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예술가가 꿈꾸는 문화도시 남동구... 정책포럼 ‘남동100%’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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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예술가가 꿈꾸는 문화도시 남동구... 정책포럼 ‘남동100%’ 열려
  • 채이현 기자
  • 승인 2023.12.1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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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활성화를 고민하는 시민들과 예술가, 전문가 한자리에 모여

 

인천 남동문화재단이 14일 시민참여형 남동문화정책포럼 <남동 100%> 를 남동소래아트홀 ‘스튜디오 제비’에서 개최했다. 남동문화재단 프로그램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했던 시민 및 예술가들로 자리가 가득찼다. 시의원, 구의원 및 남동구 주요 기관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남동 100%>라는 이름은 남동구의 문화예술을 구성하고 있는 ‘너와 나’ 각각의 1%가 모여 100%의 완전한 ‘우리’가 되어간다는 의미다. 올해 문화예술현장에서 남동문화재단과 함께 호흡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각계각층의 문화 주체들이 모여 소통하는 네트워크형 포럼으로 기획됐다. 남동구 문화예술단체의 축하공연과 내빈소개, 전문가들의 주제발제, 시민ㆍ예술인들의 사례 발표, 네트워크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전문가 주제발제

재단은 올해 ‘남동구 문화다양성 기초조사 연구’와 ‘남동구 문화예술진흥 정책수립 연구’를 실시했다. 문화다양성 기초조사는 김상원 인하대학교 교수가, 문화예술진흥 정책수립 연구는 서진숙 기분좋은 QX 이사가 맡아 진행했다.

먼저 발제를 시작한 김상원 교수는 문화다양성 기초조사의 의미와 실천의 중요성을 얘기했다. 문화다양성이란 문화예술의 창작, 생산, 보급, 유통, 향유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로 정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대응하고, 문화창조력의 원천인 문화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이 단순히 ‘좋은 말’로 끝나선 안된다는 것이다.

지역 현황과 관련해서는 먼저 남동구의 인구에 주목했다. 남동구는 인천의 10개 구‧군 중 서구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외국인 비율도 네 번째로 많다. 가장 많은 북한이탈주민들과 70%의 사할린 거주자들이 남동구에 살고 있다는 점은 특이점이다. 등록 장애인 수를 기준으로, 장애인 거주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다양한 문화주체와 소수자를 고려하고, 문화활동으로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첫 번째 과제를 도출했다. 비주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활성화하는 것,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문화다양성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거버넌스 구축은 이런 정책 변화를 위한 바탕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서구에서 2020년 제정한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인천에 존재하는 유일한 문화다양성 관련 조례인 현실에서 주민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남동구의 향후 핵심 과제라고 피력하며 발제를 마쳤다.

다음으로 기분좋은 QX 서진숙 이사가 ‘남동 문화예술진흥 정책수립 연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이해관계자 집단 심층면접, 문화재단 임직원 자유토론 및 회의, 남동구민·지역 예술인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음을 이야기했다. 최대한 현장의 요구를 읽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180여 명의 남동구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주민들의 문화적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됐다. 남동구 주민들은 문화예술 활동을 할 때 프로그램의 내용 및 수준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고,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과 문화공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홍보부족 문제가 지적됐고, 참여형 보다는 관람형태의 문화적 요구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50여 명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예술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남동구의 예술인들은 창작공간과 연습공간 등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경제적 지원과 문화예술분야 예산 확충을 요구했다.

서진숙 이사는 남동문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민 문화경험 확대,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특성화 기반 조성, 연결기반 조성, 운영 내실화로 정리했다. 생활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문화 경험을 늘리고, 지역의 예술가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기반과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축하공연을 하고 있는 '아침의 트리오'(사진=인천in)

 

▲ 시민ㆍ예술인들의 사례 발표

첫 번째 발표자는 ‘아침의 트리오’에서 활동하는 피아니스트 문은비 씨였다. 그는 스스로를 ‘남동구의 딸’로 칭했다. 남동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남동구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문은비 씨는 남동구의 문화예술부흥을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남동문화재단이 설립되기를 누구보다 바랐고, 설립계획 기사를 본 이후로 수시로 재단 소식을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구월초, 남동중, 인천예고를 졸업했다. ‘아침의 트리오’는 인천예고를 함께 다녔던 친구들과 함께 이뤄나가는 어린 시절의 꿈이라고 했다. 피아노 문은비, 플루트 전혜현, 박지원, 작곡가 옥지은으로 구성된 이 팀은 2020년 팬데믹을 겪으며 탄생했다. 각자 연주자로 살던 친구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버스킹과 대공연장 공연을 오가며 공연 영역을 넓혀갔다. 고등학교 시절, “10년 뒤 우리는 뭘 하고 있을까?”라고 서로에게 물었는데, 정확히 10년 뒤에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라고 했다.

