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천의 생태하천 살리기 사업의 관리 주체를 놓고 남동구와 연수구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이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나오자 장석현 남동구청장이 “응할 가치도 없다”면서 받아치고 나섰기 깨문이다.
 
이재호 연수구청장은 지난 20일 연수구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동구가 승기천을 생태하천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게 뭐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며 “승기천의 관리 권한은 하천살리기에 적극적인 연수구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승기천의 하천구역 대부분이 남동구에 속해 있더라도 이용자 대부분이 연수구 주민인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승기천을 복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구는 지난 6월 9일 환경의 날을 기념해 올해를 ‘승기천 살리기 원년’으로 선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청장은 “장 청장에게 지역 주민들과 언론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청장의 이같은 기자회견은 인천시의 주요 환경정책 사업 중 하나인 승기천 생태하천 살리기 사업에 대한 예산과 권한을 두고 구 기초단체가 자신들의 사업임을 주장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당위성을 갖기 위한 기자회견으로 분석된다.
 
앞서 남동구는 지난 16일 “승기천의 관리주체는 남동구여야 한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하면서, “승기천의 하천구역은 93%가 남동구에 속해있고 연수구는 7%에 불과한 상황으로, 그간 우리 구가 시에 승기천 관리 방안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지난 8월 승기천 유지관리에 대한 예산전액을 요청한 바도 있다”고 밝혔던 바 있다.
 
남동구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서 남동공단 제1유수지에 이르는 길이 6.2km, 폭 45~110m 규모의 지방2급 하천인 승기천의 경우 하천구역 대부분이 남동구에 속해있다는 것이 남동구의 주장. 남동구 측은 “지방하천에 대한 관리청은 ‘하천법’ 제8조에 따라 관할 구역의 광역시장이 되나 ‘인천시 사무위임조례’에 따라 ‘구청장에게 위임하는 사항’에 하천에 대한 유지관리사무가 포함돼 있어 관할 구청장이 실질적인 관리 주체가 된다”고 말했다.
 
연수구청장의 기자회견 소식을 들은 남동구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7% 영역만 가진 주제에 승기천 살리기 사업을 전면 자신들이 시행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본인들이 추진하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알린 기자회견으로 93%에 달하는 구역 권한을 가진 우리 구와 협의도 없었던 만큼,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 청장의 개인적 의견일 뿐”이라며 “행정의 기본도 없고 염치도 없이 공개 토론회를 운운하는 자세는 그야말로 황당해 응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상위 지자체인 인천시는, “지역사회 전반과의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야 바람직하다”면서 공식 입장은 자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우리 시 역시 승기천의 생태하천 살리기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적극 공감하고 있는 상태지만 양쪽 기초단체가 이를 두고 갈등이 워낙 심해 난감한 측면이 있다”면서 “양측은 물론 시민단체들과도 이야기를 나눠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자는 방향을 내부적으로는 잡았다”고 밝혔다.
 
한편 남동구와 연수구의 갈등은 승기천 문제 뿐이 아니다. 송도매립지 관할권부터 승기하수처리장 이전 문제 등도 승기천 문제와 함께 얽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이 청장과 장 청장이 일종의 ‘감정싸움’까지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