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그리기, 나와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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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그리기, 나와 마주하기!
  • 강영희
  • 승인 2012.03.14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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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갤러리' Das Ich_ Hyunmi Nam
써니는 해바라기가 있던 미니화단에 해바라기 씨앗을 심었다며 제게 몇 알 건네셨습니다. 저도 곧 제 화분에 뿌렸지요. 새싹이 나면 좋은 풍경이 생길 것입니다. Mi-님은 새학기 준비로 바빠 많이 앓으시네요. 다들 꽃샘추위에,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과 시간에 적응하느라 바빠 힘이 든지 잔병치레 이야기가 적잖이 들려옵니다. 다들 몸 조심하시고. 어머니 말씀이 5월에는 단단히 하고 다니라네요. 멋내다 얼어죽지 말고. 

<띠 갤러리>에서 새봄 첫 전시가 시작되었습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남미현씨가 독일에서 유학할 때 마지막 프로젝트로 1년간 진행한 '자화상 그리기' 과정입니다.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기 위한 기술적인 과정 - 미술을 배워본 적 없는 그가 미술재료들과 도구들을 익히는 과정, 모작과 습작을 하는 과정, 조각도 하고, 사진도 찍고 - 다양한 고민의 과정을 담았다고 합니다. 
남현미씨 친구 딸이 그려준 그림 .. <잠자는 이모>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보면서 든 생각은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은 스스로를 찾아가는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림뿐 아니라 기타도 배우고, 글도 쓰며.  한국에 돌아와 1년, 아직 독일과 한국의 경계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는 그는 작가라고 불리는 것을 민망해 하며, 그러나 그런 과정을 전시하자는 요청에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고 합니다.
 
대화를 나누는 남현미씨를 보고 저는 그림을 둘러봤습니다. 그의 '강렬한 내면'에 '차가운 열정'이 아이러니하게 표현된 이 그림이 그가 최종적으로 완성한 자신의 자화상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설명을 듣기 전에 그의 모습을 힐끗 보고, 그가 건넨 노트의 글을 읽고 나서 저는 이 그림이 그의 자화상처럼 느껴졌습니다.
남현미씨가 독일에서 살던 집과 그 주변의 겨울 풍경을 스케치 한 것입니다.
 
전시를 완성하고 나니 독일의 방을 옮겨놓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찍어놓은 그의 방 풍경 사진을 보여줬습니다.(작은 앨범도 있음)  성실하게 자신에게 다가간 그가 왠지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한 사람의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것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는 요즘, 그의 '자화상 그리기' 과정을 듣고는 참 부러웠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아픈 요즘 스스로를 성찰하는 과정이 전시된 갤러리를 보며 제게 필요한 건 '이것이다'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녀의 방안에 있던 기타. 그녀의 연주와 이야기를 함께 듣는 시간도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는 어느 하나로 규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것이 합해진 총체적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악기도 연주하고, 여행도 다니고, 사람들도 만나고 하는 과정 속에 스스로를 찾는 것.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모작 과정에서 그렸던 이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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