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학교폭력 - 김인해 단편 청소년소설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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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학교폭력 - 김인해 단편 청소년소설 <외톨이>
  • 이한수 선생님
  • 승인 2014.11.20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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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 선생님의 교실밖 감성교육] 3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폭력적 행동을 할 때에는 아이의 자존감이 위축되어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작품에서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가 키운 외동아들이 남들한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에 의존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때라 누군가 자신을 무시한다 싶으면 화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고 봐야 합니다. 아이의 폭력적 행동은 내면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으니 어찌 보면 반가운 일이기도 합니다. 나무라기만 할 일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가르칠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 때가 바로 활동적 자아가 형성되는 때라고 하는데 공차기든 그림 그리기든 뭐든 잘 하는 게 있으면 자아 형성에 참 좋다고 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화를 내고 폭력적 행동을 하는 양상이 좀 복잡해집니다. 저마다 자아가 강하지는 때이니 강한 자아가 서로 충돌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이 때를 사회적 자아가 형성되는 때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또래 친구가 그렇게 중요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내 자존심이 중요한 만큼 상대도 존중해 주어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차차 배우게 됩니다. 원만하게 관계를 맺지 못하면 가까이 지내는 애가 없어 외톨이가 될 수도 있고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해 패거리에 들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합니다. 잘난 아이 못난 아이 비교하고 시기하는 일 때문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암암리에 형성되어 가는 지배 질서를 내면화하기 시작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아를 잃으면서 소외되기도 합니다.
 
비교 성향이 강하고 경쟁심이 있는 사람일수록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만 내면의 정신 건강은 나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지위가 높아지고 지배력은 더 강해질 수 있지만 행복감이나 삶의 만족도는 반비례해 낮아진다는 겁니다. 한 동네에 사는 그만그만한 동무들과 잘 어울려 지내다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이 바로 비교에 의한 열등감 때문일 겁니다. 다른 아이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분발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이기기 위해 긴장하면서 지내는 일이 어찌 보면 참 끔찍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성적이나 집안 배경, 심지어는 폭력적 행동으로 지배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이런 경쟁 속에서는 참다운 인간관계가 싹틀 수 없으며 내면에 자기소외의 그늘이 진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실상, 어른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잖습니까. 끊임없이 경쟁을 조장하는 이런 세상에서 살다 보면 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요. 무슨 대학을 나왔고 연봉이 얼마며 사는 집은 몇 평이나 되느냐 하는 게 내 행복감의 척도인 걸 인정해 버리면 내 삶이 너무 속물적인 것 같아 겉으로는 사람이 그런 것만으로 사는 게 아니지 하고 회의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세속적인 욕망으로부터 초연하기란 불가능한 게 아닐까요. 그게 다 패배자의 자기 위안이거나 나보다 나은 자에 대한 시기심을 묘하게 치장한 것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걸 보면 진실한 관계, 내면의 충만이라는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어른들 마음이 이럴진데 그 어른들이 기른 아이들 마음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중학교에 진학해서 한 반이 된 아이들 중에 초등학교 동창이 하나도 없으면 학교 다니는 게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짓는 것은 사회적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관계의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랍니다. 이 때에 또래 집단에 끼지 못하는 건 어른의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주인공이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고 인기 많은 아이에게 충성을 다했고 그 애도 나한테 관심을 갖고 대하는 것 같아 너무 좋았는데 나중에 자신이 그 많은 똘마니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 큰 외로움에 빠집니다. 배신감을 이기지 못하여 그 애를 쳤고 주인공은 졸지에 주먹 센 놈으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 애를 따돌리고 괴롭힐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시 외톨이가 되는 건 죽어도 싫으니까요.
 
성장기의 학생들은 관계 명예의 욕구와 결부된 시기, 미움의 감정을 다룬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간접 경험을 통해, 인정욕구에 매달리면 참다운 인간관계가 맺어질 수 없으며 자기 부정을 통해 겸손해져야만 타인과 진심이 통하게 된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어릴 때에는 이기면 신나고 지면 화나는 단순한 정서의 지배를 받지만 사춘기 무렵이 되면 누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마음이 묘하게 반응하는 신비한 정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정서는 분명 한 차원 높은 마음 상태입니다. 보다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 아닌 누군가 패배하는 것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정서 상태는 고귀한 마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민의 감정이 싹트면 뻔뻔한 승리자에 대한 분노의 감정도 저절로 뒤따릅니다. 연민은 정의감과 직결될 수 있으며 정의감은 더 고차원적인 정서 상태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작품 감상>
 
도서관에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너는 딴 곳에서 떡볶이를 먹는다고 통보했다.

“야, 여태 기다렸어? 기다리다 안 오면 빨리 전화라도 해야지! 너 왜 그렇게 멍청하냐.”

비웃듯 말하며 전화를 끊는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거렸다. 무조건 네가 오기를 기다린 게 몇 분쯤일까? 네가 언젠가는 오겠지 믿으며 기다린 시간으로 몇 미터를 걸었을까? 만화 주인공의 얼굴, 몸, 손등의 힘줄까지 그리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무작정 너를 믿고 기다린 내가 한심스러웠다.

혼자서 쇳소리 나는 식판을 긁다 보니 쇠로 만든 국과 밥을 먹는 것 같았다. 입에서 쇳가루가 나올 것만 같았다. 밥을 먼저 먹은 아이들이 내 곁을 지나갔다.

다음 시간은 체육. 탈의실에는 남자 아이들의 땀 냄새와 살 냄새가 진동했다. 너는 초록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서 나를 기다렸다. 느릿느릿 체육복을 입었다.

“화장실에 왜 안 왔어?”

네게 묻는 내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낯설었다.

“야, 미안하다고 했잖아!”

“화장실에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왜 안 왔냐고?”

나는 폭발했다.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저 장난감처럼 갖고 논 너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야, 그깟 일로 쩨쩨하게 그러냐.”

더 이상 참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2반의 쩨쩨한 남자로 영원히 불리게 될 테다. 지금이 그걸 날릴 기회임을 내 촉각이 말해 주었다. 너의 입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너의 원심력에 휘둘리고, 천 원이면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샤프쯤으로 가벼이 여긴 무례함에 대한 한방을. 너는 몰랐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졸개로 여길까 봐 내가 조바심 낸다는 것을.

아이들이 너와 나를 뜯어말렸다. 너는 키만 컸을 뿐 고무줄처럼 가늘고 매가리도 없었다. 반면 내 뼈는 굵고 단단했다. 그걸 확인하면서 너를 외톨이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다.


인성여자고등학교 이한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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