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세상'-자원봉사자 모여 의료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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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세상'-자원봉사자 모여 의료 지원
  • 이병기
  • 승인 2009.12.29 01:0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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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 건강은 우리가 책임져요"

희망센터를 찾은 한 이주노동자가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몽골 출신인 남조(48)씨는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 면목동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의 희망센터를 찾았다. 한국에 온 지 6년 됐지만, 의료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치료비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 한 번 마음 놓고 갈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교회에서 만난 지인의 소개로 1천원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희망세상'을 알게 됐고, 일이 없는 일요일 오후를 이용해 먼 거리를 찾는다.

부평구 부개역 2번 출구로 나와 부개1동 주민센터 근처로 가면 건너편 3층에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이 나온다. '희망세상'은 이주노동자들이 단돈 1천원만 내면 모든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 의사와 간호사, 자원봉사자 200여명이 참여해 교대로 운영한다.

'희망세상'은 주 1회 일요일 오후 1시~5시까지 진료를 하며,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치과를 비롯해 한방, 의과 담당 전문의가 상주한다. 또 인천시 여약사회에서 무상으로 약을 제공하며, 참의료실천단에서 간호와 접수 업무를 돕고 있다.

가좌동에서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와 함께 했던 지난 7월까지는 하루 20~30명이 찾아와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도 있을 정도로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8월 부개동의 독립된 공간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홍보 부족에다 최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심해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요즘 하루 평균 환자는 10~20명이다.

'희망세상' 자원봉사자이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인천지부 회장인 고승석씨는 "요즘처럼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이 적으면 몸은 편해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힘은 들지만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한나절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희망세상'의 내부는 여느 병원 만큼이나 깨끗하고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에 들어가면 접수처를 중심으로 우측에 치과 진료소, 왼편엔 혈압 측정기와 환자의 상태를 상담하는 탁자가 놓였다. 상담 탁자 뒷편에는 한방과 의과 진료에 필요한 침대 5개가 있고, 우측엔 한의실이, 왼쪽엔 의과와 약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국가 혜택 못받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우리가 도와요

친구와 함께 희망세상을 찾은 이주노동자 2명이 나란히 앉아 진료를 받고 있다.

'희망센터'로 쓰이는 공간은 천주교 신부님의 소개로 한 독지가가 무상으로 임대해줬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사무실을 이전할 때 쯤 공간이 없어 막막해 하던 차에 "내 건물 중에 빈 장소가 있으니 좋은 일에 써달라"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매달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사무실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또한 건치 인천지부와 행동하는 의사회, 참의료실천단, 인천시 여약사회, 지역의과모임 등 5개 단체에서 450만원을 마련해 인테리어 비용으로 썼다. 나머지 각 과에서 사용되는 소모품들은 단체 회비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비록 의료시설과 약품 등이 일반 병원에 비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저렴하고 편하게 이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다.

고승석 회장은 "인천의 특성상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편이다"며 "그러나 의로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등록 노동자들은 회당 1만~2만원의 비싼 진료비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한 부분을 책임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보장을 국가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한다는 의미로 첫 진료에만 1천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고승석 회장이 제일 안타까워 하는 점은 환자들이 매일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일을 빼지 못하는 제약때문에 주 1회만 하다 보니 작은 병도 큰 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산은 기본이고 남양주 등 2~3시간 걸려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한방 전문의로 참여한 강성안 전문의는 "일이 고된 이주노동자들은 허리, 무릎 통증이나 타박상 등 근골격계 증상으로 진료를 받으러 온다"며 "이렇게 자원 활동을 하고 있으면 그들의 생활 속에서 어울리고 나누며 함께하는 것 같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희망세상'은 내년에 재정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후원자들을 확대할 계획이다. 월 5천원과 1만원의 CMS 후원회원들을 모집해 기자재를 마련하고 운영자금에 사용하려고 한다. 고승석 회장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이주노동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진료를 받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건강센터 '희망세상' 문의: 032-512-9111
카페: http://cafe.daum.net/migrant-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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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근 2010-01-03 18:07:31
저기 사진에 저희 친형이 기부한 의료기기도 보이네요...ㅎㅎ
체지방성분 측정기....
엄청 비싸다는...ㅎㅎ

최종근 2010-01-03 18:05:45
제가 아시는 분도 사진에 나오셨네요....ㅎㅎ
저도 안지 얼마 안되는 단체이지만 참여하면 행복해지는 단체입니다.
매달 후원하는 단체 적지만 힘을 보탠다는 훈훈함도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단체들입니다..
건승하세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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