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이 담길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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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이 담길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그릇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18.10.2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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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회 배다리 시낭송회 - 조은숙 시인 초청



  시심이 담길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시로 태어나다
 

제122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27일 오후 2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시다락방)’에서 조은숙 시인을 초청해 열렸다.
 
조은숙 시인은 군산 출신으로 2017년부터 배다리 주민으로 살고 있다. 1992년 ‘한국시’로 등단해서 <맹그로브 숲의 아이들> 사진집을 발간했다. 시인이면서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색동회 동화구연가, 엘살바도르 한글학교 교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 시를 쓰며 동화구연가, 연극배우로 꾸준히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조은숙 시인은 시인이 되기 위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심이 담길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그릇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쓴 시인의 시는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어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고 깊은 공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일찍 등단을 하고도 아직 시집을 내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더 좋은 시로 보답하고 싶다고 전했다.
 
조은숙 시인이 현재 배다리에 살고 있는 주민이어서 동네 사람들이 배다리 시다락방에 많이 찾았다. 이날은 시인의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이 참석해서 아동기와 소녀시절의 시인의 모습을 이야기해주었고, 남동생과 조카들이 시인의 삶과 성격에 대해 들려줘 참석자들이 시인의 인간적인 면과 시를 연관지어 감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가을날의 배다리 시낭송회는 참석자들의 가슴속에 시심이라는 아파리 하나를 ‘툭’ 떨어뜨려주었다.
시낭송회가 있는 날을 ‘가장 중요한 날’로 정해놓고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배다리 시낭송회는 오늘 초청 시인이 들려준 ‘배다리는 정말 달라요’ 그 말처럼 정말 다른 동네에 없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123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11월24일(토) 오후 2시 이설야 시인과 문하생들을 초청해서 열린다.
 

 
누구에게나 뒷골목은 있다
 
                                         조 은 숙


 
누군가 화투장을 뒤엎고 튕겨 나올 것 같은 반항심에 찬 시장 골목
음침하고 습한 벽에 기대 하루 종일 껌을 씹거나 전봇대를 걷어찼다.
지린내 나는 막다른 길, 욕심과 강요로부터 도망친 피신처
열아홉에 서울 상경한 내 청춘은 겁먹은 꿈을 다독이며
가자미처럼 세상을 향해 눈을 흘기기도 했다.
그때 살림이라고는 양은냄비, 비키니 옷장, 종이상자 같은
헐거운 것들로 두려움과 부끄러움 감싸줄 이불 하나 변변찮았는데
 
그 시절 자취생들 다 어디서 뭣하고 사나
영업사원 하던 덕이는 궁둥이를 흔들고 오만하게 걷다가
대못 같이 뾰족한 하이힐이 보도블럭에 박혀 빼내느라 고생했지.
숱하게 남의 집 초인종 누르며 계량기 검침하던 미경이는
개한테 물릴 뻔도 했는데
눈 밑에 점이 있던 점숙이, 팔자 안 피는 게 점 때문이라며 투덜투덜
그래. 다들 건강하게 넘어지지 말고 살아라.
 
삶은 저 암전된 골목길처럼 어둡기도 하고
광장 한복판처럼 환하기도 하겠지만
누구에게나 뒷골목은 있는 것
생라면 부셔먹던 가난한 청춘에게 사랑한다 말하리라.
태양의 주인은 바라보는 자의 것이니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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