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은 상대방과 나의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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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소통은 상대방과 나의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
  • 김선경 기자
  • 승인 2015.04.10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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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론 언론학교 지상중계] 6 - 김진혁 교수, ‘어떻게 소통하는가’

 

김진혁 교수가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는 이상, 수동적으로 사고의 ‘프레임’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스스로의 사고방식에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지난 4월 9일 언론학교 88기의 여섯 번째 수업 ‘어떻게 소통하는가’ 가 전 EBS ‘지식채널e’ PD인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에 의해 진행됐다.

이날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은 ‘소통’이라는 단어를 ‘상대방을 설득한다’는 차원에서 해석하고 방법론적인 단어로 격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소통이란 기본적으로 의견의 수렴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통을 방법론적으로만 사용한다면 대화가 스트레스로 다가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왜 ‘불통’이 되는가?
 
김 교수는 과거 EBS <효도우미 0700>을 진행하며 ‘왜 최빈층 노인들이 사회에서 격리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까’에 대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 교수는 단순히 경제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 내 ‘심리적 괴리감’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 탐구했는데 “사람마다 사고방식, 즉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프레임’ 밖의 언어를 사용하면 이해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봤다.
 
▲언어를 읽는 언어, 프레임
 
이날 김 교수가 주장한 ‘프레임’이란, ‘개인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프로세싱)하는가’를 의미한다. “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이미 인간은 수동적으로 언어의 관습,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답습했기 때문에 ‘나의 생각은 온전히 나의 것’은 착각”이라고 주장했다.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을 예로 들었는데, 어린아이가 언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단순히 단어의 사전적 정의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어가 연상하는 다른 언어들까지 공부하게 된다는 것.
 
김 교수는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예로 들었는데 “CPU(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이 좋다고 컴퓨터를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운영체제인 윈도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지 않는 이상 타인의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교수는 언론이 제시하는 ‘프레임’의 파괴력에 대해서도 강의했다. 그 예로, 지난 2007년에 발생한 ‘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는 사건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안의 해안가에 기름이 떠다니는 모습이나 피해 어민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떠올릴 뿐, ‘사고 책임자’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이어 김 교수는 “만약 ‘삼성 유조선 기름 유출’이라는 단어를 언론이 제시했다면 ‘태안 기름 유출 사고’보다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어가 사라진 ‘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는 프레임에 의심을 품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실의 가장 반대말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이다.
 
또한 김 교수는 언론이나 사람들이 빈번히 사용하는 ‘종북’이나 ‘중도’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북’이나 ‘중도’의 프레임에는 ‘어디엔가는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마음대로 발화자가 문맥대로 끼워 맞출 수 있도록 개연성이 다분한 단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과 진실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지금 한국은 프레임에 갇혀 언론이 보이는 기계적 중립에 여론이 진실인 것 마냥 착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계적 중립이 객관성을 보장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과 자신의 언어의 프레임을 이해하고,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프레임 혹은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며 대화해야한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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