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도의 냉장고를 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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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갑도의 냉장고를 뒤지다
  • 류재형
  • 승인 2016.07.1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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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문갑도 명품 열흘밥상 프로젝트-집집마다 냉장고 들여다보기



참, 하루가 이리도 정신없이 보내기는 섬의 생활이 너무 바쁩니다.
개인이 일군 밭과 마을 기업에서 가꾼 대단위 ‘빨간감자’를 캐는 시기인 것입니다.
 










그리고는 짬을 내어 점심시간이 채 못된 11시 30분 경, 삼삼오오 바닷가 갯벌로 아낙들이 모입니다. 남자 분들은 바지락 캐는 작업을 왜 안 하는지 모릅니다. 지금이 살이 올라 가장 맛있는 때랍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새끼를 까 바지락이 살이 없답니다. 해금을 하고 신선한 상태에서 얼려 팔기도 하고, 젓을 담그기도 하고, 사계절 음식재료로 쓰고 뭍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보냅니다.





















이날 일부 부녀회원들은 오늘 들어온 섬 청년탐사대원 37명에게 식사를 해 대느라 분주합니다. 물론 마을 분들도 같이 모였습니다.

경상도, 충청도 등 전국에서 선발된 젊은이들이 쓰레기를 치운다며 문갑도를 방문했습니다. 참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여행대학을 통해 일정한 교육도 받고, 오지를 찾아 여행 겸 봉사를 나선 젊은이들입니다. 참으로 감사할 다름입니다. 각자가 자비를 들여, 그것도 부족해 그릇과 고기, 음료수를 가져와 마을 분들과 식사를 나눕니다. 숙식비도 모두 자비를 들여서 진행하고 마을에 전혀 폐를 끼치지 않습니다. 놀기도 잘하고 식사시간에도 마을 분들에게 써빙도 확실합니다.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젊음이 부럽습니다.
 
이날 점심은 섬 탐사팀을 대접하기 위해 부녀회원들이 손수 마련한 칼국수, 그리고 저녁은 섬 탐사팀이 가져온 수육과 삼겹살 파티가 열렸습니다.
부녀회는 점심을 만들고 국수를 먹는 둥 마는 둥 갯벌로 나갑니다. 바지락 캐러 갑니다. 물때를 놓치면 큰일이기 때문이지요.
참,,, 너무 미안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외지에서 섬을 도와준다고 들어오면 당연히 마을에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부녀회의 고생이 뒤따르기 때문에 미안한 일이지요.









마을 북쪽에 위치한 진모래해변에 엄청나게 밀려온 쓰레기를 몇 시간 만에 수거용 마대자루에 넣어 정리합니다. 젊은 처자들이 썬그라스 끼고 땀흘려가며 그림같이 열심히 일합니다.
정말 보기드문 모습입니다. 힘이 넘쳐납니다. 구석구석 꼼꼼히, 유행하는 가요를 흥얼거리며 너무너무 일을 잘 합니다.
이번 한번이 아니라 1달 간격으로 2번 더 온답니다. 다음에는 섬 주민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지 준비해 온답니다.
 

















그 사이 문갑도 열흘밥상 프로젝트 팀은 각 집을 돌아다니며 냉장고를 조사합니다. 개인프라이버시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수줍어하시기도 하고 감히 들여다 볼 수 없는 자존심이 존재하지만 선뜻 응해주는 소박한 마음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각 집마다 냉장고가 최소한 4-5개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4계절을 섬에서 보내야하는 이곳의 삶이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음식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점심을 걸러가며 물때를 맞추어 바지락을 캐고, 굴을 따고, 빨간 감자를 캐고, 갱을 채취합니다.
도시보다 ‘훨씬’ 건강한 삶이지만 삶의 무게는 ‘훨씬’ 무겁습니다.
필자는 이 섬에 들어올 때마다 많은 공부가 됩니다. 마을 분들이 하나같이 존경스럽고 예뻐 보이는 이유입니다.
 











문갑도 분들의 바지 패션입니다. 자연을 닮은 네추럴한 컬러가 더욱 돋보이는 풍광입니다.
고즈넉하게 마을 담벼락 밑의 항아리들은 묵묵히 세월의 흐름을 겹겹이 둘러치고 마을 분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들만이 가지는 시간을 타임머신을 거슬러 과거의 흔적을 표면에 보여주며 풀들과 굴뚝과 대화를 나눕니다. 마을이 살아 숨 쉬는 조용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말(언어)은 사람에게 왜곡될 여지와 상처를 주기도 하고 기쁨과 힘을 더해 주기도 합니다.
자의적인 해석과 판단이 따릅니다.
말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게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직업인 사진이미지는 이미지 상에서 추위와 더위를 가늠할 수 없듯이 이미지가 갖는 특성은 언어보다 더 이성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절대화하고 객관적, 언어적 성격이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사진 밖의 사실을 가늠해야하는 추상적 언어이기도 하지요. 의미화할 수는 있지만 말과 어우러진 사진들은 ‘왜곡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더욱이 사진의 프레임과 프레임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적 이어짐’은 또 다른 상상이자 사실일 수 있습니다. 문갑도에서 참 많은 삶의 조각들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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