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행사, ‘최대 규모에 최대 논란’
상태바
인천상륙작전 행사, ‘최대 규모에 최대 논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5.09.15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들의 희생, 아직도 미해결 상황 성찰해야”

상륙군이 육지에 도달한 직후 전투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륙작전 전승행사 퍼포먼스의 모습.

지난 주말부터 열렸던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15일 오전 상륙작전 재연 퍼포먼스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를 현실화했던 해군 및 정부와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민간인 포격 희생자에 대한 시의회의 전향적 자세 등이 동시에 보여지며 향후로도 논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34개나 되는 지역 시민단체가 한 뜻을 모아 이 기념행사를 비판하면서, 이 전승행사에 대해 민-관-군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인천시, 중구와 공동으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인천상륙작전 6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마지막날인 15일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천자유공원에서 맥아더 동상 헌화를 시작으로 호국보훈 퍼레이드와 한미 해병대가 연합한 상륙작전 재연 퍼포먼스 등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를 앞두고 있던 시점인 이달 초 “역대 최대 규모로 하겠다”는 해군의 발표처럼,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는 무려 4일여 간에 걸쳐 록 콘서트와 불꽃 쇼 등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지역사회 전반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 대부분에서 “전쟁의 아픔을 미화하고 휴전 상태인 전쟁을 ‘전승’으로 왜곡한다”는 이유로 논란을 키우고 있는 마당에 각종 지역행사를 포함하고 관광 등을 이유로 규모까지 늘리면서 논란을 가중시킨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협회와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전교조, 인천민예총 등 34개 지역 시민단체들은 14일 공동성명을 내고 “인천상륙작전이 한국전쟁 당시 불리했던 국군의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긴 하나, 그 이면에 당시 인천시민들의 많은 희생이 따랐고 그것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상황을 성찰해야 한다”면서 “전승행사는 참혹한 전쟁과 죽음의 실상을 을 축제로 즐기려는 것인 만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시민단체는 “당시 미군의 월미도 포격은 사실상 휴전 상태임에도 ‘전승’이라 호도되는 인천상륙작전의 어두운 이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올해 기념행사를 월미관광특구 문화축제와 합쳐서 열린 배경에 김홍섭 중구청장의 무분별한 돈벌이 관광개발 정책과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전시행정이 낳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월미도 포격 사건은 1950년 9월 10일 미 해병대 항공단이 월미도에 95발의 네이팜탄을 무차별 포격한 사전이다. 당시 북한군 400여 명이 주둔하던 월미도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이었지만 민간인을 구분하지 못해 월미도 주민 100여 명이 동시에 목숨을 잃어야 했으며 유족들은 그 여파로 살던 땅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통해 그 사실이 더 명확해지기도 했다.
 
유족들은 2000년대 들어서야 목소리를 내며 위령사업과 피해보상 등을 정부와 인천시에 요구해 왔다. 상륙작전이 이면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남한에 불리했던 한국전쟁에 반전을 가져왔다”는 이미지가 고착돼, 큰 피해를 입고서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이전까지는 내지 못했던 것. 이후 목소리를 냈으나 지금까지 정부와 국방부는 이를 외면해 오고 있다. 인천시 역시 피해보상은 국가의 몫이라는 명분으로 오랜 기간 이를 정부에 떠넘기면서 지난해까지는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올해 인천시의회가 이달 열린 임시회를 통해 “위령사업이라도 지원해 주자”는 뜻과 지원책을 안건으로 내고, 여야 시의원들이 이를 공감하면서 내년부터 다소 위령사업비가 늘어난 것이 그나마 지역사회에서 다행이라는 뜻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륙작전 전승행사 중 5대의 전투기가 에어쇼를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가중되자 이번엔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 전승행사를 거들고 나섰다. 특히 일부 언론은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왜곡된 보도를 내기까지 했다.
 
실례로 [문화일보]는 “6.25전쟁은 북한이 남한을 적화해서 현재의 북한과 같은 체제를 만들기 위한 전쟁이었으며 인천상륙작전은 그런 기도를 무산시킨 작전으로 이 기념행사 등을 폄하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인간의 가치가 존중받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 체제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라는 이재교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의 주장에 인천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는 “15일 인천상륙작전 65주년을 맞아 국방부와 인천시, 인천 중구 등이 개최한 기념행사에 대해 인천 지역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죽음의 전쟁을 즐기는 몰상식한 축제라며 비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리드문의 기사를 보도하며 마치 ‘정상적인 행사에 시민단체들이 딴지를 걸어 논란이 된 상황’처럼 정황을 만들어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문화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34개 시민단체가 반대 성명에 참여한 사실만으로 보도의 왜곡이 입증되고 있다. 참여한 시민단체들 중 진보 성향은 인천평화복지연대나 인천전교조 정도이며 정치적 성향이 짙지 않은 환경 및 여성, 예술단체 등의 시민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다. 더욱이 상륙작전 기념행사는 한두 해도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고착돼 오랜 기간 대립된 목소리가 이어져온 것이기도 하다.
 
34개 단체중 한 관계자는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활동 규모나 횟수 등을 감안했을 때 이름을 내걸 수 있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34개나 된다고 하면 아마 시의회에서도 지금 진보 성향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들어가 있을 텐데 지금 한 명도 없지 않느냐”며 웃기도 했다. 
 
이날 행사의 직접 참여한 인천시립예술단의 한 단원은 “상륙작전이 전쟁 중 국군에게 유리한 국면을 갖고 온 것은 사실이나 휴전에 전승이라는 단어를 넣는 것은 동의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당시 희생자들이 있었고 피해보상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인천평화복지연대의 이광호 사무처장은 “지역사회에서 기념행사를 아예 열지 말라는 게 아니라,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성찰 등을 함께 어우러 내며 평화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라며 “국방부와 인천시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공감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승행사 중 국군의 공중 상륙작전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모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