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행정이... 기부자 기리는 명예의 전당에 구청장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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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행정이... 기부자 기리는 명예의 전당에 구청장이 주인공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1.06.01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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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구, 기부자 위해 조성한 명예의 전당에 역대 구청장 흉상 헌액
구청장들 입체 명판이 기부자 평면 명판보다 몇배 커 본말 전도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 "예산만 낭비한 전시행정" 구민들 빈축 일색
계양구가 조성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형우 구청장 등 역대 구청장들의 부조흉상 

인천 계양구가 기부자 예우를 목적으로 조성한 ‘명예의 전당’에 기부와는 관련이 없는 역대 구청장들의 부조흉상이 가장 크게 자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계양구는 2,1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청사 1층 계양아트갤러리에 ‘계양구 명예의 전당’을 설치, 구 및 산하 기관 등에 장학금이나 기부금품을 기탁한 고액 기부자들의 이름·단체명·로고 등이 새겨진 동판을 헌액해 청사를 오가는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헌액 대상에 역대 역대 구청장들이 포함된 데다, 이들의 명판 크기가 기부자들의 것보다 커 '본말이 전도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 청사 1층 벽면에 조성된 명예의 전당은 △계양구 역대 구청장 △아름다운 기부(1억원 이상 기부자) △행복한 나눔(5천만원 이상 기부자) 등 3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름다운 기부 그룹의 명판 크기는 구청장 그룹 명판의 절반 이하, 행복한 나눔 그룹의 명판 크기는 아름다운 기부 그룹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구청장 그룹의 명판은 이름(단체명)과 로고가 평면으로 각인된 기부자 그룹의 명판과 달리 입체 부조흉상으로 제작돼 있기도 하다.

계양구청 1층 벽면에 조성된 명예의 전당.

이렇다 보니 구청장들의 명판은 한눈에 들어오는 반면 기부자들의 명판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당초 조성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사회에서는 퇴임을 앞둔 3선 박형우 계양구청장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혈세를 낭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0년 7월부터 민선 5·6·7기 계양구청장에 연속 당선돼 지자체장 3선 초과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에는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계양구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은 기부자 뿐 아니라 ‘구 발전에 이바지한 개인’까지 규정돼 있어 역대 구청장들도 포함된 것”이라며 “구청장 임기가 4년인 만큼 기부자에 비해 등재 인원 수가 적을 수밖에 없어 명판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민들은 나눔문화 확산과 기부자 예우를 위해 조성한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에 역대 구청장들을 포함시킨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1일 구청을 찾은 구민 정모씨(43)는 "기부자 헌액 전당에 역대 구청장들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며 "예산만 낭비한 전형적인 전시행정 사례"라고 꼬집었다. 

한편, 계양구보다 앞서 명예의 전당을 조성한 인천 남동구와 동구(현재 철거), 서울 금천구, 성동구, 도봉구, 서대문구 등 가까운 지자체의 사례를 봐도 자치단체장 등 성격이 다른 그룹이 기부자 그룹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등재된 경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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