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함께하는 '길 위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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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길 위의 인문학'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10.28 0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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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나래도서관, '2013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세 차례 모두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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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인문학’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온통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문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적혀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인문학이 기초가 돼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26일(토), ‘2013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인천 남구 학나래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초등생 이상 청소년, 성인, 가족 단위로 참가했다. 오전 11시부터 12시까지는 도서관에서 오후 탐방에 대한 강의를 듣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직접 길로 나섰다. 26일에 열린 행사는 ‘작가와 함께하는 탐방코스’ 세 번째(1회 10월 5일, 2회 10월 19일)로 문학평론가 이희환씨의 설명으로 진행됐다. 점심식사는 도서관에서 나눠준 샌드위치를 먹고, 오후에는 전세버스로 수도국산박물관, 북성부두, 중국인거리, 자유공원, 제물포구락부, 인천근대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인천을 배경으로 삼은 문학작품은 많다. 개항기에 접어든 인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늘과 같은 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때는 130년 전이었다. 인천은 1883년에 개항했으며, 이는 한국 전체를 문 연 것과 마찬가지였다.

김소월이 쓴 <밤>이라는 시에는 ‘제물포’라는 이름이 나온다.


홀로 잠들기가 참말 외로와요
밤에는 사무치도록 그리워와요
이리도 무던히
아주 얼굴조차 잊힐 듯해요.

벌써 해가 지고 어둡는데요
이곳은 인천의 제물포, 이름난 곳,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디고
바닷바람이 춥기만 합니다.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이얗게 밀어드는 봄 밀물이
눈물이 가로막고 흐느낄 뿐이야요.

<개벽> 19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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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만국공원
이경손

저녁때 만국공원
올라와 보니
솔나무와 전선줄은
합창을 하고
영사관 독일집에
유리창들은
술취한 붉은 얼굴로
막들 웃으며
전 건너 바다에서
춤추는데
영사관 지붕 위에
만들어 세운
저 사람 혼자만은
언제보거나
무엇에 그다지도
노하였는지
한모금 말도 없이
우뚝 서 있네
한손에 창을 집고
우뚝 서 있네


슬픈 인상화

정지용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녀름의 저녁 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느러 슨
전등. 전등.
헤엄쳐 나온 듯이 깜빡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항의 기적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덕이는
세관의 깃발. 깃발.

[…]

<학조> 1926년


이밖에도 <인천항> 박팔양, <월미도해녀요> 김동환, <해항도> 오장환, <길에서-제물포 풍경> 김기림, <바다> 김동석 등등 여러 편이 있다. 또 강경애가 쓴 장편소설 <인간문제>, 주요섭 <구름을 잡으려고>, 이상 <지주회시>,  현덕 <남생이>, 이태준 <밤길>, 오정희 <중국인 거리>, 김중미 <괭이부리말 아이들> 등 소설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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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제>를 쓴 강경애는 식민지시대의 조선과 주요 갈등을 담고 있다. 전반부는 황해도 농촌지주들이 소작농을 괴롭히는 상황이 전개되고, 후반부에서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인천은 지게로 짐을 나르는 인부들이 많았다. 이들 노동자들은 일당을 받지 못하고 굶주리는 경우가 많았다. 정미소에서 일하는 여공도 많고 성냥공장에서 일하는 여공도 많았다. <남생이>는 천진난만한 소년이 겪는 안타까운 삶의 모습을 그렸다. 이밖에도 인천을 배경으로 씌어진 시와 소설이 많다.

이날 참석한 방축중학교 국어교사 전태옥씨는 “독서모임인 학생들을 데리고 왔다. 인천에 살면서도 잘 모르는 부분을 알게 돼서 즐겁다. 주말이지만 학생들과 오니 즐겁다”면서 “학생들이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어른이 돼서 이 장소가 어땠는지 다 기억할 것이다. 되도록 학생들이 이런 기회를 자주 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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