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서 다시 용 나는 사회 - 기회 균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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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서 다시 용 나는 사회 - 기회 균등으로
  • 박은혜
  • 승인 2012.09.12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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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회 새얼아침대화, 박상용 교수 강연

박상용 교수가 준비한 강연자료를 보여주며 강연하고 있다.

제318회 새얼아침대화가 12일 오전 7시 중구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및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을 강사로 초청해 열렸다. 박 교수는 '글로벌 경제환경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교수는 먼저 지금까지 역사는 느슨한 선형 변화를 이뤄왔지만,  20세기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급변하는 지수(exponential) 변화의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국사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했다. 여기서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제조업 비중이 금융업에 의해 완벽하게 역전된 사실을 수치로 밝히고 과잉 금융, 부채 팽창의 시대, 그리고 인구 증가, 자원 고갈, 환경파괴라는 악재에 맞서 경제 혁신과 정치 혁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벌문제와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결과의 불평등'은 수용해야 하지만 그 전제 만큼 '기회가 균등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날 박 교수는 교육개혁에 대해 "현재까지 표준화가 원칙이었다면, 앞으로는 창의성을 키우는 환경으로 변해야 한다"라고 했고,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정치개혁 없이는 다른 개혁은 불가능하고, 정당은 보스 중심이 아닌, 이념 중심으로 가야 하며, 지역중심의 공천제도와 국회의원 입법 보좌기능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라고 했다. 안철수 교수에 대해서는 "대통령감 여부는 잘 모르지만, 안철수 현상이 뭘 대변하는지는 알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를 반영해 올바른 정치개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구 파라다이스 2층 홀을 가득메운 200여 명의 참석자들.

박 교수 강연 요지다.

글로벌 환경에 대해 먼저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수함수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가장 큰 오류는 지수함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잠실종합운동장(12만 5천평, 12만명 수용)에 물이 새나가지 못하게 밀폐하고, 낮 12시부터 시작해서 매분 2배씩 증가하도록 물을 떨어뜨려서(물 한 방울, 1분 후 2방울, 3분 후 4방울, 4분 후 8방울) 가득 채운다면 얼마나 걸릴까? 일주일? 하루? 12시간? 아니다. 50분 걸린다. 다시 이중 3%는 이미 채워져 있고, 97%가 비워져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12시에 시작한다? 얼마나 걸리면 채워질까? 단 5분 걸린다.

지수함수 힘은 대단하다.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100% 성장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복리개념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우리 사회에 닥쳐오고 있는 지수함수의 세계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수함수 패턴으로 성장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인구의 증가 등 다른 고려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수요할 수 있는 인구는 최대 90억인데, 지금 70억명이다. 늘어나는 인구를 제대로 먹여 살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20세기 이후 에너지 소비의 기하급수적 급팽창도 고려해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0세기 후반에 들어 에너지 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지속적인 고성장은 과연 가능할까? 세계가 지금과 같은 소비패턴을 유지하려면 지구가 1.5개 필요하고 유럽처럼 유지하려면 3개 필요하며, 미국과 같은 소비패턴을 유지하려면 5개가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며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도, 편승하는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하겠다.

우리 인간 역사가 15만년 되는데 거의 모든 것이 지역적(국지적)이고 선형적이었다. 평생 동네나 나라 밖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았다. 지역적인 것만 경험하고 변화가 거의 없다. 인류의 거의 대부분이 그렇게 지내왔다. 우리 DNA는 이런데 익숙한데, 21세기는 환경 자체가 글로벌하고, 환경 변화 속도가 지수함수 식으로 변화한다. 엄청나게 빠르다. 우리 머릿속에 사고하는 방식(DNA)과 우리 주위 환경과는 상당한 부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쌀농사를 오랫동안 지었다. 완만한 산악지대로 이루어진 국토에서의 쌀농사는 일본과 중국과 다르다. 산기슭 계곡에 농토를 확보하고, 여름에 내리는 물을 계곡에 받아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지리적인 위치가 매우 중요하고 물 싸움이 굉장히 많았다. 이 영향으로 전세계에서 '집성촌'이 발달했다. 같은 성씨가 마을을 이루며 싸우지 않고 물을 나누어 쓰는 형태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보다 효 사상이 발달되었고, 장자 상속제도도 여기서 나왔다.

