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오시마'를 꿈꾸는 문화예술섬 무의도
상태바
'한국의 나오시마'를 꿈꾸는 문화예술섬 무의도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1.13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일, 문화예술제와 함세덕의 <무의도기행> 문학강연 펼쳐져


무의도문화예술축제가 펼쳐진 무의도 해변(사진 제공=무의도문화예술원 정중근 추진위원장)


서해안에 면한 무의도(舞衣島,떼무리라고 부른다)라는 조그만 섬.
섬에 흔히 볼 수 있는 유락(類落)한 어부(漁夫)의 집.
전면(前面)은 가도(街道). 후면(後面)은 사장(沙場)을 내려 바다.
우편(右便)에 느티나무 고목일주(古木一株). 울긋불긋한 헝겁이 무수히 달린 사당(祠堂). 지붕에는 풍어를 빌던 붕죽(盛漁旗)이 낡은 채 펄럭인다.
그물밭에 걸린 건어(乾魚)꾸러미와 어촌읍(漁村邑)을 낼만한 어구(漁具)를 적당히.
도민(島民)들이 가장 기피하는 황량(荒凉)한 겨울이 접어들려는 시월(十月) 상순(上旬).

위 글은 인천이 배출한 뛰어난 극작가 함세덕의 대표작 중 하나인 희곡 <무의도기행>의 첫머리다. 1915년 인천부 화평리에서 출생한 극작가 함세덕은 1936년 <<조선문학>>에 단막희곡 <山허구리>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서해안의 한촌(寒村)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등단작에서부터 위에 인용한 2막 희곡 <무의도기행>, 단막 희곡 <해연(海燕)> 등이 모두 그 자신의 고향인 인천의 어촌 체험을 바탕으로 탄생된 어촌희곡들이다.

황량한 겨울바다 뱃사람들의 암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무의도기행>의 무대묘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바다와 어촌을 배경으로 신산스런 삶을 살아가는 어민의 삶을 비극적 서정성으로 갈무리한 인천의 대표적 작가가 바로 극작가 함세덕이다. 그의 어촌희곡은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되는 유치진의 농촌희곡문학과 함께 한국희곡사에서 쌍벽을 이룬다고 평가되고 있다.

함세덕 희곡의 대표적 무대인 인천 무의도를 문화예술을 통해 되살려보려는 무의도 사람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무의도문화예술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로 3회째는 맞는 무의도문화예술축제가 '무의도 바다에 무지개 수(繡) 놓다!'는 주제로지난 8일 대무의도 하나개 해변 일원에서 개막됐다.

무의도문화예술원(추진위원장 정중근 서울디지털대학 교수)이 주최하고 무궁화 꽃 예술단이 주관해 8일 개막된 무의도문화예술축제는 하나개 해변 길놀이를 시작으로 천무와 축원무, 댄스와 진도북춤 등의 춤판, 색소폰 연주와 민요, 가요 공연, 각설이 공연 등이 이어졌고, 한국녹색미술회의 바다갤러리 전시가 해수욕장 일원에서 펼쳐졌다.

지난해 처음 시작해 인기를 끌고 있는 '빨래전'은 이미 11월 1일 전시를 시작해 오는 12월 말까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

8일 개막행사에 이어 오는 15일에는 장소를 소무의도로 바꿔 무의도를 문학적으로 알린 '함세덕의 무의도기행' 문학세미나가 새얼문학회(회장 최찬용) 주관으로 진행되며, 이어 예당국악원이 주관하는 소무의도 한마당축제가 펼쳐진다.

소무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이은호씨 고택에서 진행될 문학세미나는 문학박사인 이희환 인천in 대표가 함세덕의 생애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무의도기행>에 대해 주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무의도의 문화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려나갈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문학세미나가 끝난 직후에는 주민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고 나서 소무의도 주민들과 함께 하는 한마당축제가 저녁6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무의도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무의도문화예술축제는 비록 3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진가들을 비롯한 예술가들과 섬을 즐겨찾는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의도문화예술축제가 이처럼 빨리 자리잡게 된 데에는 무의도의 빼어난 자연환경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힘쓰고 또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축제로 승화시키려 노력해온 정중근 교수의 지난한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함세덕과 무의도의 관련성에 주목해 무의도를 인천의 대표적 문학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새얼문학회의 최찬용 회장도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 무의도문화예술축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분을 미리 만나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봤다.


정중근 축제추진위원장과 최찬용 새얼문학회 회장

- 무의도문화예술축제가 지향하는 바를 들려달라.

정중근 위원장 "무의도의 아름다운 자연에 더해 무의도를 무대로 뛰어난 희곡작품을 남긴 함세덕의 문학세계를 접목시켜, 무의도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섬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주민들이 뜻이 합쳐져서 올해로 3회째 축제를 열었다. 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주민들과 더불어 제 사비를 들여가며 해오고 있다. 일본의 나오시마 예술섬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무의도도 그에 못지 않은 인문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섬이라고 생각해 축제를 접목시켜 왔다."

- 인천의 많은 섬들이 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는데, 무의도도 자칫하면 그럴 위험에 빠지는 건 아닌가?

정중근 위원장 "얼마 전 추진됐다 무산된 에잇시티 개발의 모델은 철저히 실패했다. 무의도 주민들이 꿈꾸는 건 자연과 문화가 조화된 은은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무의도에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기관들이 나서 하는 천편일률적인 행사를 위한 행사도 지향하면서 순수하게 진행해 문화예술의 힘으로 섬이 자립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섬이 되기를 바란다."

- 함세덕에 주목한 것도 이채로운데, 어떤 계기로 세미나를 준비했나?

최찬용 회장 "무의도가 한때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일시적이었다. 천편일률적인 공연문화를 극복하고 인천과 무의도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그간 정중근 회장이 시인들을 많이 모시고 매년 <무의도 오딧세이>라는 문학집도 발간해왔는데, 이를 좀더 발전시킨 무의도만의 콘텐츠로 함세덕의 <무의도기행>을 자연스럽게 접목하게 됐다. 이번에 처음 열리는 문학세미나가 그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 앞으로 축제와 세미나의 발전방향을 들려달라.

최찬용 회장 "우선, 15일 행사에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급하게 준비했지만, 시인,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섬축제로 자리잡는데 새얼문학회도 정 위원장님을 도와 노력해보려고 한다."

정중근 위원장 "주민들과 함께 문화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또 좋은 분들이 무의도에 많이 오셔서 이야기 나누는 문화예술축제로 발전됐으면 좋겠다. 세미나는 좀 더 발전시켜서 '무의도문학제'로 발전됐으면 좋겠다. 또 무의도에 꼭 '함세덕문학관'을 만들어보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