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나타나는 인천, 아직도 준비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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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나타나는 인천, 아직도 준비는 ‘전무’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6.08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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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관계자 “내부서 용어조차 아는 사람 드물다”

신포동 초입 도로. 수인선 신포역과 인천역 등 개통 이후 이 즈음서부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면 된다. ⓒ 배영수
 
<인천in>의 심층보도를 시작으로 최근 여러 지역 언론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인천시가 아직도 아무런 준비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시 내부서는 용어조차 처음 듣는다는 반응도 나오면서 인천시가 문제의식 없이 방치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8일 인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 내부 경제분과 어디서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이를 담당하거나 대안을 계획하는 팀이 없는 상태다. 본보가 지난달 1차 심층취재를 한 뒤 추가 취재 과정에서 시 관계자에게 “어느 부서가 이를 담당하는지 알아봐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를 한 뒤 며칠이 지나 받은 답이었다.
 
시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서울에서도 현재 성동구가 가장 앞서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자체들끼리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협력하자는 차원의 MOU를 맺었고 인천서는 남구가 이 협약서에 사인을 했던 바가 있었다”면서 “인천시는 아직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어떤 방향도 정해진 바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부서조차 없는 인천시
 
시가 이러한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은 내부 상황을 감안했을 때 당연한 일이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대응했던 팀이 경제부서 어떤 과에도 없었기 때문. 임대료가 사경제 영역이다 보니 시에서 미처 신경을 쓸 생각조차 못했던 탓이다.
 
그나마 이 용어를 알고 있던 시 관계자는 “공직자들 대부분이 이해도 잘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용어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담당할 만한 몇 군데 부서에 전화를 넣어 봐도 상태는 거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심지어 성동구가 제안한 MOU에 박우섭 구청장이 직접 사인까지 했다는 남구 역시 상황은 인천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남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어떤 방향을 잡고 정책을 잡을지에 대한 부분이 아직은 없다”면서 “사경제 부분에 법적인 강제성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기초단체 차원에서 방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민사회도 여론화 노력은 ‘대체로 부족’
 
문제는 시 내부의 상황만을 원인으로 꼽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정작 이 문제와 직면해 있는 시민사회에서도 전반적으로 이 부분을 지적하는 수가 적었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이것이 일부 임차인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인식한 시민단체 전반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다보니 여론화가 되기도 힘들었다는 것. 물론 여기에는 시가 먼저 선도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인천경실련 관계자는 “최근 수인선 개통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는 신포동 일대 이전에도, 지난 2000년대 초반 인천1호선 개통 이후 인천예술회관 인근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가 부동산업자들의 ‘임대료 장난’으로 와해된 아픔이 있었던 걸 감안한다면 인천시가 서울보다 먼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 선도하는 역할을 했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천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정책방향을 잡고 있는 걸로 아는데, 원도심 활성화의 기본은 원주민이 그대로 정착하는 상태에서 발전하는 것이 필수고 그러려면 젠트리피케이션부터 막아야 한다”면서 “성동구를 비롯한 서울시는 이미 여러 정책들을 현실화하고 있는데 인천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시민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하지 않았던 것 역시 일부분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직면 상인들 “민원 넣으려 해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 인천시의 감각이 전무했던 이유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게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내부에서 주로 움직이는 공직자들이 민원으로 가시화되는 부분이 없는 상태라도 공직사회가 먼저 움직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 또 임대료는 사경제권의 부류에 속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데 한계가 뚜렷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상인들이 민원을 넣거나 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민원이 없었다는 것은 의아할 수도 있다. 자신들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일 텐데 왜 상인들은 그토록 침묵하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신포동의 한 상인이 너무나 쉽게 답을 줬다. 이러한 민원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가 집주인이 알게 되거나, 지역에서 소문이라도 나거나 하면 꽤나 곤란해질 것임이 분명하고, 더불어 시가 그러한 내용의 민원은 사실 받을 준비가 안 돼있다는 것이다.
 
