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남녀노소가 행복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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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남녀노소가 행복한 연기
  • 한인경
  • 승인 2016.10.10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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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21회 인천국제클라운마임 축제

<인천in>은 올해로 제21회를 맞이한 인천 국제 클라운 마임축제(10월 1일부터 12일간 개최)와 관련하여 총괄 기획한 ‘박상숙 작은극장 돌체 대표와의 인터뷰’, ‘축제 리뷰’로 나누어 한인경 객원기자(시인)의 취재로 2차례 연재합니다.


1.『제21회 인천 국제 클라운 마임 축제』를 기다리며
2.『제21회 인천 국제 클라운 마임 축제』리뷰 

 


광대들의 신나는 축제(두번 째 이야기)
 

이번 축제에는 모두 5개팀(한국, 프랑스, 스페인/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이 참가하였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한 무대에서 언어를 제외시킨 연기를 펼친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남녀노소가 한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 모두 ‘행복한 가족공연’에 함께 하였다. 동트기 전의 하늘은 석양만큼 아름답다. 힘찬 시작인 것이다. 1960년대 번안곡 중의 하나인 ‘워싱턴 광장’ 의 선명한 멜로디와 함께 여명이 밝아오듯 무대가 밝혀진다. 피켓 걸인 비비(최은영)의 등장, 클라운 마임의 시작을 알렸고, 잔뜩 기대에 부푼 관객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시종일관 흥미로운 추임새로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된 축제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단연 클라운 마임의 선구자 최규호 마임이스트의 ‘아주 소소한 이야기’였다. 무언극(Non?verbal performance)의 특징상 배우의 동작과 의상, 간간이 들리는 아주 짧은 외마디, 음악, 소품들로 관객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투명하고 부풀린 비닐봉지 3개가 저글링 하듯이 마임이스트의 손에서 원을 그리며 허공을 떠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책을 참고해가면서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고자, 의자와 의자 사이를 적절한 거리와 탄성을 유지하면서 연결한다. 또한 빠질 수 없는 묘기에 가까운 퍼포먼스, 의자 모서리에 균형을 이루며 올라앉아 사색하는 장면도 보여준다. 밝음과 어두움이 보인다. 소통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러나 진지하지 않고 슬프지 않고 어둡지 않고 혼자 연기하여 외롭지 않다.
무대에 오른 클라운마임은 이후부터는 배우들만의 것이 아니다. 관객들 모두의 머리와 가슴으로 중의적으로 이해되고 재탄생된다. 다양한 국가의 마임이스트 참여로 국제적 위상이 돋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최규호 씨의 무르익은 연기가 보태지면서 훨씬 묵직하고 안정된 축제의 모습이 갖추어졌다고 생각한다.

 

 

에나노(Enano, 베네수엘라)는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될 것 같은 마임이스트였다.
참가작은 ‘At home'. 몸을 불사르는듯한 연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힙합 댄서로서의 몸의 유연함은 몸짓 연기에 충분히 도움을 주고 있었다.
‘집’이라는 공간은 지극히 개인적인 곳이다. 거의 반복적인 흐름이 진행되는 곳이 아닐까? 그러나 에나노 마임이스트는 온몸으로 말한다. 현실 속의 스트레스, 어리석음과 어쩔 수 없는 한계, 나의 꿈과 일탈 등 마치 한계 사전을 보는 듯하였다.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들은 줄곧 웃음과 탄성을 내지른다. 어린이들에게 볼거리를 다양하게 제공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작품을 끌고 간다. 클라운 마임의 특징인 스토리가 있기에 도입과 전개와 절정과 결말이 있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포인트였다. 에나노의 열정적인 연기에 다시 한 번 박수로 응원하고 싶다.
Enano, Bravo!

 

 

프랑스의 프레드릭(Frederic). ‘버블(Bubble)'은 묘기였다. 어린이, 어른 모두 30분 여분 간 의 연기 내내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린 관객에게 일종의 버블 아트로 문어를 만들어 줌으로써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일방통행 스토리가 아닌 관객을 배려한 세심함이 보였다. 모든 참가국 들은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관객의 동참을 유도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면서 클라운 마임을 진행해 나갔다. 자신의 몸보다 몇 배 더 크게 부풀린 풍선에 몸 전체를 집어넣고 동작을 보여 주었다. 또한, 몸을 타고 물 흐르듯 한 크리스털 볼의 공연도 이야기와 잘 섞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귀여운 복장과 그에 어울리는 캐릭터인 파멜라(Pamela, 스페인)와 엄하지만, 파멜라를 결코 싫어하지 않는 캐릭터인 로버트(Robert, 이탈리아)와의 부조화가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었다.
말이란 것이 참으로 묘하다. 의사소통에 절대적이지만 살면서 때로는 말로써 의사소통에 실패 또는 낭패를 본 적인 한두 번씩은 있다. 클라운 마임은 말을 배제한 연극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임이스트들이 보여 주는 연기는 더더욱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리고 재미까지 더해진다. 실제로도 연인관계라고 하는데 파멜라와 로버트의 좌충우돌 연기, 더불어 선사하는 신나는 웃음거리로 관객들은 무대가 어두워질 때까지 빠져들게 된다.

 

 

아르헨티나 참가작은 마치 한국의 서커스와 마술을 보는듯했다. 강렬한 붉은색의 채찍을 바닥에 세차게 내리치며 등장하는 큰 키의 배우, 얼굴에 검은 봉투를 쓰고 정확한 위치에 칼 던지기, 꽃송이만 정확하게 채찍으로 맞추기,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손에서 한없이 동전 나오게 하기 등을 보여주었다. 채찍이 무대 바닥에 쇠를 가르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강하게 부딪혀질 때마다 관객들은 다음 장면에 대해 긴장감을 갖게 된다.

 


 
끝으로 피켓걸의 역할을 맡았던 비비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본격적인 작품 시작 전에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일명 비비(BiBi)의 깜찍한 복장과 비록 작은 체구이긴 하나 관객 전체를 포용하는 능력이 보였다. 비비의 무대에서의 클라운 마임 작품이 궁금했다.
 
 
관객들은 대부분 30, 40대의 부모와 자녀가 많았으며 연인 사이로 보이는 젊은이들도 보였다. 특히 여러 명의 아이들과 함께 온 관객 한 분이 눈에 띄었다. 감사하게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클라운 마임은 첫째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합니다. 다양한 내용과 주제가 있어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 같아서 아파트 아이들, 학교 친구들을 데리고 같이 보러 왔어요.” 인터뷰해주신 안지연(38) 씨는 클라운 마임의 견고한 마니아층의 한 분 같았다. 또 한 분, 안내 데스크에서 소탈한 웃음으로 오신 분들 맞아 주셨던 50대 초반의 여성분도 기억하고 싶은 분이다. 작은극장 돌체의 연간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시민참여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동기가 되어 클라운 마임에 수 년째 몸 담고 있는 분이라고 하셨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밝히지 못함이 안타깝다. 안내해주시는 직원들이 모두 친절했다. 한마음으로 클라운 마임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었다.



 
인천 유일의 국제적인 아티스트들의 행사로 금년으로 21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제21회 국제클라운마임축제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된다.
‘행복한 가족공연’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클라운 마임축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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