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나눔, 순환의 가치를 담은 콩세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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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나눔, 순환의 가치를 담은 콩세알
  • 인터넷 강화뉴스
  • 승인 2015.08.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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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농조합법인 콩세알을 찾아서



< 강화뉴스 - 인천in 협약기사>

가뭄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6월, 강화군은 모내기를 못한 논에 대체작물을 심겠다고 밝혔다. 대체작물로는 콩과 메밀, 가을보리 등이 거론됐다. 논농사 중심의 경작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벼 외에 다양한 밭작물을 심어서 영농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가뭄으로 모를 못낸 농가에게 콩을 위탁 생산케 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두부, 유부, 된장 등 콩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주)콩세알(인천시 강화군 양사면 배우개길 69번길 27-13)이다.
작은 생산공동체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적기업을 거쳐 자립적인 농업회사법인으로 자리 잡은 콩세알의 서정훈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일벗교회를 담임하는 목사이기도 하다.

“강화의 벗들과 함께 ‘일벗생산공동체’를 꾸렸다. 함께 노동하며 만난 친구들과 일을 벗 삼아 하는 공동체 지향의 생산단위랄까. 노동을 중히 여기면서 자연과 함께 공생하자는 거지. 일과 삶을 함께 나누고 철학과 신앙적 지향을 함께 공유하며 잘 살아왔다.

그러나 농사짓는 일만 가지고는 어려웠다. 안정적인 농업소득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는 농업의 개념을 넓혔다. 직접 농사를 짓는 영농만이 아니라 그것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것까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농사만 가지고는 어려우니까 가공사업도 같이 하자, 이렇게 해서 2004년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식품첨가물 문제가 대두될 때였는데 콩을 가마솥에 끓여 전통 간수를 쓰고 소포제나 유화제 같은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전통두부를 만들기로 했다.
마리교육생협에서 시작했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넘겨받아 두부 가공팀, 발효팀, 장 팀, 영농팀(콩, 순무), 기획팀, 장터팀 등을 두고 당시 고용 인원만 50여 명에 이르렀다. 콩세알 농민식당, 콩세알 밥집 등 식당도 두 군데 운영했다. 2008년 10월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두부 이름으로 쓰던 ‘콩세알’을 회사 이름으로도 쓰기 시작했다.
한 알은 벌레나 새가 먹고, 또 한 알은 이웃과 나눠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심은 사람이 먹는다는 ‘콩 세 알’의 의미는 기업의 지향과도 일치했다.

   
 

“두부를 만들다보면 같이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선 갈고 저기선 짜고 누구는 끓이고 누구는 누르고…. 이런 수작업들이 많이 생기니까 일자리 사업을 하는데도 좋고 콩이 가지는 나눔의 이미지도 맘에 들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콩은 자연의 혜택, 나눔, 공생과 자립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두부를 잘 선택한 것 같다. 시장은 치열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부를 잘 먹고 친숙하고 건강식품이기도 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20명가량 된다.

평소 5만평 정도 심던 콩을 올해는 8만평가량 냈다고 한다. 가뭄이 심하게 들어 모심기를 포기한 농가에게 콩을 위탁한 것이다. 가뭄에 속 타는 농민을 돕자는 마음과 함께 장기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올해 가뭄 때문에 모를 못 낸 곳이 많아 이런 농가들에게 콩을 심도록 했다. 우리가 심기만 하고 관리를 농가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콩세알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어차피 논을 묵힐 바에는 콩을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회적기업으로서 그 사회적 역할에 맞게 대안을 제시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잦고 장기적인 가뭄이 예상되는 가운데 개인이나 국가나 물대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관정을 파고 저수지를 준설하고, 심지어 한강물까지 끌어들이려 한다.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왔던 관행을 한순간에 바꾸기 쉽지 않을뿐더러 전반적인 영농시스템이 논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논농사 중심의 농업생산구도를 바꾸는 사업을 일개 기업이 해낼 수 있을까.

“이번 과정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가뭄이 상습화할 가능성이 큰데 쌀 이외의 작물로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쌀 자급도 중요하지만 콩 자급도 참 중요하다. 지금 인프라가 논 위주다보니까 억지로 논이 된 곳이 많다. 물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굳이 관정 파서 농사짓는 것보다는 오히려 물이 많으면 안 되는 콩 같은 작물을 심는 것이 자연의 순리에도 맞다.

“강화군과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처음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시행착오도 많고 함께 협의해 해결해야 할 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영농방식의 문제다. 우리는 친환경을 견지해야 했기에 멀칭을 주장했지만 당시 기술센터는 멀칭 방식이 아닌 방향으로 기계를 자체 개발하고 있었다. 우리는 검증된 기계를 구입하자고 했지만 기술센터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기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마지막까지 모 심을 가능성을 열어두느라 콩 심을 시기가 계속 늦춰지기도 했다. 적시에 파종을 하기 위해서 그에 맞는 기계를 임대해야 하는데…. 그게 많이 아쉽다.

사회적기업이 자립에 성공한 예는 드물다. 콩세알은 사회적경제와 친환경의 기치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자리를 잘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웬만큼 자리를 잡았다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들이 있다. 고용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그만큼 증대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정체상태다. 직원들 임금과 복지도 향상시키고, 지역에서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야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그동안 사회적기업으로 운영하면서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는 것도 과제다.”

“어쨌거나 윤리적 시장 영역에서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품질의 향상 없이 회사의 취지만 가지고 소비자들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끊임없이 품질을 높이고 경영의 매 과정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도움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보니 자생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책임자들이 경영자로서 마음가짐과 책임성,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생명과 나눔, 순환의 가치를 실현코자 하는 영농조합법인 (주)콩세알.
세 알의 콩이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을 먹이는 나눔의 씨앗이 되듯이, 이윤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직원은 물론 지역사회, 나아가 자연과 공생하고자 하는 그들의 지향이 한 모의 두부로 담겨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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