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사진의 영원한 모델 ‘맥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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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사진의 영원한 모델 ‘맥 장군’
  • 유동현
  • 승인 2018.07.2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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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맥아더 동상 - 유동현 /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낡은 고교 앨범은 추억 저장소이다. 까까머리와 단발머리를 한 그대가 있고 분식집 문턱을 함께 넘나들던 그리운 친구들도 있다. 3년간 발자욱을 남긴 모교의 운동장과 교실의 모습도 아련하다. 빛바랜 사진첩에는 ‘인천’도 있다. 교정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교문을 나서서 사진사 앞에서 졸업앨범 포즈를 취했던 그대들 덕분에 그때의 인천을 ‘추억’할 수 있다.
 
 
1980년대 까지 인천 사람의 가족 앨범에는 ‘장군님’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한 장 정도는 끼어 있을 것이다. 사진기가 귀했던 시절, 온 가족이 자유공원에 놀러 가면 마음먹고 사진 한 장 찍었다. 거리의 사진사 앞에 장군님처럼 부동자세 포즈를 취하고 ‘찰칵’. 각 학교의 졸업앨범에도 장군님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인천의 다양한 장소 중에 학생들이 가장 선호한 장소는 자유공원, 그 중에 맥아더 동상 앞이었다. 그렇게 장군님은 우리들 추억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1968년도 동인천고 앨범.
1964년도 인천공고(현 인천기계공고) 앨범. 바닥에 헬기장을 표시한 H자가 보인다


맥아더 동상은 9·15 인천상륙작전이 거행된 지 7년이 지난 1957년 9월 15일 만국공원에 세워졌다. 당초의 건립 장소는 월미도였다. 동상 조각은 홍익대 김경승 교수가 담당했는데 그는 이 공로로 이듬해 서울시 문화상 (미술부문)을 수상했다. 동상 기단 아래 박힌 건립문은 노산 이은상 시인이 썼다.
그 동상이 세워지면서 공원 이름도 바뀐다. 그 때 까지 ‘만국공원’으로 불리다 ‘자유공원’으로 변경되었다. 맥아도 장군이 공산군을 물리치고 우리 국민에게 ‘자유’를 선사했다는 의미였다.
 

1958년도 인천여상 앨범. 지금은 동상의 뒤태를 배경으로 찍기 쉽지 않은 각도다.

1968년도 송도고 앨범. 건립 초창기에는 동상 접근이 자유로웠다.

 
당초 이 제막식에는 ‘진짜’ 맥아더 장군이 가족들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건강상, 미국 정치 분위기상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한 대한민국 최고위급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당시 국방장관은 식사(式辭)를 통해 "우리는 두 분의 맥아더 장군을 모시고 있으니 한 분은 미주에 살아계신 그 분이요, 다른 한분은 움직이지 않는 이 동상인데 우리는 영원히 이 땅에 머무는 이 맥아더 장군을 존경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1970년도 인천공고(현 인천기계공고) 앨범

 
자유공원은 한때 수도권의 단골 신혼여행지이기도 했다. 결혼식을 치르고 난후 택시를 대절해 공원으로 올라와서 맥아더 동상 앞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위 사진을 보면 학생들 뒤로 막 결혼식을 끝낸 신혼부부와 그 친구들의 모습이 보인다.
 


1965년도 송도고 앨범.

1974년도 인일여고 앨범.

 
동상 옆에는 맥아더 장군과 참모들이 해변으로 상륙하는 장면의 부조상도 함께 건립되었다. 조각가가 사진 한 장을 참고해 만들었는데 사실은 인천을 상륙하는 장면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때의 필리핀을 상륙하는 사진을 참고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부조상 바로 앞 까지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맥아더의 코와 손등을 만져 그곳만 반질반질했다.
 


1977년도 제물포고 앨범.

 
매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이 오면 동상 앞에서 장군에 대한 추모식을 거행했다. 많은 한국인들은 맥아더 장군에 대한 존경심을 넘어 신처럼 우상화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천에는 맥아더 장군신을 모시는 무당들도 있다.
맥아더 장군이 자유공원 꼭대기에 부동자세로 서 있은 지 어언 60여년. 세월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최근 동상을 철거해야한다고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려온다. 존속과 철거. 하나의 동상 문제가 두 주장으로 갈린다. 그야말로 ‘동상이몽(銅像異夢)’이다.
유동현 /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dhyou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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