전두광과 함께 하나회로서 반란군의 선두로 나서는 연기를, 정승화 역의 이성민은 계엄사령관으로서 전두광을 견제하고 이태신에게 서울을 지켜달라는 당부를 하지만 결국 체포당하는 비운의 연기를, 김준엽 역의 김성균 배우는 헌병감으로 육군본부를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며 반란군의 꾀임에 넘어가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연기를 주어진 캐릭터에 맞게 충실히 표현해 내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반란군의 승리로 종결되지만, 그 속에서 스러져 간 군인정신 그대로인 참 군인들의 신념과 희생은 깊은 울림을 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흘러나오는 군가마저 먹먹한 여운을 준다.

 

<서울의 봄>이 주는 메시지와 ‘진실 찾기’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하나회 멤버로 군사반란에 참여했던 장성들은 모두 승승장구한다. 사령관에, 참모총장에, 장관이 되고, 정계로 나가 국회의원이 되고, 공공기관 기관장이 되어 영화를 누리게 된다. 반면 그들에 맞섰던 참 군인들은 결국 군대를 떠나야 하고 비참하게 버림을 받고 말았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실로 아픈 역사였다.

어쩔 수 없이 픽션이 가미된 영화일지언정, 그 동안 묻혀 졌던 ‘12 12 군사반란’의 진실을, 반역과 배신의 역사를 그야말로 생생히 전하고 있다. 바로 영화 <서울의 봄>이 주는 메시지요 ‘진실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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