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동화나라 '반디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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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동화나라 '반디어린이도서관'
  • 김주희
  • 승인 2010.10.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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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턴 노력에 기업이나 지역 후원이 더해지길

취재: 김주희 기자



눈앞에 작은 동화나라가 펼쳐졌다.

구불구불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작은 길을 따라 찾아간 '반디어린이도서관'(인천시 남동구 도림동 225)은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진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숲속의 작은 동화나라였다.

동화책 속 공주님과 왕자님이 뛰어나올 것 같은 본관과 별관 2채로 된 도서관 건물은 물론이려니와, 꽃과 풀이 어우러진 넓은 정원은 길 찾는 수고를 금세 잊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도서관 앞 야트막한 산으로 이어진 산책길은 덤이고, 나무 그네와 흙놀이터, 여기에 군데군데 고구마나 감자까지 구어 먹을 수 있도록 한 배려까지.

주말이면 서울 사람도 많이 찾는다는 이 도서관 이경미 관장의 말이 절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이 도서관은 수년간 공들인, 개인이 지은 사립도서관이지만 이용료가 없다.

누구든지 책을 읽고 싶으면 책을 읽고, 숲속에서 놀고 싶으면 맘껏 그렇게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어린이 전용 도서관인 반디도서관은 지난해 9월 25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인천에서 규모가 큰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이 관장은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학교를 마친 초등학생들이 갈 곳이 정말 없다는 것을 알았단다.

잘 나가던 어린이집을 접고, 지금 반디도서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작은 도서관을 열었다고 했다.

그렇게 3년을 운영해 오다 지금의 도서관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숲이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지만, 이미 땅 주인은 다른 사람과 계약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

아쉽지만 땅을 포기하려 할 때 그 계약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어렵사리 땅을 구하고, 우여곡절을 끝에 건축 공사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지은 지 3년간은 문을 열지 못했다.

구구절절 사정을 늘어놓기도 힘에 겨운 듯했다.

지금까지도 상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지하수를 퍼 쓰고 있다.

이 도서관의 규모는 제법 크다. 전체 터만 3천300㎡ 규모다. 축구장 절반 정도 크기다.

여기에 영어자료실·아동자료실·그림책방 등을 갖춘 본관(135㎡)과 독서토론실·배움터실·휴게실로 구성된 별관(97㎡) 등 2개 건물이 들어서 있다.

도서관에는 그림책 1천500권, 아동도서 6천권 등 8천여권의 어린이 책이 있다. 영상자료도 갖추고 있다.

아이들은 눕거나 앉아 아무런 제약 없이 책도 읽고 놀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의 나머지 터는 앞 산자락과 이어진 정원이다. 군데군데 작은 꽃밭과 풀밭을 조성했다. 배추밭도 넓게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빨간 모자, 방귀며느리 등 동화책 속 주인공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다. 책으로만 읽은 동화책 속 세상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원두막도 만들어 두었고, 흙놀이도 할 수 있게 했다. 아빠와 감자, 고구마도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관장은 웃으며 "동화책 2권 이상 읽지 않은 아빠는 반디도서관을 절대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반디도서관에서는 주말,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아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이 관장이 추구하는 책 읽기는 '숲과 함께', 특히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숲과 관련한 책을 아이들이 읽고 숲에서 직접 체험한다면 책 속의 지식은 지식을 넘어 '앎'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디어린이도서관은 일요일에 쉰다.
평일에는 오전 10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관외 대출은 아직 준비 중.
☎432-0557
bandylib.tistory.com


그래서 인근 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숲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책 선물하기 운동도 펼치고 싶다고 했다.

이 관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는데 장난감 같은 것을 주로 선물한다. 그것을 책으로 바꿔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수하게 아이들이 놀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이 관장의 세심한 노력은 문을 연 지 1년이 조금 넘는 이 도서관을 금세 유명하게 만들었다.

평일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체험 학습 차 찾아오고 주말이면 가족단위 이용객이 줄을 잇게 했다.

이런 이 관장과 직원 6명이 쏟는 노력도 한 달 1천만 원에 달하는 운영비 앞에서는 버거워 보였다.

미추홀도서관이나 중앙도서관, 주안도서관 등 공립도서관에서 순회사서 등 인력을 지원하고 협력 사업도 지원해주고, 자원봉사자도 일손을 돕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이 사재를 털어 만들어 무료로 개방하다 보니, 몇 곳에서 후원을 한다고는 해도 운영난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몇 가지 수익성 프로그램을 구상하고는 있지만, 가장 절실한 것은 외국처럼 기업이나 지역에서 운영을 함께 해주는 일이다.

이 관장은 "그림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반디도서관을 만들 때도 간절히 바라고 기도하고 오래 기다렸다. 그렇게 했던 것처럼 또 바라고 기도하고 노력하고 기다리다 보면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후 이 관장에게 인터뷰용 사진 찍기를 거듭 부탁했지만 사양했다.

* 반디어린이도서관 가는 길: 남동구 도림동 옛 소래길 논현지구 방향에서 청솔농장 팻말을 따라 골목길로 500m 들어간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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