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위로를 건네는 시간, 신석체육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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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위로를 건네는 시간, 신석체육공원에서
  • 유광식
  • 승인 2024.04.22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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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26) 석남동 신석체육공원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공원 내 확성기(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2020ⓒ유광식
공원 내 확성기(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2020ⓒ유광식
신석체육공원 입구(북측), 2024ⓒ유광식
신석체육공원 입구(북측), 2024ⓒ유광식

 

4월의 이미지는 많이 변모한 것 같다. 여러 재난의 기억이 사회에 내재하고 있어서인지 숙연해지고 만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의 원인이 자연의 불확실성에 있다고는 하나, 잘 드러나지 않는 인간 행위라는 부분에 힘이 실리기도 한다. 전쟁 상황은 완전히 물러나야겠고 대화와 연대로 사회 분위기가 좀 더 피어났으면 좋겠다. 지난주엔 안타까운 두 분의 타계 소식이 하루 차이로 전해졌다. 두 분 모두 이 사회의 정의를 위해 삶을 바친 한국의 어른이셨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우리 사회의 지성인으로 살다 가셨음을 잊지 않기로 다짐한다. 꽃잎 떨어진 길을 따라 뒤늦게 석남동 신석체육공원을 찾았다. 

 

신석체육공원 종합안내도, 2024ⓒ유광식
신석체육공원 종합안내도, 2024ⓒ유광식

 

석남동에는 서쪽 공장 지대와의 거리를 두기 위해 석남완충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지난 2022년 초, 마지막 4단계 구간 사업을 완료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공장과 주거 지역을 나누는 완충녹지는 석남이음숲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었다. 녹지의 가운데 부분에 신석체육공원이 숨겨져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아카데미가 있기도 한 이 작은 공원은 언제인가부터 인근 SK화학공장 벚꽃 동산과 더불어 벚꽃놀이 장소로도 알려졌다. 벚꽃 시즌이 되면 차량을 몰고 와 돗자리를 쫙 편 후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체육공원답게 축구와 농구, 풋살 등은 상설 행사 격이다.  

 

4월 초 만개한 벚꽃, 2020ⓒ김주혜
4월 초 만개한 벚꽃, 2020ⓒ김주혜
가족 벚꽃 놀이(딸이 엄마・이모・할머니를 사진에 담는다.), 2020ⓒ김주혜
가족 벚꽃 놀이(딸이 엄마・이모・할머니를 사진에 담는다.), 2020ⓒ김주혜
돋아나는 벚꽃, 2024ⓒ유광식
돋아나는 벚꽃, 2024ⓒ유광식

 

4년 전쯤 잠시 들렀던 공원이다. 당시엔 공원 옆에 커다란 물류센터 건물이 없어 탁 트인 전망과 햇살을 자랑했는데, 이제부터는 물류 시설로 인해 공원의 오후는 그늘이 낮잠을 잔다. 여름에는 조금 나을지 모르나 공원이 감당해야 할 모습이다. 벚꽃 만개는 바로 한 주 전에 지나버렸다. 대신 한적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체육을 위한 이용객 외에도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아주는 부모들, 동네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 돗자리에 누워 독서하는 젊은이의 모습에서 휴식의 단내를 느껴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아침 라디오 방송을 정리한 김창완의 어떤 노래처럼 꽃잎의 떨어짐도 어떤 사색으로써 손색이 없을 정도다.

 

공원 옆 거대 물류 시설(공원 일조량이 줄었다.), 2024ⓒ유광식
공원 옆 거대 물류 시설(공원 일조량이 줄었다.), 2024ⓒ유광식
농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2024ⓒ유광식
농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2024ⓒ유광식
공원 둘레를 산책하는 시민들, 2024ⓒ유광식
공원 둘레를 산책하는 시민들, 2024ⓒ유광식

 

주변을 살피다 보면 깊고도 상식적인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딸의 몸무게만큼 시소를 눌러주는 아빠, 배드민턴을 치며 둘 사이에 오작교를 잇는 젊은 부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동료들과 농구를 즐기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서 말이다. 도시의 삶을 긍정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겠지만, 가끔은 도시가 유효한지 질문을 던져 보게도 된다. 작은 공원을 찾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는 함정에 빠져 있지만 말이다. 어느 방송에서 가수 김창완은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회를 가지라고 말했다. 항상 빠르게 밖을 내다보고 경계하며 지나가는 삶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기 쉬운 시점에 자신을 탓하기보다는 위로를 건네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휴식이 필요하고 작은 공원도 필요한 법이다.  

 

농구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2020ⓒ유광식
농구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2020ⓒ유광식
신석체육공원과 연결된 석남이음숲(조서강묘로 이어진다.), 2024ⓒ유광식
신석체육공원과 연결된 석남이음숲(조서강묘로 이어진다.), 2024ⓒ유광식

 

신석체육공원은 석남완충녹지(석남이음숲)에 접을 붙였다. 비록 서쪽 풍광은 물류센터 벽면으로 가로막혔어도,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언덕을 트고 연결하여 이젠 저 멀리 조서강묘, 상생마을 복합커뮤니티센터 부지까지 산책할 수 있다. 접목 지점은 물류센터가 조성되기 전 어찌 그렇게 부지런히 가꾸었는지 모를 경작지(불법?)가 숨겨진 자리였다. 그땐 밭의 주인이 있었는데, 다들 어디로 숨었을까? 신석체육공원은 앞으로도 석남동의 중요한 숲길의 중간 장소로서 주목 받을 것이다. 엄청난 부피의 물류센터로 인해 가려진 영역이 있지만, 그 이상의 열린 구역이 새롭게 돋아나고 있다. 다 같이 이용하는 꽃길의 목로가 되길 꿈꾸어 본다. 아니 나팔을 불어 본다.  

 

새롭게 단장된 석남이음숲, 2024ⓒ유광식
새롭게 단장된 석남이음숲, 2024ⓒ유광식
이온 음료를 챙겨 신석체육공원을 오르는 학생들, 2024ⓒ유광식  
이온 음료를 챙겨 신석체육공원을 오르는 학생들, 2024ⓒ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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