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상태바
“영유아 교육,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3.13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동학대 근절 위한 해결방안 토론회 인천서 열려

 
올해 초 벌어진 어린이집 폭행사건과 관련해, 아동 학대 문제의 원천봉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인천서 열렸다.
 
인천시의회는 교육위원회와 문화복지위원회 주관으로 12일 오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서 ‘아동 학대 문제의 근원 파악과 해결방안 마련’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최용덕 시의회 교육위원장과 이한구 시의회 문복위원장 등을 비롯해 각계 각층에서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으로 근래 이슈가 된 주제임을 인증했다.
 
먼저 ‘아동학대 문제의 근원 파악 및 해결 방안’이라는 주제의 주제발표는 이숙희 백석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학대를 교사 개인의 문제로 간주하는 것이 첫 번째, 보육 환경을 둘러싼 그간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두 번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린이집교사의 양성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녀는 “영, 유아의 교육과 보육에서는 교사의 질이 더 중요한데 1990년대 초중반의 과도기에 IMF 등으로 인해 단기양성 과정을 통한 여성 취업 확대의 일환으로 어린이집의 교사 자격증이 남발되기 시작했는데 이 현상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서도 임용고시 등 객관적인 선발 방식이 필요하고 재교육 갱신 등 교사 자격을 어렵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교사들의 자격 획득을 어렵게 하는 대신 그만큼의 후생복리 수준을 국가 차원에서 더 높여주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최근 모 일간지를 보니 어머니들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커피 한 잔 하면 안 되느냐는 기사를 들을 적이 있는데 대단히 틀린 생각”이라며 “부모들이 그렇게 커피 마실 때 교사들은 식사할 시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 밝혔다. 맞벌이가 아닌 부모들이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해 아이를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대안으로 “가정양육 지원을 확대하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하며,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도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제도를 두어야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좌장 역할을 맡은 최용덕 교육위원장의 진행으로 참석한 토론자들의 의견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자들 역시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적 발전적인 의견들을 많이 보여 참석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토론회 내 공식 토론자들의 모습.
 
먼저 김미숙 인천시교육청 학교교육과 장학관은 “아동학대 예방이나 신고자 의무자 교육 등에 앞서 이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동학대에 대한 이해나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에게 유아 발달과 행동 특성, 유치원 교육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수반해야 하며, 교사 대상의 인성교육 프로그램, 인천교육연수원과 연계한 연수 강화 등이 동반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정성조 인천 새한신유치원 원장은 “유아 학비에 방과후 지원금을 합해 유아 모두에게 동일 지원토록 해 교육비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방과후반을 운영하고 이 방과후반 교육비는 개인이 부담토록 해 맞벌이 부모의 아이들만이 방과후반에 참여할 수 있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관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가정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정의 문화로 아이들의 성격과 활동이 매우 다양한데 공동체 생활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아이들이 교사 지도가 전혀 효과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에서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긍정적인 양육 태도를 가져야 하며, 불가한 사회적 약속에 대해 부모가 먼저 아이들에게 단호함을 보여야 하며,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의 일관성과 바른 언어 사용 등을 해야 한다”며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라 강력히 권장했다.
 
김기철 인천시 보육정책과장은 “인천시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아이들의 양육을 위한 ‘새봄플랜’이라는 것을 추진 중인데, 근래 보육 및 저출산 대책 등으로 중요성이 부각되며 사업과 예산 등 부분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루는 판에 최근 송도 어린이집 사건으로 인해 풀이 꺾인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면서 “어린이집 지도점검 인력 확충 작업 등 인천시의 보육 브랜드 ‘함께 키움’을 위해 지금까지의 진행사항 중 미흡한 면을 파악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자녀 양육의 문제를 가정에 의존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국가와 사회, 가정 모두가 양육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배려와 관심, 책임 등을 모두 나눠 맡을 시기가 왔다고 본다”는 의견을 개진키도 했다.
 
이재오 인천어린이집 연합회장은 “만 3~5세에게 공통으로 제공하는 누리과정의 편성을 둘러싸고 여야간 정쟁화되는 측면이 있는데 대단히 안타까운 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그 외 보육료의 적정수준 책정 현실화와 위탁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지원 인력 강화, 학부모 부담금 및 초과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운영 시간의 효과적 조정 등 여러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이 회장은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눠진 영/유아교육과 보육을 하나로 합치는 유보통합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는데, 정부가 지자체에게 예산을 비롯한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중앙정부의 기본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면서 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참석자들로 인해 예술회관 국제회의장의 자리가 모두 메워졌다. 아동학대 문제가 근래의 주요 사회적 이슈임을 인증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토론회에는 2명의 학부모가 공식 토론자로 참석했다. 학부모 김윤경씨는 “교사와 학부모간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부모가 어린이집에 배식과 수업 등 지원을 하면서 교사들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봉사 체제를 구축하고 관련 업무에 대한 행정 담당을 두어 지원하는 등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유경씨는 “어린이집 사건 이후 정부가 CCTV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학부모인 내 생각에도 문제 해결책이 아니다”라면서 “부모들이 아동 양육에 대한 교육 기회가 보다 많았으면 좋겠고, 어린이집 교사들과 자주 만나서 아이들의 생활이나 발달 사항 등을 공유하고 가족같은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도록 부모들도 노력해야 하며, 어린이집 원장들 역시 교사 채용과 훈련, 처우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함께 한 이한구 시의회 문복위원장은 “근래 인천지역에서도 어린이집의 폭행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이슈가 됨에 따라 인천이 마치 아동학대의 근원지로 인식하는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전한다”면서 “학부모와 교사, 전문가와 정부 등 모든 이해 당사자의 중지를 한 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근절대책을 정부가 내놓았는데 이는 땜질식 대책의 전형”이라며 “이러한 접근으로는 아동학대를 절대 근절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어린이집 일선에서 움직이는 관계자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다수 참여하고 많은 취재진들이 몰리는 등으로 인해 회관 국제회의장의 자리가 모자라는 현상을 보였다. 현장을 취재했던 한 영상기자는 “근래 이곳 국제회의장서 열린 토론회 중 가장 분위기가 뜨거웠던 것 같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