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출신 명문대 진학 지원법 "효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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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출신 명문대 진학 지원법 "효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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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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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지원 특별법 시행령 준수 대학 12곳에 그쳐

정부가 연평도 포격 이후 서해 5도 출신 학생들이 쉽게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만들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실질적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시행령'을 마련해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대학들은 신입생 입학 정원의 1%, 모집단위별 정원의 5% 내에서 서해5도 출신 학생을 정원 외로 선발할 수 있다.

옹진군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012학년도 입학생으로 서해 5도 출신을 뽑겠다고 옹진군에 통보해온 대학은 12곳에 불과하다.

수시 모집으로 관동대ㆍ인천대 2곳이 있고, 정시 모집으로 경인교대ㆍ대진대ㆍ동덕여대ㆍ목포해양대ㆍ부천 가톨릭대ㆍ아세아연합신학대ㆍ용인대ㆍ인하대ㆍ중앙대ㆍ한경대 10곳이 있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중앙대와 동덕여대가 포함됐지만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은 없다.

인천에 있는 대학 3곳과 서울과 경기 소재 대학 7곳을 제외하면 강원 강릉과 전남 목포 소재 대학도 1곳씩 포함돼 있어 서해 5도 학생들이 진학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당초 시행령이 발표됐을 당시에는 서해 5도 학생 수를 고려하면 대학 모집 정원의 1%는 매우 많은 수여서 학생들이 정원 외 입학에 필요한 소양만 갖춘다면 서울대에도 큰 어려움 없이 입학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올해 시행령을 준수한 대학들의 모집 인원은 총 107명으로 서해 5도 고등학교 3곳의 졸업생 48명을 훨씬 초과하지만 이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학생은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서해 5도 학생들은 학교당 인원 수가 적어 수능 등급이 나쁘기 때문에 대다수는 수시 모집에 지원하는데 수시 모집하는 대학이 2곳으로 적은 데다 명문 대학들은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다.

서울대에는 이 전형이 아닌 별도의 기회균형선발 전형으로 옹진군수 추천을 받은 백령고 학생 1명이 지원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고, 연세대와 고려대에는 올해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 관계자는 "법 준수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데 이를 수용한 중상위권 대학이 적었다"며 "서해 5도에는 사교육 시설이 전무해 상대적으로 학생들 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존의 농어촌 전형 등이 있는데 추가로 새 전형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참여를 꺼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해 5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3 딸을 둔 백령도 주민 허모(44ㆍ여)씨는 "공부 잘하는 몇 명만이라도 명문대에 넣어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 법으로 혜택을 본 학생은 거의 없다"며 "시골 사람들 가지고 노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정시 모집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 목록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정시 지원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게 된 것도 불만 요소로 작용했다.

수시 모집에 합격하면 정시 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는데 수시 1차 합격자 발표가 끝난 뒤에야 정시 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대학 목록이 공개된 것.

백령고 3학년 담임인 장영숙 교사는 "정시 지원 가능한 대학 목록이 일찌감치 공개됐으면 학생들이 수능 공부를 제대로 하고 미리 준비도 했을 텐데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교사로서 막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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