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을 팔다
상태바
한눈을 팔다
  • 김병태
  • 승인 2024.02.21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과 나눔의 글마당]
김병태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소통의 글쓰기 반

 

모처럼 날씨가 좋아 아내의 손을 잡고 가좌완충녹지공원을 운동 삼아 산책했습니다. 우리 내외의 복장이라고 해 봐야 수수한 평상복 차림인 데 반해 공원에 산책 겸 운동하러 온 사람들의 복장은 운동복에서부터 쫙 붙은 스키니 까지 별별 옷들을 다 입고 다닙니다. 각자의 개성이라 뭐라 할 말은 없지만, 눈에 띄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 거리가 발생했습니다. 멋지게 빼입은 20~30대들이 지나갈 때 저절로 눈에 돌아갔는데요. 물론 60대 중반인 아내와 비교하면 안 되겠지요. 그런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누구 말 같이 나이 들었는데 마음은 아직도 이팔청춘인지 예쁜 여자가 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다시 쳐다봅니다.

그래도 아내가 옆에 있을 땐 그러면 안 되는데, 날 위해 한평생을 같이 한 사람인데, 생각은 그리 해도 눈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을 어찌할까요? 예쁜 아가씨가 탄력 있는 몸으로 걸어가는데 말이지요.

한눈 팔다가 나는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손바닥이 까져서 어찌나 아프던지, 그것보다 더한 것은 집 사람의 구박이었습니다. 몇 날 며칠 냉랭한 분위기로 집안에서 살얼음판을 오가듯이 했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아날 지경입니다.

마음도 몸과 같이 늙어야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텐데요 나이가 백 살 되신 분이나 스무 살 청춘이나 예쁜 것이나 멋있는 것을 보면 으레 끌리는 마음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요, 어디 나이만큼 통찰력이 생기는 약은 없을까요?

몸 핑계 대지 말고 나이만큼 영혼을 살찌우는 특효약 같은 거 말이지요. 눈앞에 아름다운 사람이 지나가도 돌부리에 넘어지지 않고, 패가망신 당하는 일도 없을 그런 약 말입니다.

눈은 잠시 돌아가도 일상에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하는데 한때의 치기나 부주의에 의해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여, 다들 조심하고 삼가야 할 일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