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老鋪)에 담긴 인천의 '멋'과 '역사' 그리고 '정체성'
상태바
노포(老鋪)에 담긴 인천의 '멋'과 '역사' 그리고 '정체성'
  • 윤종환 기자
  • 승인 2019.11.05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 '인천의 오래된 가게 발굴 및 육성 방안' 시민토론회 개최



작은 물건부터 장소, 사람까지... 오래된 것엔 문화와 정서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오래된 가게는 단순히 지역의 어느 한 가게가 아닌, 상업 공간 이상의 문화와 정서, 역사가 담긴 인문적 장소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와 기업 중심의 상권 경쟁 체제 하에서 사라져가는 ‘오래된 가게’들을 발굴하고 보존해서 그 가게만의 ‘멋’과 ‘역사’를 지키고 나아가 인천의 ‘자부심’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천시가 주최하는 시민토론회가 ‘인천의 오래된 가게 발굴 및 육성 방안’을 주제로 5일 오후 틈 문화창작지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선 김윤식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진오 경인일보 편집국장, 이희환 구 제물포구락부 관장, 오승섭 인천소공인협회 회장, 김상원 인하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와 함께 자리한 관계자 및 시민 50여명의 질의응답과 자유토론이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참여 시민들이 그간 별 생각없이 지나쳐 온 오래된 가게들을 한 번 생각해보게끔 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오랜 기간 한 자리에 머문 노포(老鋪)의 의미에 대해 각자의 참석자들에게 물은 것이다.
 
이어 발제자로 자리한 김윤식 전 대표는 ‘오래된 가게, 어떻게, 왜 선정하는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오래된 가게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선 노포(老鋪)의 기준을 우선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나 역사가 분명히 언급되지 않은, 막연히 오래된 가게를 모두 ‘노포’로 통칭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노포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되기 시작한 과거의 신문·잡지 등을 토대로 “오래된 가게(老鋪)는 30년 이상의 점포로 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30년이 1세대(1代)를 의미하기에, 차대(次代)에 전수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최소한의 시간이란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서울·대구·경기·경북·중소벤처기업부의 오래된 가게 기준을 나열하며, “각 시도별로 오래된 가게 선정 사업에 독특한 명칭을 붙이고 있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기준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래된 가게 선정 기준은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지역 특산물 제조자, 일관되게 지역에 뿌리를 두어 온 향토 상인’이란 말이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이는 관(官)의 기준이며 이것만으로 기준을 정한다면 현실적 목적론에만 치우친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관의 기준외에도 지역의 정서가 녹아있는 가게인지, 그 가게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이 있는지, 대를 이어 가업으로 전한다는 장인정신이 있는지가 선정의 기준이 되야할 것”이라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인천 역시 타 시도처럼 어떤 목적을 가지고 노포를 선정해야 할 것”이라며, 타 시도가 목적으로 하는 관광 활성화,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경제 부흥, 장수 기업의 지속성 유지 등 뿐만 아닌, ‘인천의 역사와 지역 정서가 녹아든 가게를 찾는 것’이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자로 나온 정진오 국장은 ‘인천시가 무엇을 어떤 분야를 지원하고 육성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국장은 오래된 가게란 곧 도시의 변화를 버텨낸, 그래서 도시에 담긴 문화와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정의했다.
 
정 국장은 “인천의 도시 정체성은 바다와 가장 가깝다”며 “그 정체성을 담고 있는, 향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오래된 가게는 ‘천일염’가게”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천 염전 가게들을 오래된 가게로 선정, 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천의 역사성과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이희환 구)제물포구락부 관장은 ‘오래된 가게 선정 기준과 절차 및 향후 지원할 사항’에 대해 발제했다. 이 관장은 오래된 가게의 선정 기준은 역사성과 희소성(가치), 지역성과 시민 친화성,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만족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30년 이상의 가게를 기본 심의 기준으로 하되, 인천의 역사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는, 창업자가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가게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냉면의 전통을 이어온 경인면옥(1946창업), 중국양화점(1950년 이전) 등이 대상 가게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이어 인천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나눔을 펼치는 가게,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후계자가 있는 가게, 인천 고유 브랜드화가 가능한 가게 등에 선정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래된 가게로 선정된 점포에 대해 ▲인증판 부착 ▲경영지원금 ▲지속적 홍보 ▲책자 제작 등의 향후 지원 사항을 주장했고, “오래된 가게 하나만을 지원하는 것보다 ‘오래된 가게거리’를 지정하는 방안도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승섭 인천소공인협회장은 ‘소상공인 입장에서 본 오래된 가게를 위한 정책지원’을 주제로 인천 소상공인의 현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육성 및 지원체계에 대해 발표했다.
 
오 회장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인천 장수 소상공인은 극소수이나 일본의 경우 100년 이상 장수 기업이 2만2천개에 달한다”며, 소상공인들의 점포들이 오래된 가게로 거듭나기 위해 시의 홍보·마케팅·기술지원·금융지원 및 정책협의회·민관 협업체계 구축 등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김상원 인하대 교수는 ‘국내외 사례를 통한 오래된 가게 지속 육성방안’을 주제로 중소기업벤처부, 서울시, 해외의 사례를 분석·발표했다.
 
김 교수는 변혜선 충북연구원의 논문을 토대로 “오래된 가게 지원과 관련한 법률이 있으나 쉽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큰 상권활성화 사업이 아닌, 소중한 일상생활에서 기억하고 싶은 장소, 역사와 대를 이어가는 상점 발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가르피 산업지구 등의 오래된 가게 선정 기준과 지원전략 등을 소개하며 “글로벌 문화보단 지역 문화를, 방문객보단 지역 주민을, 대규모보단 소규모 프로젝트로, 새로운 장소 만들기보단 기존 장소 발굴이 우선되야 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진 자유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엔 ‘2016년 시 차원의 노포 조사에도 후속조치가 이어지지 않았던 이유’, ‘오래된 가게 지원 위원회의 구성 방식’, ‘30년 이상 점포중에서도 지속 영업 기간에 따라 우선순위 차등 배정’ 등 오래된 가게 육성 및 발굴을 위한 폭넓은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한 시민은 “토론회만으로 끝날 것이 아닌, 중앙·지방정부 주도의 구체적인 예산반영과 체계 마련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최근 부상중인 디지털미디어를 통한 적극적 홍보 방안 역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