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수다'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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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수다'는 정치다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5.26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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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아카데미] 3강 - 여성친화도시 담론 속 여성

인천여성민우회는 성인지 아카데미 강사양성 과정을 위해 지난 12일부터 3회에 걸친 공개강좌를 진행했다. 26일 강의는 지난 1강을 진행했던 김홍미리 강사의 '여성친화도시: 담론 속 여성'을 주제로 이뤄졌다. 

김홍미리 강사는 이날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으로 구분 된 근대화 사회에서, '지역안에서의 여성은 어떻게 구분지어지고 개념화되는가'를 주제로 지역사회 속 여성운동과 여성 혐오의 정서,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김홍미리 강사는 지난 1강에 이어 3강 공개강좌를 진행했다. 사진 = 이미루 기자

여성혐오 - 혐오 정서와 폭력, 그리고 구조의 문제

이날 강연의 화두는 지난 5월 17일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계속해서 여성혐오 살인인가에 대한 논쟁과,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 등으로 한국사회의 주요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김홍미리 강사는 "한국사회에서 살인범이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른게 처음있는 일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일상의 공포에 대해 의제화 한 것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우리 사회에서 여성혐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혐오는 사회를 관통하고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정서"라고 말했다. 특히 "혐오의 정서가 사회에 짙게 깔릴 수록, 혐오로 인한 폭력과 억압의 구조가 더욱 강해지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된다"고 말했다. 

혐오를 어떻게 정의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혐오는 단순히 특정 대상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부끄러움'과 '죄책감'의 기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치 정권 당시 독일인의 예를 들며, "당시 독일인을 신인류 인 것 처럼 포장 할 때, 유대인을 '돼지'라고 불렀다"며, "지금도 여성을 김치녀, 된장녀, 맘충 등으로 범주화 하는 것 처럼 이들을 인간과 동물 혹은 벌레에 비유하면서 혐오의 정서가 만연하게 퍼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녀는 이런식으로 혐오의 정서가 작동 할 때 개인을 외면하고 폭력을 구조화 할 수 있으며, 단순히 혐오가 무엇인가를 정의할 것이 아니라 혐오가 어떤 식으로 구조화 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런 혐오의 기제는 결국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각해버리고 소거시켜 버린다"고 말했다. 

사적영역과 공적영역. 여성의 영역은 사적영역인가?

김홍미리 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여성의 영역을 계속 사적영역으로 몰라가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식의 공사이분법이 존재하고, 여성이 아무리 정치적인 문제를 이야기 해도, 여성들의 이야기는 모두 사적인 문제로 귀환시킨다"고 말했다. 

이번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에 대해서도 "여성들이 항상 불안을 느끼고, '잠재적 피해자'의 자리에 위치되어지는 것에 대해 구조적?정치적 문제를 제기해도, 남성들은 '그것은 너의 문제다'는 식으로 개인화 시킨다"며,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함께 해결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런 사회적 정서를 변화시키기 위해 동참한다면, 지금처럼 남녀의 대립구도적인 논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을 분리하려는 시도 자체가, 근대가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라며, "이성적인 영역(공적영역)과 감성적인 영역(사적영역)을 나누고, 그 안에 젠더를 주입시켜 여성이 사적영역에 한정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나 여성들의 대화를 단순히 '수다'로 비하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들이 너무 감정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못한다는 식으로 몰고간다"고 지적했다. 

김홍미리 강사는 "사회적으로 여성의 감성이라고 꼽는 것 중 '주변사람들을 잘 챙긴다'는 특징을 많이 언급하는데,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특징(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몸)으로 결정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사회속에서 그러한 젠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이 꾸준히 논쟁을 일으키고, 혁명적인 시도를 도모하는 것은, 이것이 일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해진 고정적인 성역할을 거부하고, 당장 오늘부터 삶의 방식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락고 강조했다. 


성인지 아카데미의 마지막 공개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이미루 기자

가족과 지역 사회, 그 속에서의 여성

가정이 사적 영역이라면, 마을은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중 어느곳에 속할 수 있을까? 김홍미리 강사는 마을, 즉 지역사회는 "공사 공통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정과 지역 사회 모두 공통적으로 여전히 위계질서와 권위주의가 공고하게 남아있는 영역"이라며, "지역운동을 통해 권위주의와 전통적인 가부장제 등을 약화시키고 공사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사회게 뿌리깊게 남아 있는 젠더 역학은 공사영역의 구분을 약화시키는데 큰 장애물이다. 그녀는 "가족도 지역도 권력이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매일 체험하게 되는 공간"이라며 "그 안에서 지역운동을 한다는 것이 낭만적인 결과만을 바라보며 지속하기엔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70년대 새마을 운동은 인권이나 여권같은 의제를 모두 뒤로한 체 발전에만 집중한 국가발전주의 모델"이라며, "사회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자, 이제는 삶의 질의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풀뿌리 보수조직이 굳건해 졌다"며, "마을이라는 공동체는 권력이 하나도 해체되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것, 연결 되어야 강해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우리라는 관계를 이해하기 전에 권력이 삭제 된 평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며, "단순히 평등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권력구조의 틀 안에서 경계를 확인하고 공사영역을 넘나들어야 한다"며, "권력관계를 매번 확인하고, 함께 한다는 감각이 정치화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을을 사적공간으로만 놓을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공간으로 연결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마을에 자리잡은 권력구조에 균열을 내고 그 균열을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이런 과정은 개개인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우회가 주최한 '성인지 아카데미'의 공개강좌는 26일 3강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후 이어지는 강의는 전문 강사 양성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해당 과정에 대한 자세한 문의 사항은 민우회(032-525-2219)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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