피터 다이맨더슨은 올 4월에 '미래는 풍요롭다'라는 책을 썼다.(아직 한국판은 나오지 않았다.)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사람들과 대비되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책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첫째,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술의 발전이 훨씬 더 빨리 일어나고 있다. 직접 회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는 같은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2배 증가한다. 같은 파워를 갖는 반도체의 원가는 2년마다 50%씩 절감한다. 급속한 기술개발이 세계 곳곳에서 작은 규모지만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문제, 식량문제, 물문제,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개발이다.

둘째, DIY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3차 미디어가 일어나면서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문제해결 방법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을 들어가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소그룹 집단들이 형성되고 창의성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수많은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다. 테크노 자선사업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세기 자선사업가였던 카네기나 록펠러처럼 미국이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둔다. 테크노 자선사업가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로 글로벌 시장을 늘리고 있다.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가 현재 20억명인데, 2020년에는 50억으로 지금보다 30억이 늘어난다. 전세계 시장을 늘리는 데 확대할 것이고,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해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라이징 빌리언' 30억 명이 새로운 경제 인구에 편입이 된다.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다.

나이지리아를 예를 들면, 2000년부터 핸드폰 시장이 생기면서, 현재 핸드폰 가입자가 1억명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에 접할 수 있고, 취업과 은행거래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20년 전 미국 대통령이 받는 정보의 양보다 나이지리아에서 핸드폰을 갖고 있는 촌사람이 받는 정보의 양이 더 많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 경제개혁, 교육개혁, 정치개혁이 무엇이냐?

재벌개혁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넓게 보는 게 맞다. 자본주의 핵심은 '결과의 불평등에 수용한다'이다. 열심히 하고 머리 좋고 운 좋아서 잘되는 사람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이것과 똑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것은 그 대신 '기회는 균등해야 한다'이다. 기회 균등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면, 결과 불평등을 국민들은 수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기회 균등이 잘 성립되고 있느냐? 재벌문제, 양극화 문제 등은 이것이 잘 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는 수출 중심의 경제개발을 해왔다. 정부가 특혜를 줬지만, 외국에 나가서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에 특혜를 주었다. 문제는 국내시장(내수시장)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독과점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이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대기업들을 직접적, 간접적, 명시적, 암묵적으로 정치계, 학계, 언론계과 먹이사슬에 얽혀있다. 양극화 주범은 독과점적 성격에 있는 기업의 종업원은 임금은 높고, 그렇지 않은 곳은 낮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양극화, 성장의 둔화를 극복할 수 없다.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들이 '히든(Hidden) 챔피언'이다. 독일에는 1300여개, 우리는 30여개 있다. 히든 챔피언을 많이 키워야 한다.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중견기업도 대기업의 하청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될 수 없다. 이 중 1% 정도만 대기업 반열에 간다.

왜인가? 전세계 부자들의 분포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이 자수성가인가, 세습부자인가를 놓고 볼 때, 전세계 70~80%는 당대 자수성가한 부자들이다. 우리나라도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등 모두 자수성가형이다. 그러나 현재는 100대 부자 중 80%는 세습부자이다. 경제 역동성,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공정인 거래관행, 이권에 매달려 사업하는 관행 등 때문이다. 금융업의 본연은 어디까지나 산업의 배후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금융업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어렵다.

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사교육비 때문에 교육의 기회균등을 찾을 수 없다. 공교육 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위계질서에 빠져 있으면 창의성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 여기서 위계질서란 수학과학이 상위, 그 다음이 인문학과 역사, 제일 아래에 예술, 그 예술 중에서도 미술 등 시각예술이 상위, 연극이나 무용은 제일 하위라는 개념이다.

정당제도를 바꿔야 하고, 이념이 없는 정당들은 없어져야 한다. 국회에서도 형편 없는 수준의 입법활동이 많다. 중앙당에서 공천하는 제도를 없애고 지역에서 올라가는 공천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치개혁 없이 다른 개혁이 불가능하다. 안철수 교수가 대통령감이냐 여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이 뭘 대변하는지는 알지 않느냐. 이를 올바른 정치개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느냐가 금년 최대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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