‘아침의 트리오’는 남동문화예술페스타(NPAF)에서 메인공연과 어린이들을 위한 악기 원데이 클래스를 맡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공연을 끝까지 보고 앵콜을 외치던 관객들의 열기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외에도 소래바다 문화길 프로젝트, 남동버스킹블라썸(찾아가는 문화공연) 등 남동구의 다양한 공연행사에 함께했다.

문은비씨는 예술 기획자로서의 꿈도 있다. 남동구 영 아티스트 선발, 음악 콩쿠르, 악기은행, 인천예술고등학교와의 MOU, 복합문화공간 마련, 예술가들의 프로필 촬영‧영상 제작‧인터뷰 지원 등 문화재단에 제안하는 사업도 다양했다. 광역문화재단보다는 가까운, 남동구 내 문화예술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로서 남동문화재단이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예술가의 시선에서 본 남동문화재단은 무엇보다 예술가를 위한 배려가 깊은 곳이라고 했다. 대기장소부터 공연을 위한 구체적 요구까지 세심하게 잘 들어준다고 했다. 앞으로도 단발성보다는 지속가능한 예술활동을 위한 사업, 예술가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남동구에 남을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지역 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참여한 김단야 씨였다. 미술 작가이자 기획자로 활동하는 그는 자신을 상실을 그리는 작가며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말하는 상실은 죽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별, 분리, 단절, 포기, 파괴, 소외, 결핍 등이 포함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확장된 해석이다. 이런 상실에 대해 ‘복구’라는 개념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했다. 작가는 기후위기 문제를 예로 들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잃어가는 자연에 대한 재해석이자, 파괴된 것을 재생한다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는 기획자의 역량을 키워보고 싶은 예술가로서 남동문화재단의 ‘지역문화전문인력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다양한 강의를 들으며 자신의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이 특히 좋았던 것은 출생지 인천이 아니어도, 남동구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활동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김단야 작가는 남동구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플로깅(걸으며 쓰레기 줍기)-업사이클링-자원순환가게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또 전시공간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유랑구역’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로 참여했다. 어쩌면 이방인인 자신이 남동구를 유랑하며 발견한 것들의 기록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것은 ‘산.단.다(多)’ 프로젝트였다. 택시기사에게 “남동인더스파크역으로 가주세요.”라고 했다가 “남동공단이라고 하면되지 무슨 그런 어려운 말을 쓰냐”는 기사의 말에 느끼는 것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럴 듯한 이름을 지었으나 아무도 쓰지 않는 말, 남동산단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생활‧문화 인프라 부재에 주목했고 이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미술 프로젝트를 산단 내에서 진행했다. 김단야 씨는 이 프로젝트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청년예술가들에게 유입된 ‘기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례발표 중인
사례발표 중인 '고잔나래' 회장 김소영 씨(사진=인천in)

 

세 번째 발표자는 생활문화동아리 중 전통놀이 연구 동아리인 ‘고잔나래’의 회장 김소영 씨였다. 논현고잔동 학부모 6명의 모임으로 시작된 동아리는 놀이가 답이다,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놀이로 자라는, 놀이로 배우는, 놀이로 행복한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전통놀이를 고민한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열정, 노력, 끈기, 성취감을 배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동문화재단의 동아리 지원으로 역량강화 연수, 모임 장소 대관, 전통놀이 재료 구비 등을 할 수 있었고, 다양한 행사에 재능기부 활동으로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를 넘어 청소년까지 이어지는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 동아리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더 많이 활동하고 싶다며 몇 가지 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사업비 정산 절차가 너무 복잡하니 정산을 도와주는 코디네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나 동아리 간의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면 문화콘텐츠를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은 현장경험자만이 할 수 있는 얘기였다.

 

▲ 네트워크 토론

이번 포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참여한 시민들과의 자유로운 토론 시간이었다. ‘멘티미터(Mentimeter)’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큐알코드로 접속 후 휴대폰에 뜨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입력하면 무대 화면에 내용이 뜨는 방식이다. 익명성을 보장하면서 단순한 단어로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한 눈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 모두가 재미있어했다.

플로어에서는 한 참가자가 “중‧장년과 시니어 층의 문화활동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떤 형태든 실제로 참여해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세대별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의견을, 다양한 형태로 마주했던 포럼은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되었고, 박수와 함께 마무리됐다.

 

참가자들과의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위해 도입된 '멘티미터'(사진=인천in)
'멘티미터'로 수집된 단어들(사진=인천in)
'멘티미터'로 수집된 단어들(사진=인천in)

 

김재열 남동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출범 후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딱딱하고 형식적인 포럼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즐겁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 참여 신청을 받아 진행된 정책포럼 <남동100%>는 1년을 맞이한 남동문화재단에게 많은 과제와 물음표를 던졌다. 내년에는 몇 퍼센트를 더 채울 것인지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재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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