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이 화사하게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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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이 화사하게 바뀌었어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0.10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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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 미술협회, 청학동 마을벽화 그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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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이 확 달라졌어요. 딴 동네 같아요. 마을에 들어서면 환해요. 화가 양반들이 그림을 잘 그려주니 우리 주민이야 고맙죠” 연수구 청학동 문학산 올라가는 길에 있는 마을이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이는 한국미술협회 연수구지회 회원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9일, 23년 만에 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에 10여명의 화가들이 각각 벽을 맡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맡아서 주관하는 지회장 김진희씨를 만나 기획부터 진행되는 과정을 들어봤다.


-이 마을에 ‘벽화’ 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연수구청에서 운영되고 있는 주민 참여 예산제도에 마을 주민이 신청하였습니다. 사업진행을 위해 연수구 미술협회로 의뢰가 들어와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협회원 10여분의 도움을 받아 마을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마을의 정서를 반영하여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 ‘벽화’를 그리는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아파트 밀집지역에 비해 주로 노년층이 거주하는 이 지역은 손자손녀들이 조부모님을 방문했을 때 볼거리와 추억거리를 만들기 원한다는 지역주민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용한 주거지역이라서 관광지의 유명하고 화려한 벽화보다는 이 지역 주민을 위한 편안함을 기본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인접한 야산의 자연물(산, 나무, 산새 등)과 해당 집의 구조나 위치 등 상황에 맞는 디자인을 했습니다. 구경꾼들을 위한 벽화보다는, 주민들을 위한  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은은한 콘셉트로 방향을 정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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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 작업일수로 약 15일 정도 진행되었고, 현재 50% 이상 완료되었습니다. 협회원 10여명가량이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일 이내에 완성될 예정입니다.

-벽화를 보고 주민들은 뭐라고 하나요?

주민이 막상 직접 신청은 했지만, 벽화가 수명이 짧고 지저분한 이미지가 될까봐 처음에는 어느 정도 꺼리는 것 같았습니다. 2~3가구 정도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추가로 11가구의 신청이 들어와 현재 14가구입니다. 그 외에 큰길가뿐만 아니라 골목 안도 신청이 많이 들어왔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벽돌집은 제외를 시킨 상태입니다. 빈 벽면이 있는 가구들은 새로 건축예정인 두 가구를 제외하고, 벽화작업이 가능한 가구로는 해당 번지 내에서 100% 신청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그 외의 주민들도 매우 협조적이며 주변이 밝아지고 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십니다.

-벽화작업을 하면서 특히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입장은, 벽화를 각각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어울림까지 함께 작품으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각 세대의 주인은 내 집의 내 벽화라는 생각으로 타 가구와 비교하며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어서 전체 상황을 맞추어 나가기가 가장 힘들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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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좁은 골목길이라서 벽화 작업을 진행할 때 어려움이 있습니다. 차량 이동이 불가피하고 물감 및 작업대 등의 물품이 널려 있어서 작업현장의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번거로울 텐데도 정성스럽게 먹거리를 준비해오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 없냐고 물어오는 등 협조를 잘해주십니다. 이모저모 신경써주시는 주민들한테 감사하죠.
 
 

지나는 등산객이 한마디씩 던진다. “예뻐서 자꾸 쳐다보게 돼요. 이 동네가 외진 편인데 이렇게 그림을 그리니까 화사해졌어요. 지나가는 사람 기분이 좋아진다. 인천에서 이렇게 벽화 그리는 곳이 많지 않은데 괜히 반갑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사람들, 뒷산 나무와 풀들, 새소리가 정겨운 마을이 더 정겹게 변신 중이다. 그림자마저 그림 속으로 들어와 더 풍요로운 마을이 되어가고 있다. 뜨거운 가을볕도 이들의 붓놀림을 막지 못한다. 마을사람들은 뒷짐지고 나와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한 할머니는 예전에 애지중지 키웠던 개를 그려달라며 사진 한 장을 건넸다. 집도 잘 지키고 아꼈는데 어느날 갑자기 죽어서 생각만 해도 애틋하다. 할머니는 집을 드나들면서 개를 한 번씩 불러본다. “깜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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