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문화재가 왜 골프장 안에? 시도 관할구청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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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문화재가 왜 골프장 안에? 시도 관할구청도 ‘몰라’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6.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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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청 “보존해야” vs 골프장 측 “이전하라”... 장기간 갈등

인천국제골프장 내 녹청자 도요지. 사적 보호를 위해 강화유리로 지붕이 덮여 있다. ⓒ인천시

 
국가사적 제211호로 인천 서구에서 최초로 지정된 국가 문화재인 ‘녹청자 도요지(가마터-이하 도요지)’가 관내 한 골프장에 47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사적이기까지 한 문화재가 왜 골프장 안에 있는지 인천시와 서구청 모두 파악이 안 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일 인천시와 서구청 등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도요지는 현재 서구 경서동 인천국제골프장 17번 홀 내에 폭 1.2m, 깊이 7.3m의 작은 규모로 위치해 있다. 지난 1965년 12월부터 1966년 5월까지 진행됐던 문화재 발굴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서민들이 사용했던 녹청자의 국내 생산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 중 하나로 꼽히면서 이듬해인 1970년 6월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재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이후인 그해 8월 가마터를 포함한 부지에 ‘시-사이드 컨트리클럽(현 인천국제골프장)’이 개장됐다.
 
같은 장소에서 두 달 사이에 문화재 등재와 골프장 오픈이 진행돼 사실상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그만큼 과거 행정이 주먹구구식이었던 셈. 문제는 지금까지도 시와 관할구청인 서구청이 어떤 과정으로 인허가가 이루어졌는지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특히 당시에는 문화재 관련 인허가 서류 개념이 따로 있던 게 아니었다보니, 국가사적까지 있는 부지를 포함한 곳이 어째서 골프장이 됐는지가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지금처럼 문화재가 발굴되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개념이 안 잡힌 상태에서 골프장 허가를 그냥 내준 것으로 파악되고만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서구의회 ‘향토유물 보호 관리 조사특별위원회’가 지역 내 유물과 공유재산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여 대책을 촉구하면서 불거졌다. 서구지역에서 오래 살았다는 한 어르신은 “과거에도 골프장 측과 구청 측이 갈등이 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어르신의 말은 사실로 확인됐다. 시와 서구가 이 도요지의 보존 문제를 놓고 40년 넘게 갈등 국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와 서구는 보존을, 골프장 측은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인천시와 서구청 관계자들이 녹청자 도요지의 현장조사를 진행하던 모습. ⓒ인천시

 
골프장 때문에 시민 및 보존작업 등을 위한 접근성이 떨어져 있다 보니, 관람은 고사하고 도요지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구청이 지난 1977년 슬레이트 지붕을 쳐서 보호 시설을 설치한 뒤 이를 지난 2002년 강화유리 지붕으로 교체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지만 그 외 추가로 보존작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다는 게 시와 서구청 관계자의 말이다.
 
시 관계자는 “한때 대형 그물을 설치해 시민들께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골프장 측이 반대하면서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 대신 같은 해 골프장 입구에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을 지어 발굴된 도자기나 도요지 복원 가마 등을 전시하긴 했다. 그러나 정작 유적지인 도요지와 사료관 사이에는 연결로조차 없다. 이 역시 골프장 측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서구가 ‘도요지의 종합 정비를 위한 기본 용역연구’도 실시해 유적을 노출해 전시하는 안과 도요지와 박물관을 함께 관광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안 등을 논의한 바가 있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이후로도 도요지는 방치돼 왔다.
 
서구청 관계자는 “보존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딱히 대책이 없다”면서 “다만 지난해 용역 결과를 가지고 시와 방안을 협의 중에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구의회 측은 해당 도요지를 정비하는 방안에 대해 구청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의회의 천성주 의원은 “구청 관련 부서에 도요지 이전이나 복원 방안에 대해 협의를 요청했다”면서 “복원 방법을 먼저 협의한 뒤 예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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