이 상인은 “집주인 입장에서 굳이 문제라고 인식되는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을 것임은 당연하지 않겠느냐”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민원을 넣었다고 소문이라도 돌면 그 지역에서는 다른 건물이라도 임차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어 그는 “만약 서울과 같은 자세가 인천시에 있다면 민원으로 해결하고 싶은 가능성이라도 생기겠지만, 담당부서조차 없는 지금의 인천시나 관할구청의 자세라면 같은 상인 입장으로서 민원을 넣어봤자 도루묵일 텐데 굳이 민원을 넣어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이라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왼쪽 아랫줄서 세 번째)의 주도 하에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협의한 전국 37개 기초단체장 중 서울 구청장들 중심으로 사인된 협약서를 보여주고 있다. ⓒ배영수
 
◆ 서울 성동구는 전국서도 ‘으뜸 모범 사례’로 뽑혀
 
최근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공식석상에서 “20대 국회의원들 중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분들이 많고, 실제 홍익표 국회의원이 자신의 첫 번째 법안 발의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으로 정했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국회에서 다수가 된 야당을 중심으로 임대료 폭등 문제를 적잖은 국회의원들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전한 것이다.
 
정 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인식은 지역 자체의 상승가치가 지역 모두와 공유돼야 한다는 것” 이라 전제했다. 실제 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하는 정책은 무척이나 꼼꼼하고 계획적이다. 관내 상가임대인과 임차인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상호협력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이 관내 지속가능 발전구역에 들어오는 입점 업종과 업체들을 선별토록 하며, 협의체가 지역공동체 생태계를 파괴하는 업체나 업소에 대해 직접 입점 거부를 구청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만약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집주인에게 쫓겨난 영세상인들이 있을 경우 이들이 성동구서 직접 계획해 마련한 대안상가에 입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지역 내 부동산 업자를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건물주와 임차인, 구가 함께 상생협약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성동구 관내 지속가능 발전구역에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의 55%(약 130명대 정도로 추정)가 이 상생협약에 방향을 함께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성동구는 최근 이를 홍보하는 다큐멘터리까지 제작했다.
 

◆ 서울시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결 나서는 상황
 
성동구 등의 기초단체가 성과를 보자 서울시도 나섰다. 200억 원의 예산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는 데에만 쓰기로 하면서 프랑스의 ‘비탈 카르티에’ 제도를 도입해 대학로, 성수동 등 이 문제가 집중되고 있는 구역에 건물을 아예 매입하거나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및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등의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했던 것. 소상공인이 아예 상가를 매입해서 소유할 수 있도록 융자지원을 해주고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률지원단 등도 가동하고 있다.
 
임대인 일부에게도 지원책이 있다. 노후 건물을 가진 임대인에게 보수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임대료를 동결하고 임대기간 등도 보장해주는 제도도 도입키로 하고, 성동구가 진행하는 방식과 거의 동일한 상생협약 역시 서울시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성동구 관계자는 “지금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 중에 있기도 한데 성동구의 정책 방향에 영향 받은 부분이 있다고 본다”면서 “실제 성동구의 관련 조례는 전국 조례 중에서도 가장 좋은 조례에 뽑혀 다른 지자체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는데, 근래 성동구가 인천 남구 등 여러 전국 기초단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MOU는 일종의 ‘파트너십’을 맺자고 제안했던 것”이라 전했다.


◆ 인천 공직자들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공부해야
 
시 관계자는 “나도 최근에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공부를 좀 해봤는데, 그 문제가 가시화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다면 나중에 큰일이 날 일일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고, 시 차원에서는 아직은 뭐라 말할 부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공직자는 “다른 부서에 전화도 걸어보고 그러면서 주변 공직자들 몇몇이 이 용어를 알게 되는 등 측면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내부서 심각히 고민하고 검토해 보도록 유도는 해볼 참인데, 아무래도 공론화가 필요할 것 같기는 하다”면서 “<인천in>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지역 언론들이나 시민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다루면서 여론화가 될 수 있다면, 검토 작업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데에 도움이 크게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도심 지역의 노후주택 등으로 유입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에서 파생된 용어로, 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근래 언론 등에서는 부정적인 의미가 짙다.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 외부인들이 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기 때문. 참고로 이 용어는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를 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내용 참고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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