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에서 채집해 재창작된 ‘인천의 소리’들
상태바
사라질 위기에서 채집해 재창작된 ‘인천의 소리’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5.08 15: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드뮤직 그룹 세움’ 유세움 씨, 인천의 소리 담은 서적 발간

‘월드뮤직그룹 세움’의 리더 유세움 씨의 지난 4월 북 콘서트 현장.
 
지난 2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인천 출신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후보에 올랐던 ‘월드뮤직 그룹 세움(이하 세움)’의 리더 유세움 씨가 지역사회의 귀감이 될 만한 의미 있는 책을 발간했다. 이와 함께 오는 8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참여 날짜를 확정하는 등 경사가 겹쳐 한 해 동안의 활약에 지역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유씨는 최근 <인천의 예술가, 인천의 소리를 보다>라는 서적을 발간했다. 이 책과 관련해 유씨는 “인천서 자라고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역 문화예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고, 이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예술로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 밝혔다.
 
유씨가 밝힌 진행 과정은 이러했다. 유씨는 2013년 9월, 운전을 하다 우연히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분명히 인천 안에서 토속음악이 있을 것인데 그간 접해보질 못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더욱이 ‘세움’이 국악기를 사용해 음악을 펼쳐오는 팀인 것을 감안하면 유씨의 이런 아쉬움은 더욱 컸다고 한다.
 
유씨는 “어딘가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동시에, 훗날 이 작업이 성공했을 때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창작의 좋은 아이템으로 활용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유씨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하고, 그 다음날부터 곧바로 취재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유씨는 이러한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처음 2~3주 동안 돌아다니면서는 단 한 줄의 객관적인 자료조차 얻지 못했고, 인천시청을 비롯해 주요 박물관과 옛 흔적이 묻어있는 장소 등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자료 수집을 했음에도 변변한 자료가 될 만한 것들을 구할 수가 없었던 것. 더욱이 인천시를 비롯한 관에 이러한 작업에 대해 제안을 했을 때 반응이 상당히 부정적이었고, 때로는 지원비를 받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지 않았다며 의심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씨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자료수집에 대한 취재 작업을 계속했고, 이러한 소리들이 섬에도 남아있을 거라는 판단으로 인천지역의 주요 섬들을 모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섬에 있는 노인정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평소에 계신다는 곳들은 유씨의 주요 표적이 됐다. 어르신들 중에서도 그러한 소리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없었지만, 어렴풋이라도 기억한다는 분들은 죄다 만나봤다고. 그것이 400여일. 이러한 1차 취재작업을 마친 결과가 바로 이 서적인 셈.
 

유세움 씨의 북 콘서트 중 책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한편 이 책에서 나온 ‘채집한 인천 소리’는 비록 유통이 되지 않는 비정규이긴 하지만 음반으로도 나와 있다. 연평도와 덕적도, 백령도 등을 다니면서 옛 소리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의 노래를 마이크에 담아냈고, 그 어르신들의 소리를 그대로 실어낸 것을 한 장에, 그리고 이 어르신들의 노래를 가지고 ‘세움’이 현대 악기로 재창작한 것을 다른 한 장에 실어 두 장짜리로 ‘Rewind & Rebirth’라는 프로젝트 음반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이번 작업에서 어르신들의 모든 소리를 재창작하지는 못해 6곡만이 재창작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대해 유씨는 “이것이 끝이라면 곤란할 것”이라며 “올해에도 계속 이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씨는 지난 4월 25일 신포동 소재 ‘버텀라인’에서 책 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갖기도 했다. 이 콘서트에서는 유씨의 책에 대한 코멘트 외에 유씨가 운영하는 ‘문화공작소 세움’이 발굴한 여성 3인조 퓨전 국악 팀 ‘다나루’가 연주를 선보이는 등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25일 북 콘서트 당시 축하공연을 하러 온 여성 3인조 국악 팀 ‘다나루’의 연주를 영상에 담았다.
 
한편 지역사회 일부는 이 책이 향후로도 인천의 예술문화인들 사이에서 상당히 회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 관내는 물론 전국 어디서도 주목하지 않았던 인천의 옛 소리에 대해 채집하고 재창작하는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기에 예술적 가치는 물론 역사적인 가치로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버텀라인’의 허정선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래 전 유씨에게 이러한 작업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지역 예술계에서 나름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그야말로 대 환영’이라는 마음이 들었다”며 “젊은 친구가 지역에서 역사적으로 남을 만한 작업을 하겠다는 것에 대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책을 한창 읽고 있는 중인데 여러 모로 가치가 크다는 작업임을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유씨가 이러한 작업을 지속하겠다면 적극 지지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업에 대한 의미 부여는 [인천in] 역시 같은 입장에 있다. 유씨는 조만간 인천 소리에 대한 작업을 비롯해 인천에서 예술인으로서 살아가며 본 지역의 모습과 느꼈던 여러 감정들을 정리해 조만간 [인천in]에 기획연재를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희환 [인천in]대표는 “지역에서 예술가로서 연구한 결과들을 언론을 통해 연재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은, 단행본에 해당하는 서적의 발간만큼이나 큰 의미로 남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유세움 씨가 발간한 책 ‘인천의 예술가, 인천의 소리를 보다’와, 이 책에 담긴 작업을 음악으로 담아낸 두 장짜리 프로젝트 앨범 ‘Rewind & Rebirth’.


* 영상은 풀 HD 화질을 제공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춘 2015-05-08 19:33:07
이 분들이 돌아가신 김순제 교수님이 쓰신 '한국의 노동요' 등의 채보집을 찾아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노인들의 노래는 원래의 노래를 많이 변형시켰을텐데 말입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