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치 못한 부평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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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치 못한 부평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4.02.03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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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비정규직 46.3% “임금, 상여·성과금, 복지 차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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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정문 앞에서 열린 '인천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의 기자회견 모습

부평공단 사업장 82곳 가운데 46.3%에 해당하는 38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의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역 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이하 사업단)은 2013년 1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부평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비정규직 차별과 관련해 조사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시급과 상여금(또는 성과금) 차별이 각각 11건(27.5%), 각종 수당에 대한 차별이 12건(30%), 복지후생과 관련된 차별이 6건(15%)에 이르렀다.
 
이들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차별 사례는 이렇다.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A사업장에서는 고용형태(정규직, 비정규직)나 성별에 따라 시급을 차등 지급하고 있었다. 이와는 다르게, 휴대폰 조립업체인 B사업장에서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임금(시급)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상여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이곳 정규직 노동자의 상여금이 400%인 반면,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는 250%, 파견직 노동자는 200%로 지급되고 있었다.

또, 물류업체인 C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에게 가족수당과 직급수당 등을 지급하면서도 동일·유사업무에 종사하는 파견직 노동자에게는 수당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고, 핸드폰 부품업체인 D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동자에게 건강검진이나 경조금 혜택이 있는 반면 파견직 노동자에게는 전혀 없었다. 

이외에도, E사업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 200명씩 대량으로 계약해지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또, 물량이 없을 때 대량으로 인원을 정리했다가 물량이 들어오면 다시 신입사원을 뽑는 일을 반복하는 사업장도 있었다. 인원 정리는 무급 휴업 일수를 길게 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진해서 퇴사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사업장의 54.7%에서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것으로 조사된 점에 대해 사업단은 부평공단의 노동자들이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두 최저임금만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차별 없이 평등한 것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여타의 금전적 보상이나 복리후생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잠자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 깨워야

이처럼 기간제 노동자나 단시간 노동자, 파견노동자 등에게 자행되는 차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7월부터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를 통해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받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 2012년 8월부터는 노동자의 신청이 없더라도 근로감독관이 사업장을 점검하며 차별여부를 조사해 직권으로 차별을 시정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업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가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8월 2일 이후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이 접수된 건이 단 1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이 기간 동안 중부고용노동청과 인천북부고용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이 직권 조사를 통해 해결한 차별시정 사례는 각각 4건과 3건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차별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가 계약해지나 재계약 거부, 해고, 정규직화 배제 등의 불이익을 겪을 수 있어 선뜻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이외에도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서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고 또, 파견노동자로만 구성된 사업장의 경우에는 비교대상 근로자가 없어 차별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점, 그리고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장시간 노동 체계가 일반화돼 있어 차별시정에 해당하는 항목(성과금 또는 상여금)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사업단은 고용노동부가 차별시정제도 캠페인과 더불어 근로감독관 직권 조사 및 수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시 감독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해당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모니터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어 사업단은 ▲사용·파견 사업주에게 관련 내용에 대해 의무 교육을 실시하고 ▲근로계약서 미작성이나 미교부 등에 대한 단속 및 처벌 강화, ▲임금 명세서 교부 의무화(법제화), ▲제조업 직접생상공정에 만연한 불법파견 적발과 정규직화를 통한 고용안정, ▲최저임금 현실화와 장시간 노동 규제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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