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율탈춤 춤사위는 '뚝배기 장맛'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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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율탈춤 춤사위는 '뚝배기 장맛' 같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7.27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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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은율탈춤 전승지로 지정받은 지 30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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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율탈춤은 황해도 은율 지역에서 전승돼온 탈춤이다. 사자춤, 상좌춤, 팔목중춤, 양반춤, 노승춤, 미얄할미영감춤의 6마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파계승에 대한 풍자와 더불어 양반에 대한 모욕 등 사회상을 보여준다. 인천은 1982년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은율탈춤 전승지로 지정받았고, 사단법인 은율탈춤보존회가 인천에 자리잡은 지 30년이 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1호인 ‘은율탈춤’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7월24일 수봉공원에 있는 ‘은율탈춤보존회’를 찾아가봤다.

은율탈춤보존회 부이사장이면서 전수조교인 차부희씨(55)는 “어머니가 봉산탈춤 전수자이시자 인간문화재셨다. 어려서부터 탈춤을 접할 수 있었고, 20살 때 예비고사 끝나고 배우기 시작했다. 전수관이 생기기 전에는 송현동 100번지 중앙시장 내 ‘인천고전무용학원’이라는 데서 연습했다. 11평 남짓한 곳인데 빨간 벽돌로 돼 있고 나무가 푹푹 꺼지는 곳이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민남순 선생님이 운영하고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빌려서 썼다”고 전했다.

은율탈춤 춤사위는 활발하면서도 토속적
차씨는 며칠 전(7월 17일자 문화재청 지정고시)에 은율탈춤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은율탈춤에 대한 전승능력이 뛰어나고 전승활동에 대한 기여도가 탁월해 해당 종목의 보유자로 인정된 것이다. 그는 “은율탈춤은 소박하고 춤사위가 아주 매력적이다. 공연을 한 번 보고 마음에 들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춤사위에 빠져들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탈춤은 민속예술로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고 본다”며 “은율탈춤은 ‘뚝배기 장맛’ 같은 맛이다. 활발하면서도 토속적이다”며 은율탈춤 춤사위에 대해 '맛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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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보존회에 등록된 회원은 약 200명이다. 이 가운데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은 50명 정도. 일반인은 화목토에, 초중고생은 토요일에 찾아와 춤사위를 배운다. 초보자들은 춤 동작이 ‘재밌다, 우리 장단이 좋다’고 말하기도 하고, ‘힘들다’고 말한다. 누구나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정식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처음부터 탈을 쓰지는 못하고, 어느 정도 연습이 된 다음에야 쓸 수 있다. 그는 “탈은 신성하기 때문에 아무나 쓰지 못한다. 자격이 돼야 한다. 탈을 체험형으로 만들 때는 ‘그리기용 탈’로 금형으로 찍고, 공연용 탈은 직접 만든다. 종이를 불려서 붙여간다. 좀 한가한 겨울에 날을 잡아서 한꺼번에 6,70개를 만든다”고 말했다.

‘혹’의 크기나 숫자에 따라 힘 달라
은율탈춤에 등장하는 인물은 말뚝이, 사자, 상좌, 목중, 최괄이, 노승, 첫째양반, 둘째양반, 병신양반, 새맥시, 원숭이, 미얄영감, 미얄할미, 무당 등이고 여기에 쓰이는 탈은 귀면형의 탈과 인물탈 24종류가 있다. 또 인물마다 혹의 숫자가 다르고 색깔마다 5방위 신을 뜻하는 것으로서 모든 공간을 관장하며 잡귀의 침범을 막는다는 뜻이 있다. ‘혹’은 크기와 숫자에 따라 힘을 상징한다. 혹이 많이 달린 배역은 힘이 센 것이다. 예를 들면, 말뚝이는 혹이 여섯 개이면서 노승한테 진다. 이는 노승의 얼굴 가운데 큰 혹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또 최괄이는 노승을 이긴다. 탈에 혹이 나오는 것은 ‘귀신의 탈’을 뜻하는 것이다. 혹이 없으면 인물탈이나 사실탈이다.

춤을 출 줄 알아야 악사가 될 수 있다
은율탈춤에 나오는 꼬둑이타령, 대꽃타령, 병신난봉가, 나니가타령 등은 황해도 지방의 황토색 짙은 민요들이다. 쓰이는 장단도 장단도타령, 잦은 돔부리, 염불, 돌장단, 굿거리 등으로 향토색이 깊은 음악성을 보이며, 춤동작은 활발하고 씩씩한 황해도 탈춤의 남성미를 물씬 풍기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은율탈춤에 쓰이는 음악은 삼현육각이다. 공연에는 북, 장고, 꽹과리, 징, 태평소, 피리 등이 쓰인다. 무엇보다 탈춤악사는 ‘춤을 출 줄 알아야’ ‘악’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춤추는 사람이 힘들다. 그래서 '악'을 담당한 사람은 은율탈춤 이수자가 많다고 한다. 공연할 때 스탭은 배우들이 겸하는데, 배역을 하고 빨리 음향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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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춤 내용은, 벽사의 의식무, 불교의 타락성 풍자, 양반에 대한 조롱 풍자, 일부처첩의 갈등관계와 서민생활의 애환풍자 등을 주제로 담고 있으며, 호색적인 내용이 심하다.

황해도 지역은 놀이문화 발달해
은율탈춤은 약 2,3백년 전, 어느 반란 때 난리를 피한 사람들이 섬에서 나오면서 얼굴을 가리기 위해 탈을 썼다는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또한 풍수적인 유래도 전해지는데, 은율지방의 지리적인 형세가 서남쪽의 묘래산(고양이의 기운)과 서쪽의 무오산(솔개의 기운)으로부터 침입을 당하는 쥐의 형세를 가지고 있어 여러 방책으로 마을 어귀에 숲을 조성하고 그들의 접근을 막기도 하고, 탈춤을 추면 탈(병, 재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여 열심히 춤을 췄다고 한다. 은율탈춤은 상황논리에 입각한 유래와 향토성을 잘 드러내는 신앙적 용도가 결합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차씨는 “황해도 지방은 평야, 산 바다가 접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자원이 풍부해서 먹고 살 만했다. 놀이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인천시에서도 은율탈춤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국에는 중요무형문화재가 13가지 있다. 은율탈춤은 인천시에서 관심을 많이 보여준다. 전수관 건물은 인천광역시장 명의로 돼있고 위탁관리하는 것이다. 전수관에서 소요되는 경비도 시에서 내주고 있다.”

30년 이상 은율탈춤 전수관을 이끌어온 소감을 물었다. “어린이들이 우리 탈춤을 배워서 공연할 때는 무척 기분이 좋다. 해외에 나가서 우리 문화를 알릴 기회가 많아 자부심을 느낀다. 지금은 인건비가 책정돼 있지만 몇 년 전까지는 무척 힘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하니까, 그걸로 버틴 거다”고 밝혔다. 그는 또 “9월 8일부터 하반기 ‘수봉민속놀이마당’이 시작된다. 가족단위로 많이 찾아온다. 마당을 좀 더 늘렸으면 좋겠지만 예산이 없다. 그나마 마당이 있어서 시민과 하나가 돼 공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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