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연장 두고 민-관 갈등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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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 연장 두고 민-관 갈등 ‘평행선’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7.0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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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매립지공사 이관절차 착수 VS 지역사회 ‘협의 무효화해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빠르면 올해 말부터 인천시 산하 공기관(혹은 공기업)이 된다.
 
4자협의체를 통해 매립지 연장을 협의한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의 관리권한을 이관받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정가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연장 협의를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어 민-관의 평행선이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환경부로부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이관받기 위한 인천시의 움직임이 기민하게 펼쳐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시는 2일 지방공기업평가원에 수도권매립지공사 관할권 이관을 위한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이 용역은 지난달 28일 매립지 연장 협의 및 공사 이관에 따른 후속조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작업 기간은 약 1개월, 용역에 드는 예상 비용은 4,900만 원이다. 기존 환경부 산하였던 공사가 지방공기업으로 바뀌는 것인 만큼 별도의 설립 절차를 밟아야 하며, 따라서 용역이 완료되면 주민 공청회와 심의위, 조례 제정과 기존 공사의 청산 및 해산 등의 절차들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시는 이번 용역에서 지방공기업 설립 형태와 명칭, 조직 및 수요 분석, 자본금 규모와 재원조달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용역 이후에는 설립에 대한 조례안이 입법예고될 예정이며, 환경부는 오는 10월 중 국회에 매립지공사의 폐지안을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대로라면 공사가 시로 이관되는 시점은 빠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 내부에서는 현재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 지방공기업 그대로 갖고 가는 것과, 이를 공단 형태로 개편하는 방안을 두고 검토 중에 있다. 현재는 공단 개편이 조금 더 우위에 있는 분위기. 업무 대행기관 형태의 공단은 수익성의 사업을 할 수는 없지만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에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 다만 공사의 수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등을 부담하더라도 현재의 독립된 공사조직이 더 낫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매립종료인천시민투쟁위원회’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매립지 연장 협의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시는 이처럼 매립지 연장 확정 이후 순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바깥 분위기는 당분간 냉랭함이 감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역정가에서 일찍이 반대 움직임을 보였던 데다 시민사회 및 단체들의 반발은 그보다 더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장합의 후 아파트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 매립지 인근 주민들 움직임은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는 형국.
 
매립지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매립종료인천시민투쟁위원회(이하 투쟁위)’는 같은날 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6년 매립지가 종료될 것으로 보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분양을 받았고 현 유정복 시장 역시 이를 약속했지만 이를 어겨 재산권에 흠집이 나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시장이 쓰레기를 받아 환경, 건강, 재산, 행복추구에 대한 권리를 잃게 됐다”고 분개했다.
 
이 투쟁위는 “특히 매립지와 관련해 시민협의체를 임의로 만들어 직권을 남용한 유 시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동시에 매립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몸으로 막는 등 물리적인 방법까지 가리지 않고 동원할 것”이라 밝혀 향후 시와 심각한 대치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사회 전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지역의 두 대표적인 시민단체 ‘인천연대’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가 통합해 출범한 ‘인천평화복지연대(준)’의 신규철 정책위원장은 한 매체에 기고한 논평을 통해 “서울시와 환경부가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이유로 시를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를 내려 결국 30년 연장을 주장해온 서울시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준 유 시장의 전략은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줬다”면서 “매립 종료라는 글자가 단 한 자도 없는 이번 합의는 참으로 굴욕적”이라고 자평했다.
 
신 위원장은 “유 시장을 포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는 대체매립지 조성을 등한시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실상 대체매립지 부담을 차기 시장들에게 떠넘긴, 한 마디로 ‘폭탄 돌리기’”라면서 “대체매립지 조성이 안 되면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매립을 자동으로 연장한다는 독소조항까지 달았는데 누가 대체매립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냐”라며 유 시장의 잘못된 협상을 꼬집었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윤성구 의원 역시 “결국 4자협의체는 쓰레기 매립 문제에 대해 불투명한 미래를 그려놓고 눈가리고 아웅 식의 야합을 한 꼴”이라며 “관 중심의 협의체가 아닌 시민 중심의 협의체가 보다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단 한 번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협의한 이번 연장안은 결국 시가 시민을 외면한 결과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단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중인 김진규 시의원(사진, 서구1)은 “유 시장이 주민들의 피해대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연장을 합의했다”고 말했다.
 
지역정가의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시의원들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유 시장의 이번 매립지 연장 합의는 헐값에 서울시와 환경부, 경기도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대안이 없어 연장을 결정했다는 말은 거짓말인데다, 이관받은 면허권 역시 1,2매립장에 한정된 것으로 완벽한 인천시의 손해”라고 밝혔다. 공사 이관에 대해서도 “권리뿐만 아니라 책임과 의무까지 이관 받는 셈으로 앞으로 인천시가 (매립지 문제에 대해서는) ‘독박’을 쓰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정연 소속의 김진규 시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수조 원의 비용이 드는 포화 매립지 안정화 작업 등 큰 부담까지 시가 고려했어야 마땅함에도 시간이나 돈이 없다는 이유로 마땅한 주민 피해대책도 없이 연장을 합의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며 “오죽하면 같은 편인 이학재 국회의원도 4자협의체에서 나오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며 공격을 하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정의당의 경우 시의 연장 협의 이후 아직 공식성명은 없는 상태지만, 현재 내부서 논평을 준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역시 입장은 지역사회와 비슷하다. 정의당 관계자는 “그간 4자협의체를 통해 인천시는 전략이 전무한 채 서울시와 환경부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만을 보여줬던 게 문제”라며 “유 시장이 처음부터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반영해 시민들과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다른 지자체와의 협의만을 앞세웠으니, 지역사회에서 이를 수용하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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