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와 '품앗이' 정신 살린 장례문화
상태바
'두레'와 '품앗이' 정신 살린 장례문화
  • 이혜정
  • 승인 2011.04.14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는 뭘 하는 곳?] 인천한겨레두레공제조합을 찾아서


인천한겨레두레공제조합이 지난 3월 25일
부평구청에서 발기인대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우리나라 조상들은 어려울 때나 슬플 때나 모든 걸 가족과 마을공동체와 함께 나누며 살았다. 그러나 두레, 품앗이와 같은 공동체 문화는 사라지고 모든 게 상품으로 팔리는, '무한경쟁'이 판치는 적막한 시대로 변했다.
 
죽음마저 상품화한 현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상부상조가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대안적인 조직이 탄생했다. '인천한겨례두레공제조합'이 바로 그곳이다.

인천한겨례두레공제조합은 일반 상조회사와 다르다. 최근 유명 상조회사들의 비리, 부정 등이 만연함을 보고 대안으로 조직된 협동조합이다.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은 2009년 4월 풀뿌리공제운동연구소에서 마련한 창립 기념 심포지움을 발판으로 지난해 전국단위의 '한겨레두레공제조직연합회 준비위원회'를 결성하고 같은 해 2월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상포계의 장사서비스와 표준장사물품 제공 시스템 자체에 문제점이 발견돼 조합원 모집을 중단하고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지난해 6월부터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다.

민호식 인천한겨레두레공제조합 준비위원은 "이웃 간 도움을 주고 받으며 의리를 지키고, 어렵고 힘든 일을 함께 잘 대처했던 우리 선조들의 '두레'와 '품앗이' 정신이 어느덧 사라졌다"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부모들에 대한 마지막 효도인 장례문화마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한겨례두레공제조합은 옛 애경사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례지, 장례음식, 장례용품 등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거품이 엄청나다"면서 "수도권에서 납골과 공동묘지 등 장례지를 마련하는데 300만원~10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사실상 조성원가는 10만원도 채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큰 병원 장례식장 중에는 자신이 제공하는 화단을 쓰도록 강요해 원가 10만원짜리 화단이 80만~200만원을 주고 사는 경우도 있다. 리베이트가 오가거나 품질이 낮은 장사물품을 제공하는 상조회사도 많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관과 수의 등 장례용품의 품질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해서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해 보통 장례비용은 1000만원을 훌쩍 넘어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고객 납입금의 횡령이다. 최근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 가운데 수백억원을 빼돌린 국내 1,2위 상조회사 대표들이 구속을 당했다. 민 준비위원은 "전통문화인 장례문화는 사라지고 상술만 남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한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았건 육신이 흙으로 고이 돌아가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천한겨례두레공제조합 '상포계'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상포계'에 가입하면 일반 상조회사에 비해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이곳은 공동구매 제도를 도입해 장사물품의 거품을 뺐다. 또 조합원 형편에 맞는 '맞춤형 장례식'을 위해 장사물품과 서비스를 조합원 개인의 경제적 여건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제조합 목적이 조합원의 최대 혜택과 상부상조의 지역공동체 형성이라 가능한 것이다.


현재 한계례두레공제조합연합회에는 인천을 포함해 전국 17개 지역이 참여하고 있다. 인천한계례두레공제조합은 지난 3월 25일 발기인 대회를 마치고 회원을 대상으로 상조서비스를 시작했다.

민호식 인천한겨레두레공제조합 준비위원은 "공제조합은 애경사와 같은 큰일이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자 우리 스스로 만든 조직"이라며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역의 사회안정망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에 가입하려면 출자금 1만원 이상을 내고 출자 증서를 받으면 된다. 이후에는 매달 3만원의 조합비를 낸다. 상포계 조합원이 되면 장례절차와 조합원에게 제공되는 장사물품, 장례식장과 묘지, 납골당 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조합비 운영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78%는 장사물품과 장사서비스 공동구매에 사용되고 22%는 조합 활동비에 쓰인다.

조합은 조합원의 민주적인 참여에 의해 운영된다. 조합원들은 1인1표 권리를 갖고 조합 활동에 대한 심의나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 각종 조합원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임원을 선출하거나 후보로 나설 수 있다.

한편 한계례두레공제조합연합회는 올해 말 생활협동조합으로 등록을 하고, 상포계를 비롯해 돌계, 팔순계 결혼계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은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의 원칙

첫째.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 투명한 장례식문화를 만든다
-  상포계는 상부상조의 신뢰를 바탕으로 일체의 뒷돈을 받지 않고 투명하고도 경건하게 공동체 정신으로 장례식을 진행합니다. 뒷돈을 받은 것이 장례식 도중이나 사후에 드러날 경우에는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은 조합원에게 뒷돈이 거래된 분야의 비용 전체를 배상합니다. 그리고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은 즉각 해당 장례지도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그 장례 지도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합니다.

둘째. 장사물품 폭리 구조를 없앤다
- 상포계는 수의, 관, 생화제단, 장의차 등 장사물품을 공동구매해 거품을 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셋째. 조합원 맞춤형 장례식을 진행한다
- 상포계의 장례 지도사는 상이 발생하면 1시간 이내에 즉시 출동하여 조합원 가족과 장례식 전체를 협의한 뒤, 조합원 가족의 형편에 적합하게 실속있는 맞춤형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도와준다.

넷째, 장례식 전체의 진행을 책임진다
- 상포계는 장례식 내용을 일일이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장례식 전체를 책임지고 진행한다.

다섯째,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 상포계는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 쓰지 않는 등 생태 순환에 이바지하는 장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