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선납, 부평미군기지 협약 ‘불공정’
상태바
땅값 선납, 부평미군기지 협약 ‘불공정’
  • 이장열 기자
  • 승인 2013.08.07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 협약보증금 이미 지불... 2016년까지 1천5백억원 선납
20130801092337.jpg
7월31일 송영길 인천시장과 김기수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단장
 
지난 달 31일 인천시와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사업단과 맺은 부평미군기지에 대한 ‘국유지 관리 처분을 위한 협약’이 인천시로서는 땅값을 선납하고 부지사용은 못하는 등 불공정한 협약이라는 사실이 협약서를 단독 입수한 <인천in>의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달 31일 인천시청에서 맺은 협약식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김기수 국방부 주한미군기지 이전사업단장은 협약서를 서로 주고받았다. 인천시는 부평미군부대가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역사적 전기를 마련한 협약서 체결이며, 부평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사용권을 확보한 협약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시가 협약서에 따라 2022년까지 10년 동안 부평미군기지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대금 4천915억원을 분납해서 지급한다는 내용은 일부 공개했다.
 
협약 당시 인천시 관계자는 협약서 내용은 계약 상대방이 있는 관계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협약서에 명기된 조건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국방부를 통해 확인하라고 말했다.
 
<인천in>이 협약서를 입수해서 살펴볼 결과, 지난 달 31일 인천시와 국방부 사이의 협약서 체결은 이미 지난 6월 24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 공무원은 인천시장 일정이 맞지 않아 협약식 체결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지난 6월 24일 협약서가 체결된 것을 바로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협약서 내용은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월 24일 체결한 ‘국유재산 관리 처분을 위한 협약서’에는 협약체결일에 협약 보증금 336억원을 지불하도록 명기되어 있는 것도 확인했다. 취재 중에 인천시 관련 담당자는 2013년부터 분납대금이 지불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을 뿐, 협약보증금 명목이 협약서에 존재하는지와 협약보증금 지불 시기와 조건에 대해서는 일체 알려주지 않았다.
 
협약서에는 협약체결일에 협약보증금을 인천시가 국방부에 지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취재 결과, 이미 협약보증은 6월 24일 336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6월 24일 지불된 협약보증금은 국비 244억 원, 시비 120억원이다.
 
이번 협약서가 불공정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우선 부평미군기지 이전예정일로 잡힌 2016년 12월까지 인천시가 국방부에 1천500억원을 지불하는 협약 내용이다. 협약서에 의하면, 2016년 12월까지 부평미군기지가 이전한다는 전제하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인천시는 미군부대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하면서 1천500억원을 국방부에 지급해야한다.
 
부평미군기지 이전(예정)까지 1천500억원을 지불할 상황에서도 인천시가 4년 이상 미군기지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 불공정성을 말해주는 사례이다.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기지에 대해서 인천시가 1천500억원을 지불하더라도 사용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용권도 확보할 수 없는 데에도 이 돈을 미리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평미군기지의 충분한 사전 준비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서 추진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지만, 명분이 얻기 힘든 논리다.
 
부평미군기지는 이미 반환이 예정이 되어 있지만, 부평미군기지는 미군의 빵공장으로 여전히 가동중에 있고, 언제 이전할지도 알 수 없는 안개 속 일정에 놓여 있는 마당에 사용도 할 수 없는 땅에 미리 1천500억원을 지불하는 협약에 체결했기 때문이다.
 
부평미군기지는 시가 반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평미군기지가 이전이 예상보다 늦춰지면 미군기지 땅에 대한 사용권 행사도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서는 인천시에게는 불리한 계약이다.
 
부대가 이전하는 시기에 부산시와 국방부 사이에 협약을 맺어 5년 동안 분납하는 것으로 협약한 부산 하야리아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부산시는 협약을 맺는 동시에 부지 사용권을 행사하고, 5년 동안 분납한 뒤 소유권을 부산시가 국방부로부터 이전 받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4년 동안 사용권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협약서에 동의한 것이다.
 
또한 이번 협약서가 불공정한 것은 2016년 12월에 예정대로 부평미군기지가 이전하더라도, 부지에 대한 사용권도 소유권 이전예정인 2022년까지는 국방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협약서에 적시된 점이다. 협약서에는 부평미군기지가 이전하면 기지 내 사용 범위와 부지 사용목적의 변경 등에 관한 계획을 국방부로부터 승인받아야 진행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있다.
 
부지대금도 부평미군기지가 이전하는 시점에 맞춰 감정평가를 거쳐 그 평가치를 토지대금으로 확정한다는 내용이 협약서에 들어 있다. 공시지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평미군기지에 대한 평가금액을 부대 이전 시점에 맞춰 해당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하고, 그 평가금액을 소유권 이전대금으로 지불하는 것이다. 현재 추정 토지대금 4천915억원보다 높아질 것이 뻔하다. 
 
지난 6월 24일 체결한 협약서는 인천시가 1)선금 명목으로 1천500억원을 주고도 사용권 행사도 안 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과 2) 2022년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기까지 국방부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 3)공시지가의 상승을 알면서 부평미군부대 이전에 맞춰 감정평가금액을 확정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것이 불공정한 것으로 요약된다.
 
인천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부평미군부대 이전 시기에 맞춰 협약을 체결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천시가 왜 이렇게 성급하게 협약을 체결하고, 그 내용도 충분하게 시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역 환경단체 관계자는 “인천시가 부평미군기지 공여해제까지 부평미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재정위기 상황에 땅값을 선납하는 상황을 시민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