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이슈 모으는 ‘소년법 폐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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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이슈 모으는 ‘소년법 폐지’ 논란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12.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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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학생들 ‘반성없는 근황’ 알려지기도... 전문가들 의견도 갈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인천 중학생 추락사의 가해 학생들과 알고 지냈다는 한 학생이 “구치소에서 나오면 제대로 살라고 하자 너나 잘 살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밝혔던 인터뷰 장면.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을 비롯한 청소년범죄들과 관련해 소년법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추락사 사건 이후를 다룬 프로그램이 방송을 탄 이후 여론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됐던 JTBC의 교양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자들의 그 이후 모습이 보도됐다. 가해자들의 직접 제보가 아닌 가해 학생들을 알고 있는 몇몇이 사건의 가해 학생들을 만나 면회를 하면서 나눈 대화내용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 면회한 학생들 “가해자들 반성 없었다”
 
면회를 했다는 제보자들 상당수가 피해 학생의 친구로 보였던 당시 방송에서, 면회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구치소에서 별 마음의 반성 없이 편안하게 지내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지내고 있었다.
 
한 친구는 “구치소에서 나오게 되면 제대로 살라고 했는데 ‘너나 잘살라’며 웃었다”며 “밥도 주고 누워서 TV도 볼 수 있고 자는 시간도 있고, 9시에 자다가 다시 아침에 일어나 콩밥을 먹고... 그냥 편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들을 알고 있는 다른 제보자 역시 “소년원에 들어가 봤자 6개월 정도 있다 나오고 짧으면 3개월에도 나오니까 소년법이 적용되지 않냐. 내가 여기 들어와서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전했다.
 
방송을 탄 제보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전후 시점에서 소년법에 대한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일반 성인에 비해 확연히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악용해 거리낌 없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의 원성이 높은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또 사건 직후 피해 학생이 생전에 다문화가정 출신에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어머니와 함께 단 둘이 살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고, 다른 제보자를 통해 “서열 1위 학생은 집에서 많이 맞았다고 한다. 새아빠가 많이 때리니까 엄마도 힘들어서 말릴 수 없었고 우울증이 왔다고 했다”고 했고, “서열 3위 학생은 엄마랑 같이 살다 누나가 집 나가면서 따라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도 가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비슷한 처지의 피해 학생을 그런 식으로 대했다는 것도 비판의 지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재한 러시아 커뮤니티에서 국민청원까지 독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동체 의식에 심각한 타격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사태가 심각하게 흐르는 상황에서 가해 학생들이 별다른 반성 없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있었던 점이 그대로 전파를 타며 소년법 폐지에 대한 요구를 반영한 여론이 더욱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숨진 피해 학생의 패딩을 가해 학생이 입고 있었다는 피해 학생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JTBC ‘사건반장’이 보도하던 당시 화면.


 
◆ 전문가들도 찬반의견 갈리는 소년법 문제
 
지금도 소년법의 폐지 혹은 개정, 존치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저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의 박옥식 소장은 “만 14세가 안 된 청소년들이 폭력을 행사하면서 보호 처분 잠깐 받고 오면 되겠지, 혹은 소년원 잠깐 갔다 오면 되겠지 하는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인데,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형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 예방효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성훈 형사정책연구원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만 소년 강력범죄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 범죄자들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면서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사실상 폐지에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또 현재 성인과 달리 참정권 등이 제한돼 있는 청소년들에게 권리를 제한하면서 의무만 부여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그 반대 급부로 책임성에 대한 참작을 성인들보다는 좀 더 해주자는 의도가 소년법의 근간임을 감안했을 때, 이상태로 소년법을 폐지할 경우 또다른 핸디캡을 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법조인들의 견해도 있다.
 

◆ 대한민국 소년법 폐지,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
 
소년법 폐지 여론이 비록 ‘대세’가 됐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를 폐지할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은 ‘UN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는 196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년법 폐지 역시 지금으로서는 이른바 ‘조약’상 하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
 
아동권리협약 제37조에는 “사형 또는 석방의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은 18세 미만의 사람이 범한 범죄에 대하여 과하여져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8세 미만에게 사형과 종신형 선고는 금물이고, 18세 이상 일반인 범죄자와 동일한 교정시설 수용도 물론 금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소년법 폐지를 통해 연령에 따른 형량 상한 철폐가 가능해지려면 이 UN 협약 중 해당규정을 유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지난 문민정부 중반기까지의 한국이 그러했듯 국제적인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 있다.
 
최근 청와대가 국민청원을 통해 20만 이상(답변 충족요건 기준)의 동의가 있었던 소년법 폐지 관련 청원만 4건이었다. 청와대는 “현행법과 국민감정 간 괴리가 꽤 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형법 적용으로 전과자를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시간이 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소년범의 교화 및 소년범죄의 예방에 우선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여당 국회의원들 상당수도 청와대와 생각은 비슷하다. 최근 이와 관련해 국회서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던 금태섭 국회의원은 “아동과 청소년은 어른과 달라 주변의 부정적 환경이나 도래집단에 쉽게 자극받지만 이 말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소년범에 대해서는) 처벌보다 비행원인이 되는 환경을 고치고 품행 교정 등을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측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오는 2020년 총선까지는 선거권 연령을 UN 아동권리협약을 벗어나지 않는 18세로 하향하기로 하고 현재 청와대가 처벌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소년법 적용 18세 하향은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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