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사 건물 철거 두고 “시민단체 vs 주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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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사 건물 철거 두고 “시민단체 vs 주민” 갈등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6.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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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현재로서는 주차장 조성사업 중단 명분 없다”

철거 직전 애경사 건물. (5월 29일 당시 모습.)

 
최근 철거 강행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중구 애경사 건물에 대해, 논란이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근대건축물’로서 의미를 갖는 건축물을 지자체가 나서 파괴했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고, 반면 지역 주민들은 ‘숙원사업에 왜 간섭질이냐’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행정에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7일 인천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오래된 건물이고 문화 등 활용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건물을 중구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철거를 강행해 버렸다”며 중구청장의 사퇴와 근대건축자산의 보존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리가 문제가 제기한 건물(벽돌건물 3개동으로 1912년 건립 추정)은 세제 및 비누제조 업체인 ‘애경’의 모기업이 비누공장으로 사용한 곳으로 인천지역 공단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라며 “이러한 건물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파괴하는 중구의 행정은 실로 시민을 부끄럽게 하는 반문화행정의 표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구는 해당 건물이 들어서 있던 송월동2가 4 외 20필지(약 2천㎡)에 1층 2단 170면의 공영주차장 조성을 위해 사업비 94억(시비 40억, 구비54억)을 투입해, 현재 90% 가량 철거가 진행되다 문화재청 등의 뒤늦은 지시에 따라 중단된 상태.
 
이들은 “보존가치가 충분한 근대건축물에 대해서 철거를 결정할 때는 사전 검토와 지역 주민들과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결정했으며, 늦긴 했지만 사업 중지를 요청했음에도 중구는 철거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철거를 강행한 김홍섭 중구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정부가 지난 2015년 제정했던 한옥 등 건축자산법 규정을 기반으로 인천의 근대건축 자산 진흥에 관한 기본계획수립 및 이를 위한 조례 제정, 인천근대건축자산에 대한 전수조사 착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오전 애경사 건물의 철거가 한창 진행되던 모습.

 
중구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청년 예술가는 “중구 개항장 일대가 옛 건물 하나 하나가 모두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건물들이다”라면서 “이들 중에는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건물이 있다고 판단되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 일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중구 송월동 등 거주민들도 인천시청사에서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근대건축물의 가치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실 확인 및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낡은 건물을 부쉈다고 문화가치가 있다며 들고 일어나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주민들은 “애경사 건물은 오랜 기간(이들 주장으로는 10여 년 전부터라고 함) 방치되며 고물상이 들어와 사업을 하는 등의 영향으로 악취와 소음,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며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해왔던 만큼 주민들과의 찬반여론 수렴 등을 거쳐 2년여 전부터 추진돼 온 지역의 숙원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조성된 송월동 동화마을이나 주말에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차이나타운에 오는 방문객들이 주차난을 겪고 있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주민들은 지난 2015년부터 중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우여곡절 끝에 42억 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돼 부지를 매입하는 등 정상적으로 진행돼 왔던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 주민들을 비롯한 중구 구민들은 중구의 지역발전을 위해 문화유산 보존 및 지역 개발 등을 해결해 갈 것인 만큼, 외부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중구구민의 숙원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라”며 시와 중구청의 빠른 사업 진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중구 측은 해당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도시관리법에 따라 주차장 시설로 결정되기까지 해당 건물이 근대건축물로 보존가치가 있어 '지정' 등이 전혀 되지 않았고, 법적으로도 보존 명분이 없는 데다 공사업체와 계약이 끝난 상태며, 또한 도시정비 차원에서 철거를 원하는 주민들의 여론이 있어 주차장 조성사업 중단의 명분이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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