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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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
  • 이미루 기자
  • 승인 2016.06.2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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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담고에서 만난 새로운 삶의 가능성

'청소년은 우리 사회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이란 말을 참 많이 듣는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주요 인력이란 말 일테다. 하지만, 그만큼 청소년들의 '오늘'도 행복할까. 2013년 유엔아동기금(UNICEF) 조사에 따르면 높은 학업 스트레스, 낮은 학교생활 만족도 등으로 한국 청소년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60.3%였다. 조사대상 30개국 중 27개국이 80%이상의 만족도를 보인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삶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인 요즘, '행복한 젊음'을 철학으로 "학생들의 오늘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천 청담고등학교(이하 청담고)를 찾았다. 청담고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인가형 대안학교로 연수구 청소년 수련관에 자리잡고 있으며, 보통의 고등학생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학생들이 모인 곳이다. 


"졸업만 이라도 했으면" 했는데...


지난 5월 청담고에서는 가족캠프를 진행했다. 이 날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도 참석해 함께 즐기는 자리였다. 사진 = 청담고

청담고는 총 학생 수가 44명(1학년 15명, 2학년 15명, 3학년 14명)인 소규모 대안학교로 지난 2011년 법인인가 이후 현재까지 3회에 걸쳐 졸업생을 배출한 대안학교이다.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이 운영하고 있는 청담고는 인천시의 재정지원과 '내일'의 전문청소년단체 위탁운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직원이 총 8명인 이 학교는 2009년 비인가단체로 설립되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면서 "대안학교가 단순히 '사회부적응'이라는 꼬리표를 달게되는 것이 아니라, 성적 경쟁에 지치고 대학진학이 아닌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청담고 김경언 교장은 "대안학교 학생을 보는 시각이 단순히 비행청소년이나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낙인찍는 것이 되어선 안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에 초기 입학할 당시, 혹은 전학 올 당시만 해도 "졸업이라도 했으면"하는 마음에 오는 학생과 학부모도 있다. 하지만 교내 프로그램, 학생들과 선생님들간의 관계맺음, 공동체 구성 등을 통해 입시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직업이나 진로를 택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청담고는 또한 IWD통합사례관리(Integrated case Work of the Dreaming youth) 프로그램을 통해 담임교사가 학생에 대한 다양한 심리검사와 상담을 진행하고 학생의 문제점과 욕구를 파악하여, 학생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자녀의 꿈을 찾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꿈이 생긴 아이들 


청담고에서는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 = 청담고


청담고의 경우 대안학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규수업은 오후 3시 30분이면 마친다. 국어와 사회 수업만 일반 고등학교의 절반에 해당하게끔 운영을 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청담고에는 학생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월요일에는 스포츠데이, 금요일에는 활력 '비타민'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문화체험, 공동체의 날, 활동의 날 등을 진행하기도 하고 방과후에는 인근 대학과 연계한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청소년수련관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수련관내에서 이루어 질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면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바리스타, 조리사, 제빵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자신의 진로를 위한 준비를 해 나갈 수 있게되고 졸업하고 난 이후에도 학교를 찾아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는 등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실제 한 학생은 "대안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으나, 선생님들이 학생을 존중해주고, 학생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주는 점이 매우 맘에 들었다"며, "선생님과 학생들이 하나의  공동체이자 가족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학생은 "대안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키우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학생들과 거리를 좁히고 더 많은 활동을 하려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이런일이 하고 싶다"며 "이런 일을 하는 삶을 살게 될 미래를 그려보면, 그 삶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청담고의 경우 입학생 90%가 기초학력미달 이거나, 학습, 사회, 또해관계, 성격 및 정서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겪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입학 초기 잔뜩 날이 서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맹수현 행정실장은 "입학 당시 자기 자신의 문제는 물론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무기력하거나 잔뜩 날이 선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래 문화가 형성되고 선생님들과 친해지면서 그 아이들이 해맑게 다가오는 걸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학교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은 '공동체의 날'을 통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사진 = 청담고

청담고는 일반학교와 달리 교칙을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법률로 정해진 규칙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칙을 학생들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법으로 정해진 출석일수와 학교폭력 등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두발, 복장, 벌점제, 휴대폰 사용 등 대부분의 것들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처음 학생들이 학칙을 정하게 하자고 했을 때, 선생님들도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맹 실장은 "처음엔 선생님들도 밤 잠을 못 이룰 정도 였다"며, "학생들이 모든 규율(휴대폰 사용 금지시간, 지각 벌점제 등)을 전부 무력화하는 교칙을 만들자고 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학생들 스스로 지각 벌점제를 강화하거나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수업시간엔 정해진 장소에 휴대폰을 모아뒀다가, 쉬는 시간에만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본인들이 정한 교칙이기 때문에 해당 교칙에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반발하거나 반항하기 보다는 다음번 논의를 통해 안건을 제시하고 교칙 수정을 제안하는 등 자체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한다. 

한 학생은 "전에 다니던 학교는 사소한 행동도 잘못하면 점수를 깎여 바로 성적과 연결되기 때문에 수업 듣는 내내 부담감이 심했었기 때문에 학교가는게 두렵고 점차 학교에 나가지 않는 날이 많아졌었다"며, "청담고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수가 성적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다"고 한다. 

맹 실장은 "학교 운영 철학이 행복한 젊음'인데,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행복과 경험을 누리고 이를 통해 행복을 찾는 힘을 기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인이 되어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니까, 행복을 이야기하는 학교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늘 한다"고 말했다. 


3년마다 재계약, 예산 줄어들까 노심초사


현재 인천시에서 운영중인 공립대안학교('각종학교'로 분류)는 총 3 곳으로 청담학교, 해밀학교, 한우리 학교가 있다. 그 중 청담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인가하고 인천시의 재정을 받아 운영이 되는데, 인천시 예산편성 과정에서 '사업예산'으로 편성이 되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맹수현 실장은 "학교라는 특수성때문에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협약서는 있지만, 학교를 운영하면서 내년에 예산이 줄어들면 어쩌나, 예산이 안나오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한다"며, "안정적인 예산지원이 지금의 대안학교를 운영하는데 가장 어려운점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실제 청담고의 경우 인천시 예산 지원과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으로 운영이 되며, 때때로 교육청 지원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특별활동비 등을 충당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되면 지속적인 지원이 보장되는 일반학교와 달리 사업예산 편성으로 진행되는 대안학교의 경우 학교 운영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3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프로그램이나 학생들을 위한 사업 등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재 후원회원 모집 등을 통해 학교발전기금 등을 조성해서 장기적이거나 대형 프로그램 등을 진행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맹 실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수업에만 집중을 해도 부족한데, 예산 편성때가 되면 이런걸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교사분들이나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늘 있다"고 말했다. 

청담고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보호관찰이나 비행시기가 있었던 학생들의 수를 비교 하면, 입학 전 총 17건의 범죄사건 등이 있었지만, 입학 이후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 역시 이전 학교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고, 학년이 올라 갈 수록 수업에 대한 만족도와 참여도 역시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단순히 대안학교가 '비행청소년' 혹은 '사회부적응'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 아닌, 이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구성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곳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만큼 더 많은 학생들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는 물론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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