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읽는 시간', 김진초 다섯번째 소설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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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읽는 시간', 김진초 다섯번째 소설집 출간
  • 배천분 시민기자
  • 승인 2015.10.2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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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된 김치 맛으로 읽히게하는 소설"
 

매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김치에 언어를 입혀 놓은 김진초 (61, 가좌2동) 소설가의 다섯 번째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 이 출간되었다. <프로스트의 목걸이>, <노천국 씨가 순환선을 타는 까닭>, <옆방이 조용하다>, <당신의 무늬>에 이은 것이다.

이 소설은 그 김치들의 아슴하거나 시끄러운 이바구들이다. 작가는 김치와 관련된 온갖 에피소드를 소금에 절여 기억창고에 저장했다가 양념에 버무린 각양각색의 김치를 만들어 우리 앞에 내놓고 있다.
시퍼런 배추에 온갖 양념을 버무려 수십 종의 김치를 만들어내듯 어떤 소재나 상황에도 인물을 자연스럽게 얹어 가공하고 변모시키는 작가의 탁월한 솜씨가 소설을 맞춤하게 숙성된 김치 맛으로 읽히게 한다.

『김치 읽는 시간』은 한 그릇의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사의 표층에 배치하고, 그 과정에 얽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내면에 배어들고 있다. 그래서 서사의 전개과정에서 김치가 극적 모티프가 되기도 하고 또한 갈등 해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空氣처럼 늘 식탁에 오르는 김치. 밥상의 터줏대감 김치를 제대로 대접했던가? 예수가 고향에서 대접받지 못했듯 김치 역시 그랬다. 김치를 소설무대에 올린 이유다. 때로는 입으로 때로는 눈으로 먹기만 하던 김치에 언어를 입히다 보니 그 속성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는 걸 알았다.” 라며 “날김치는 자연의 풋내로, 익은지는 맞춤하게 숙성된 기품으로, 묵은지는 쿰쿰하면서도 그윽한 울림으로 차별화된 매혹을 자랑하지만, 익기도 전에 냉장고를 들락거려 미친 김치는 먹을 수가 없지 않던가?”라며 결국 공기와의 접촉과 입혀진 시간이 관건이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생강냄새가 난다. 고수냄새도 난다. 푸른 죄처럼 싱싱한 파 줄거리의 말. 마음 붉은 포도주 한 잔의 말. 겨울에도 기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 어느 강마을 주막에 마주앉아 들어도 좋을 그의 목소리에는 무청 같은 젊음도 묻어 있다. 여러 해째 그의 소설을 읽었다. 노을처럼 환하게 잘 저물어 가는 목소리를 읽었다. 김진초는 그 나이에도 참 풋풋한 작가다.”라고 서평 했다.

 


13편의 작품은 저마다 각기 다른 음색을 띠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 어제와 오늘의 기억 속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개인이 겪은 혹은 겪는 고통의 시간을 건져 올리려는 유사성이 있다. 그 유사성 속에는 개인의 인간다움에 관한 질문이 항구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번 소설은 ‘김치’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만연된 인간의 고통과 아픔 혹은 야만적 인식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이고 있다. 여성 혹은 그 존재의 희생과 슬픔에서 구원의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김치에는 사연들이 각양각색이다. 내시의 양딸, 보신탕집 노파, 마라도 처녀, 냉동아줌마, 까막과부, 장군의 손녀, 좀비남자, 아버지살이하는 딸, 무인카페 여주인, 쌍둥이 형제, 나이속인 며느리, 대장간 남자, 홀로 노인이 화자로 나서 아슴하거나 시끄러운 이바구를 한다.
 
여기서 김진초 작가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 진정성의 의미를 다양한 김치의 빛깔과 차별화된 맛으로 담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다양한 개인들의 삶에 육화된 김치세계까지 보듬고 있어 이야기 자체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굴포문학회 <우포 늪>에서 김진초 소설가 출판기념회 사진

김진초 작가는 개인에게 이미 지나간 과거라 하더라도 그 속에 현재를 개입시켜 스스로 삶이 발화하는 지점을 찾아내는데 탁월한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이번 소설집 '김치 읽는 시간'이 그 정점에 와 닿았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탐구 대상의 삶을 저절로 나타나게 만들 뿐 애써서 드러내지 않는다. (……) 그 결과 인물들의 아픔이 삶의 표면에 거칠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내면으로 조용히 스며들어 개인의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묻고 있다.
김성달/소설가
 
 『김치 읽는 시간』은 사람의 가치 상실과 인간관계의 갈등을 육화된 김치의 세계를 통해 현실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소설적 형상의 품위를 잘 살려내고 있다. 또한 개인의 일상에 가려진 비범함을 보여주기보다는 인생의 평범한 세부를 복원하여 밑바닥을 통해서만 건드릴 수 있는 고통의 본질을 환기시킨다.
살아있는 언어와 장치를 통해 체면과 염치가 걷힌 맨 얼굴이 바닥에서 툭 치고 올라오는 순간들이 매력으로 읽히는 소설이다. 김치로 시작해 김치로 끝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김치가 당겨주는 입맛에 대책 없이 몸이 끌려갈 것이다.
 
김진초
1955년 경기도 송추 출생.
1997년 <한국소설> 신인상에 단편 <아스팔트 신기루>당선으로 등단.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에 <귀먹은 항아리>추천우수작 선정.
2001년 첫 번째 소설집 <프로스트의 목걸이> 출간.
2002년 이노블타운에 장편 <머플러> 연재.
2003년 제7회 서울이야기 공모에서 수필 <박석고개>로 최우수상 수상.
2004년 한국문예진흥원 문예창작지원금 수혜.
2004년 두 번째 소설집 <노천국 씨가 순환선을 타는 까닭> 출간.
2005년 첫 번째 장편소설 <시선> 출간.
2006년 제17회 인천문학상 수상.
2007년 세 번째 소설집 <옆방이 조용하다>출간.
2009년 두 번째 장편소설 <교외선> 출간.
2013년 네 번째 소설집 <당신의 무늬>출간.
2013년 계간 <학산문학>에 장편 <여자여름> 연재.
2005년부터 6년간 계간 <학산문학>편집장 역임.
현재 와 <한국소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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