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집배원 살해 피의자는 '집배원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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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집배원 살해 피의자는 '집배원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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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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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동생하며 3년간 함께 근무 - 빚 독촉하자 범행

인천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집배원 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동경찰서는 사건 발생 10일 만에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범인은 숨진 김모(33)씨의 동료 집배원 윤모(43)씨였다. 윤씨는 김씨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수천만원을 빌린 뒤 김씨가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경찰은 살해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분석하고 숨진 김씨 계좌는 물론 용의선상에 오른 윤씨 배달기록까지 확인하는 등 다각도로 단서를 확보한 것이 범인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에서 검거까지 = 지난 3일 오전 7시48분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모 아파트 16~17층 계단에서 집배원 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하루 전인 2일 오전 11시께 우편물을 배달하러 우체국을 떠난 이후 직장과 집으로 복귀하지 않은 상태였다.

숨진 김씨는 두개골이 함몰된 채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주위에는 피가 고여 있었다.

당초 경찰은 현장에서 저항하거나 결투를 벌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 핏자국이 계단과 아래쪽 벽에서만 발견된 점 등 때문에 김씨가 실족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둔기로 머리를 맞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뒤 곧바로 남동경찰서에 5개 팀, 31명의 형사로 구성된 수사전담반을 차렸다.

경찰은 김씨가 숨지기 약 2시간 전부터 마스크와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우편물을 배달하던 김씨를 따라다니는 CCTV 장면을 확보한 데 이어 문제의 남성이 사건 당일 아파트 주변에서 택시를 내리는 장면도 확인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택시 승차지점을 역추적한 결과 동료 집배원 윤씨의 배달구역 주변임을 확인한 데 이어 김씨와 윤씨 사이에 금전적 관계가 있었던 정황이 포착되자 윤씨를 용의선상에 올리고 추적하기 시작했다.

윤씨가 급기야 지난 10일부터 우체국을 무단 결근, 자취를 감췄고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으로 윤씨 소재 파악에 나서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부평구 삼산동의 한 찜질방에서 윤씨를 검거했다.

◇피의자 윤씨는 동료 집배원 = 피의자 윤씨는 김씨와 3년 가량 함께 근무한 동료 집배원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평소 윤씨를 '형'이라고 불렀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통화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윤씨가 김씨에게 "나는 대출 자격이 안되니 네 명의로 돈을 빌려달라"고 말한 것은 지난 2009년 무렵. 윤씨는 김씨를 통해 총 3천~4천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가 여러 금융기관에서 한번에 수백만원씩 대출을 받으면 윤씨가 김씨 계좌에서 인출하는 식이었다. 금융기관은 제3금융권이 대부분이고 일부 제2금융권도 있었다.

경찰은 윤씨가 김씨로부터 빌린 돈을 개인 부채를 갚는 데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는 농산물 중개업을 하다 부도를 낸 뒤 우체국에 취업했다.

김씨는 올해 초부터 금융기관에서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문자메시지가 오자 윤씨에게 직접 보여주며 "이런 문자가 자꾸 온다. 빨리 돈을 갚아라"고 했다. 김씨가 숨지기 전날에도 둘은 술을 마시고 싸운 뒤 헤어졌다고 경찰은 말했다.

윤씨는 검거 이전에 받은 경찰 참고인 조사에서 "김씨에게 빌려준 돈은 있지만 빌린 돈은 없다"고 거짓 진술한 바 있다.

윤씨는 김씨가 아닌 다른 직장 동료들에게도 돈을 빌렸는데 평소엔 동료들이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하면 "나중에 주겠다"는 식으로 말했으나 김씨 사망 시각 이후로는 "사실은 김씨가 그 돈을 썼다"며 말을 바꿨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CCTV 분석ㆍ배달기록 조회가 검거에 결정적 역할 = 경찰은 김씨가 살해된 아파트 단지는 물론 일대 CCTV를 샅샅이 분석한 끝에 피의자 윤씨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사건 당일 낮 12시께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자신의 배달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김씨의 구역으로 넘어와 2시간 넘게 김씨를 미행, 살해한 뒤 다시 택시를 타고 배달구역으로 돌아갔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윤씨가 택시를 내리는 CCTV 장면을 확보한 경찰은 택시기사를 상대로 윤씨의 이동거리가 기본요금 범위였다는 사실을 확인, 반경 2km 이내 CCTV를 분석해 윤씨가 자신의 배달구역 주변에서 택시에 타는 장면을 확보했다.

경찰이 윤씨가 우편물 배달시각을 조작한 흔적을 발견한 것도 이번 검거에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할 때 PDA를 가지고 다니며 수취인 서명을 기재하게 돼있는데 윤씨는 김씨의 사망 시각 전후 3시간여 동안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PDA에 수취인 사인을 위조하거나 부재중이라고 허위 기재하는 수법으로 배달 시각을 조작했다.

경찰이 윤씨가 우편물을 배달했다는 가정집을 찾아 다니며 실제 배달한 시각은 언제인지, 수취인 사인은 받았는지 등을 물어 윤씨의 PDA 기록과 대조한 것이 검거에 큰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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