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원시티, '유령시티'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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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원시티, '유령시티'로 전락하나?
  • 이혜정
  • 승인 2011.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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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이슈] 1년째 사업 중단 '진퇴양난' - "동네가 흉흉하다"


루원시티 재개발 예정지역. 붉은 페인트 글씨가 동네를 더욱 을씨년스럽게 한다.

취재 : 이혜정 기자

프랑스의 첨단업무와 상업· 주거시설이 밀집된 복합도시 '라데팡스'는 도시개발 표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인천시가 한국판 '라데팡스'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게 바로 루원시티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이 1년째 중단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2009년말부터 철거에 들어가 이미 공사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아직 이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채 개발사업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루원시티 조성은 인천시가 가정오거리 일대 97만 m²(약 30만 평)에 주상복합아파트 등 1만1000여 채를 비롯해 77층 랜드마크타워와 지하 3층 규모의 최첨단 교통센터, 쇼핑몰 등을 세워 세계 최고 수준의 입체 복합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부동산 경기침체로 상업용지 분양이 어려워진 데다 보상금 1조6000억원을 모두 지급한 상황에서 사업비가 계획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LH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당초에는 입체 복합도시라고 해서 도시철도, 고속도로, 환승센터 등 기간 시설이 복합되는 도시를 만들려고 했지만 이런 것들은 분양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꿨다"라고 말했다. 복합도시를 포기하고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를 더 짓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300여 세대원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이주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내쫓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홍순식 루원시티공동대책위원장은 "가정오거리가 입체복합도시에서 아파트 위주 개발로 변경된다고 한다. 주민들은 현재 1만여 세대가 나가 있다.  그 세대들은 가정오거리로 돌아오길 희망하는데, 이에 대한 주민 공청회나 의견을
반영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루원시티사업 중단으로 LH는 연간 1000억원의 금융이자를 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급한 토지보상금을 회수할 수도 없어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0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루원시티는 시가 막대한 사업비 조달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당시 대한주택공사)를 참여시키면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조6000억원의 보상비를 투입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상업용지 분양이 어려워져 사업이 중단된 채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시와 LH가 최대 8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업이 멈춘 것이다.

현재 6000여 채의 다가구주택과 아파트, 상가가 텅 빈 채 방치돼 주민들은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선 3월 귀가하는 승객을 끌고가 성추행한 택시운전사와 남고생이 여고생을 강제로 성추행해 경찰에 입건되는 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최모(47)씨는 "하루빨리 인천시가 개발 방향을 세워 주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는 루원시티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상업용지 규모 조정 등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 개선 전담팀과 도시계획 전문가가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비롯한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전체 용지의 25%를 차지하는 상업·업무시설 용지를 축소하고 아파트를 더 짓는 쪽으로 개발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와 LH는 12월까지 개발계획을 변경하고 내년 상반기(1∼6월)에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하반기에 단지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와 LH가 루원시티의 개발계획을 입체도시에서 아파트 단지로 바꾸고 있는 만큼 양 기관은 계획을 바꿀 때 주민 재정착과 개발지역 환경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불통행정'과 '불협화음'으로 난맥상 보여

한편 송영길 인천시장이 주장하던 '소통행정'이 루원시티 조성 사업에선 정작 '불통'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시가 공동사업시행자인 LH와의 '불협화음'으로 난맥상을 보이는 루원시티 사업의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LH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천시의 '불통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LH는 대표적 사례로 '청라지구 진입도로 경인고속도로 연결'을 꼽았다. 청라지구와 경인소속도로를 직접 연결하는 방안을 국토해양부가 지난 4월 승인하자 인천시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루원시티 공동사업시행자인 LH는 사전에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한다. 청라지구 연결과 고속도로 간선화·지하화는 입체복합도시인 루원시티 계획 수립의 근간인 만큼, 시-LH의 사전 협의는 꼭 필요한 절차였다.

루원시티 사업 적자 규모에 대해서도 두 기관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루원시티 사업은 손익이 발생했을 때 인천시와 LH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적자폭이 커지면 시민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LH는 1조원 이상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지만, 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루원시티 사업구역은 보상과 주민 이주가 시작되고 2년여가 지나면서 '유령도시'로 변했다. 도시계획 실패로 인한 '대재앙'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올들어 시와 LH가 합의한 건 '사업개선 TF팀 구성' 뿐이다. 이마저도 최근에 시작됐다.

루원시티 사업 속도가 느린 걸 두고 LH가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일어난다. 루원시티의 3.3㎡당 조성원가는 인근 지역의 4배 수준인 2천만원 안팎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속에서 사업을 진행할수록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LH가 시 공무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LH 인천지역본부 이건형 본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에 2억6천만원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지난 넉 달간 '엉뚱한 이야기'만 하며 시간만 보냈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러나 "LH 관련부서와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사업개선TF팀이 이달 개발계획 변경안을 수립하는 걸 목표로 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면서 "우리가 일부 사안에 대해 적기에 협의하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나중에 다 설명하고 이해시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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