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 승리의 역사에서 배제되고 희생된 民을 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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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 승리의 역사에서 배제되고 희생된 民을 살피다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8.2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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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차 생명평화포럼 '인천상륙작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열려
전갑생 박사 "승리 이면에 극단적 폭력과 전쟁 범죄 내포"
미군, 민간인까지 적으로 규정해 무차별 융단폭격... 사후 평가는 '위대한 승리'
"군사적 서사 구조에서 민간인 중심의 서사로 나아가야"
인천상륙작전을 묘사한 그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갑생 박사

 

“인천상륙작전을 바라보는 새로운 서사 구조가 요구된다”

생명평화기독연대가 주최하는 제165차 생명평화포럼이 20일 오후 7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YMCA에서 열렸다.

이 자리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소속 전갑생 박사는 이같이 운을 떼고 "세간에서 흔히 ‘한국을 구한 위대한 작전’, ‘맥아더의 리더십으로 불가능을 뒤엎은 작전’ 등으로 불리는 인천상륙작전(1950.9.15.)이나, 그간 군사적 서사 구조만을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위대한 승리’라는 결과를 도출한 군사 중심의 사서 속에 전쟁으로 희생된 민간인은 기록되지 않았으며, 그들의 역사는 배제되고 묻혀버렸다”고 지적했다.

전 박사는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미군 주요 군 부대 및 사령부의 작전계획·전쟁일지·지휘보고서 등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등 보존기관에서 찾아 분석한 결과, 미군의 승리 이면에는 한국 민간인에 대한 극단적 폭력과 전쟁 범죄가 내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실행되기 5일 전인 1950년 9월10일 미 해병대는 전폭기를 띄워 약 120가구, 600여명의 민간인이 거주 중인 인천 월미도에 네이팜탄 95발을 투하했다. 적의 병력이나 무기가 민가에 숨겨져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함대가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거행하기 전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 작전 당일에는 인천 해안가 인근 시가지에 폭격을 감행했다. 이들 폭격으로 당시 민간인 1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1950년 9월15일 실행된 인천상륙작전 과정서 폭격에 피해를 입은 주택들이 불타고 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갑생 박사

 

이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전 박사는 “미군은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인지했지만, 무차별 폭격을 멈추지 않았고, 삐라나 방송 등을 통한 주민 경고도 고려치 않았다”라며 “미군의 작전 계획상으로는 주요 군사 목표물 외에 폭격하지 않는 ‘전술폭격’으로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민간인까지 목표로 둔 ‘융단폭격’과 기총소사가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전 박사는 이어 극동총사령부, 극동해군사령부 등이 작성했던 당시의 작전계획서를 제시하며 “미군의 작전계획서 어디에도 민간인 거주지에 대한 공격을 감행치 말라는 지침이나 주의, 경고사항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통상적인 전쟁포로의 정의에 속하지 않는 민간인이라도 억류된 모든 적들을 전쟁포로로 취급될 것’이라는 원칙이 쓰여 있는데, 이는 인천지역의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전 이후 극동해군사령부에서 실시한 사후 작전 평가에서조차 민간인에 대한 오폭·오발 등의 피해는 평가항목에서 빠지고 대신 폭격의 효과, 당위성 등 그것이 작전 성공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가득했다”고 탄식했다.

전 박사는 “인천상륙작전은 이면에서 벌어진 극단적 폭력을 묻어버린, 혹은 신화화 한 ‘만들어진 신화·역사’”라며 “이제는 군사적 틀에서 벗어나 민간인 중심의 서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 특히 국외에서 이뤄진 연구는 양적으로도 적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것도 타국의 문서와 사진·영상 등을 종합해 분석·비판하는 것이 아닌 이전까지의 축약된 자료나 1차 자료를 그저 인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연구와 분석이 생략되고 신뢰와 믿음만으로 재생산된 자료들이 과연 객관적인지, 어째서 너무나 똑같은 서사만이 반복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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